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가 수교 이후 24년간 비약적 발전을 거뒀다는데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는 양국 간 지리적 인접성이나 문화적 상통, 그리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유지, 경제의 상호 보완성이라는 공통 이해관계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난 2, 3년간 양국 간에는 별다른 갈등이 없었으며 얼마 전까지는 한중 관계가 더는 좋을 수 없는 최상의 상태라는 표현도 나왔다.
그러나 한국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 시스템) 도입 검토를 둘러싸고 한중 간 갈등이 크게 부각되었다. 사실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2014년 6월 주한미군사령관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본국에 건의했다고 밝힌 이래,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한중 간에도 여러 채널을 통해 사드가 과연 중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여부를 놓고 적지 않은 대화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드 논쟁이 한중 간에 크게 확대되고 이로 인해 양국 관계가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어쨌든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통과 과정에서 시진핑 주석의 3월 말 워싱턴 핵안보 정상회의 참석 문제 등 다른 현안들과 함께 사드 문제가 미중 간에 다뤄진 것으로 보이고, 워싱턴 핵안보 정상회의에서 한중 정상 간의 접촉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사드 도입 논의는 계속되겠지만 그 속도는 조절될 것으로 생각된다.
국가 간에는 서로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다. 한중 간에도 항상 문제들이 발생하기 마련이어서 주한미군의 사드 도입 문제 하나로 인해 한중 관계의 근본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근년에 여러 가지 정황을 볼 때, 한중 양측에서 많은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한중 관계가 순조롭게 발전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무엇보다 중국의 급격한 부상으로 한중 간 국력의 차이가 확대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상호 교류와 협력에 있어서 비대칭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의 중국 의존이 커지고 중국의 한국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게 됨을 의미한다.
또 그동안 양국 관계 발전의 중심이었던 경제관계가 중국의 급격한 경제성장과 산업기술 발전으로 인해 상호보완적인 성격에서 경쟁적인 성격으로 변화하고 있고, 그 정도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점도 문제라고 하겠다.
동아시아 정세 변화로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은 커지고 있고 이런 측면에서 미중 양국의 한국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아지는 점도 중요한 이유의 하나이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요구는 점차 강해지고 있지만, 한국이 중시하는 북핵 문제는 악화되고 있으며 한반도의 평화통일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답보 상태에 있다. 한편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기대도 커지고 있으며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한미일 연계가 강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향후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안보적 사안에 있어서는 어떤 나라로부터도 선택을 강요당하지 않고 국익에 입각해 냉정하게 판단하게 될 것이고, 사안에 따라서는 중국을 설득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정황을 보면 한중 양국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분명해진다. 우선, 양국 간 국력 차이가 커지는 상황에서 호혜 평등, 상호 존중의 관계로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대국의식을 자제하고, 자신이 천명한 친성혜용(親誠惠容)의 동반자 외교방침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국력이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으로서는 중국을 인정하고 중시하되, 중국의 비합리적인 요구나 압력에 대해서는 의연하게 대처한다는 자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둘째, 양국 경제관계가 상생 방향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은 창의력과 근면을 바탕으로 산업경쟁력 면에서 중국보다 앞서 나감으로써 중국이 늘 한국을 필요로 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세 번째로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문제 등에서 양국 정부와 민간의 각 레벨에서 형식적이 아닌 진정한 전략적 소통을 통하여 상호 신뢰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해서는 보다 강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한미동맹이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며 대북정책의 중심은 궁극적으로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에 있다는 점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서대 석좌교수·전 주중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