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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관 칼럼] 분열 정치의 기원

광복군 장준하, 중경 임시정부의 분열 혹독하게 질타

권력에 혈안이돼 국민 고통 외면하는 자 표로 응징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03-24 19:00:26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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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1월 31일 50여 명의 조선 청년이 중경 임시정부 청사 마당에 2열 횡대로 섰다. 장준하(1918~1975)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1944년 7월 7일 서주(徐州)의 일본 군대를 탈출한 뒤 반년 동안 7000 리를 걸어 중경에 도착한 것이었다. 이내 광복군 총사령관 이청천 장군과 임정 주석 김구 선생, 김규식·이시영·조소앙·신익희 등 독립투사들이 나와서 그들을 맞이했다. 장준하 등은 광복군 군복을 입고 감격에 몸을 떨었다. 이제 그들은 일제와 싸울 최전선에 선 민족의 군인이 된 것이었다.

당시 임정은 여러 정당과 단체로 구성되어 있었다. 원래 개별적으로 조선을 떠나 중국으로 망명한 애국지사들은 상해 임정을 중심으로 활동했지만, 상해를 떠난 뒤로는 뿔뿔이 흩어져 각자 단체를 이루고 있었다. 이런 상태로는 독립운동이 대외적 권위를 가질 수가 없었다. 또 선전활동에도 상당한 지장을 초래했다. 중국 정부는 독립운동 단체의 통합을 요청했고, 그에 따라 1943년 9월 중경의 임정이 구성되었다.

장준하는 '돌베개'에서 중경의 임정을 구성하는 대표적 정당과 단체로 한국독립당, 조선민족혁명당, 한국무정부주의자연맹, 한국민족해방동맹, 한국청년당, 천도교 등을 꼽은 뒤 이들은 겉으로 드러난 것에 불과하며 "셋집을 얻어 정부청사로 쓰고 있는 형편에 그 파(정파를 말함)는 의자보다 많았다"고 말하고 있다. 요컨대 중경의 임정은 수없이 많은 정파와 단체로 분열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 젊은이 50여 명이 나타났으니 각 정파가 그들을 자파로 끌어들이려고 공작을 벌인 것은 불문가지다. 각 정파는 환영회란 이름으로 젊은이들을 불러 모아 '자당에 대한 선전, 타당에 대한 비방'을 늘어놓으면서 포섭공작을 벌였다. 장준하 등은 논의 끝에 정당 가입을 거절하기로 단단히 합의했지만, 공작은 끊이지 않았다. 개별적으로 불러 술을 사 먹이는 것은 날마다 있는 일이었다. 심지어 김원봉 일파는 미인계를 쓰기도 하였다. 독립투사들의 날로 심해지는 '추태'에 젊은이들은 실망하고 분노했다.

장준하는 임정이 주관하는 중경의 월례 교포 모임에서 조선의 최근 상황을 전한 뒤 '왜놈'에게 설욕할 뜻이 있다면 어떻게 이렇게 분열할 수 있느냐면서 차라리 일본군 항공대에 입대하여 임시정부 청사를 폭격하고 싶다고 극언을 퍼부었다. 이에 긴급 국무회가 열렸다. 내무부장 신익희가 장준하를 찾아와 3·1운동의 피로 세워진 임정을 모욕했다면서 빨리 국무위원들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국무회의에 참석한 장준하는 재차 임정의 분열을 혹독하게 질타했다. 자신들은 임정이 일치단결되어 있는 완결체인 줄 알았고, 임정에 파쟁이 개재되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는 것이 요지였다.

장준하의 발언으로 임정의 분열과 파쟁이 멈추었느냐? 그랬다면 임정이 아니다. 분열과 파쟁은 여전했고 젊은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각 정파의 공작은 더욱 기승을 떨었다.

새 정파도 계속 생기고 있었다. 김봉준·홍진·유동열 등은 새로 '신한민주당'을 만들기로 하였고, 조직의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댄스파티'를 열었다. 티켓을 팔아서 당비를 만들려는 것이었다. 장준하 등은 그 파티에 밟으면 소리를 내며 터지는 화약을 뿌려 파티를 무산시켰다.

장준하 등은 광복군의 군복을 입었지만 군사훈련이란 것은 없었다. 그들이 경험한 것은 정파들의 각축뿐이었다. 이것이 당시 중경 임정의 실제 상황이었다. 파벌 싸움에 진력이 난 장준하 등은 중경에서 30리 정도 떨어진 토교(土橋)란 곳으로 나와 혁명운동사를 배우고 체력단련을 하면서 지내게 되었는데, 이 생활마저 중경 임정에서 경위대를 만든다는 구실로 사람을 뽑아가는 통에 흔들리게 되었다. 신익희가 벌인 일이었다. 그가 대표로 있는 한국청년당은 자신을 제외하고는 당원이 없었기에 당원을 늘리려는 수작이었다.

장준하 등은 신익희에게 항의하기 위해 중경 임정으로 갔다가 뜻밖의 인물을 만난다. 광복군 참모장 겸 제2지대장으로 서안(西安)에 머무르고 있던 이범석 장군이었다. 이범석은 젊은이들을 불러 자신이 서안에 가 있는 것은 중경 임정의 정치싸움에 진절머리가 났기 때문이라면서 중경에서는 나라를 위한 어떤 일도 할 수 없다고 털어 놓았다. 이범석은 이어 광복군 제2지대가 서안에서 미군과 합작하여 한국침투계획을 위한 훈련을 하고 있다면서 장준하 등에게 합류를 요청했다. 장준하 등이 광복군다운 훈련을 받은 것은 이 이후다. 물론 아는 바와 같이 광복군이 당당히 한국 땅으로 진공한 일은 없었다. 그 사정은 물론 여기서 이야기할 것은 아니다.

일제란 가공할 적을 앞에 두고도 중경 임정은 분열되어 있었다. 일제와의 전쟁, 국내 진공은 꿈도 꾸지 못할 형편이었다. 만약 해방 뒤 임정이 지휘하는 광복군 부대가 보무도 당당하게 서울로 입성했더라면, 아니 한반도 어디라도 상륙해 일본군과 작은 전투라도 한 번 벌였더라면 해방 후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다. 임정의 분열은 해방 후 한국 정치의 분열로 이어졌다. 남과 북의 분열은 물론이고 남쪽의 정계 역시 사분오열되었다. 식민지배의 청산 역시 제대로 될 리가 없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장준하의 '돌베개'에서 임정의 분열을 읽고 지금 한국 정당을 생각한다. 지옥 같은 이 시대를 넘어 세상을 바꾸려면 정치가 유일한 방책일 터인데, 그 정치를 맡고 있는 정당들의 행각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권력 유지에 혈안이 되어 공천을 사천(私薦)으로 만들고, 대권을 잡기 위해 필망(必亡)의 분열을 감행한다. 고통 받는 국민에 대한 배려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저럴 수 있는가?

믿을 것은 눈 밝은 국민이다. 특히 장준하처럼 젊은 세대들에게 부탁한다. 표로 뜻을 보여 주시라. 권력에 혈안이 되어 평범한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자들을 그 자들을 응징하시라.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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