아파트 주위에서 간혹 계절 따라 나는 향기로운 냄새가 이전의 기억을 되살려 주곤 한다. 오래전 여름에 친구 가족과 같이 제주도로 며칠간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저녁에 숙소 둘레를 산책하던 중 아주 향기로운 냄새가 나서 살펴보니 치자나무라고 적힌 팻말이 나무에 붙어 있었고 많이 피어난 하얀꽃들이 주위 야간 조명과 어울려 분위기를 물씬 자아냈던 기억이 있다.
한의학에서 볼 때 치자열매는 심장의 열(熱)을 안정시켜주는 효능이 있다. 따라서 스트레스 때문에 평소 가슴 두근거림이나 마음의 불안정 등 심리적인 불안 상태가 있을 때 처방하는 약재로 자주 사용된다. 또 천연 염색재료로 이용되기도 한다. 치자는 꽃말이 '한없는 즐거움'이다. 한없는 즐거움이 있을까? 아마도 늘 행복하다는 뜻일 것 같다.
우연히 부탄 왕국의 행복지수와 관련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2010년 유럽 신경제재단(NEF)이 발표한 국가별 행복지수 조사에서, 총인구가 70만 명 정도이고 인구의 70%가 농업에 종사하면서 국민소득 1200달러인 부탄이 국민 100명 중 97명이 행복하다고 응답해 1위에 올랐다고 한다. 그 누구보다도 행복함을 많이 느끼고 있다는 말이다. 왜 그럴까 궁금해서 찾다보니 부탄의 국왕이 늘 국민의 행복증진을 위하여 오랜기간 동안 나라를 다스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떤 연구에서 평소 개인이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일한 결과, 고급 승용차를 얻거나 자기가 갖고 싶었던 비싼 물건을 소유하게 되면 행복감을 많이 느낀다고 하였다. 그렇지만 이런 행복지수는 며칠 혹은 1개월이 지나면 종전의 가지지 못했을 때의 행복지수와 같아진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행복감은 크게 한 번만 느끼는 것보다 매일 적지만 꾸준하게 느끼는 것이 더 바람직하고 건강에 좋다는 연구결과였다.
과거 성인(聖人)들도 늘 조그마한 즐거움을 얘기하곤 했다. 맹자의 군자삼락(君子有三樂)을 보자. '부모가 모두 생존해 계시며,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고, 우러러 보아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굽어보아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며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그를 교육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며 소박하고 깊은 행복론을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13위 에 들 정도로 그동안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개인의 행복에 대한 만족감은 조금 부족하다고 한다. 행복감을 더 느끼고 덜 느끼는 것은 왜 그럴까? 아마도 주위 사회와 비교하고 다변화되는 사회생활에서 오는 불만족 등 여러 가지 복잡함으로 깊은 스트레스를 느껴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행복감이 줄어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어떠한 방법이 불안감을 극복하고 행복감을 느끼도록 해줄까? 우선은 개인의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해소)능력을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에 꾸준한 운동과 좋은 식습관으로 육체적인 면역력을 튼튼하게 하면 외부의 어떠한 질병에도 치유능력이 강해지는 것처럼,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능력을 높이는 것은 정신적인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주역(周易)에 '觀乎天文(관호천문), 以察時變(이찰시변), 觀乎人文(관호인문), 以化成天下(이화성천하) : 천문을 관찰하면 시간의 변화를 알 수 있듯이 인문 현상을 관찰하면 천하의 백성들을 교화시킬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여기서 인문은 사람을 꾸민다고 하는 것으로 얼굴을 이쁘게 하는 것보다는 정신적으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인간 내면의 힘을 강하게 기르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어렵고 다변화된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은 늘 본인을 꾸며서 정신적인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인생을 잘 살아가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된다.
동의대 교수·한의과대학 부속한방병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