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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칼럼] 부산 기업, 새로운 진화의 시작

알파고 만든 구글, 변화의 중심이 기업이란 사실 알려줘

국내 유일 클라우드 시설 갖춘 부산, 인공지능 키울 기회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03-17 19:03:46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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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인공지능(AI) 얘기로 떠들썩하다. '구글'의 자회사인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이 벌인 '세기의 대결'. 인공지능이 인류 사회에 몰고 올 변화를 현실의 문제로 실감하게 만들었다. '자동차가 인간보다 빠르다는 게 놀라운 일이냐'고 되물으며 승부에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이 대결은 '체력'이 아닌 '지력' 대결이었으니까.

이세돌 9단은 지난 8일 "인간의 직관을 컴퓨터가 따라오진 못할 것"이라며 이번 대국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반면, 대국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간의 직관이 뭔지, 인식과 지식이 뭔지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인공지능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이렇게 끌어올리고, 일반인조차 거창한 철학적 물음을 던지게 만드는 상황이다.

이 상황을 만든 건 위대한 철학자도, 정치가도 아니다. 바로 구글이란 하나의 기업이다. 이처럼 인류의 문화 지형도를 바꾸고, 세계역사를 이끄는 것이 기업이란 사실이 놀랍다. '세기의 대결'은 기업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기업사가 세계사다

기업이 세상을 흔들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858년 영국 런던 템스 강변에 분침 길이만 4미터가 넘는 시계 '빅벤'이 세워진다. 이때부터 런던은 '표준시'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영국 전체가 표준시를 사용하게 만든 것은 바로 철도 회사였다. 그 전까지는 각 지방마다 태양이 뜨고 지는 때에 따라 제각기 시계를 맞췄다. 하지만 전국 곳곳에 철도가 놓이면서부터 영국인 모두가 표준시에 맞춰 살아간다. 오랫동안 이어지던 관습을 철도 회사가 바꾼 것이다.

이런 역사적 사건이 주는 메시지는 기업이 사회의 축이란 거다. 기업을 축으로 세계와 경제가 돌아간다는 말이다. 사실 '인류'란 개념을 현실화한 것도 기업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전까지 세계는 각 나라의 영역과 시장으로 쪼개져 있었다. '세계' '인류'와 같은 말은 아직 추상적으로, 머릿속에나 있었다.

1948년 북미 서유럽 일본이 GATT(관세·무역일반협정)로 연결되며,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시장'이 태동한다. 그리고 1994년 WTO(세계무역기구)의 출범을 거쳐 1995년 인터넷 상업화를 통해 '세계시장'이 태어났다. 오늘날 '글로벌 문명'이란 것도 이때 세계시장의 형성과 함께 역사상 최초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 있는 것은 기업이다.

적어도 현대사의 관점에선 기업사가 곧 세계사다. '국제적 기업이 국가를 초월해 국가 발전을 주도'한다는 말은 단지 일본 경영의 구루로 불리는 오마에 겐이치의 말이라서 진리인 건 아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촉발한 알파고 또한 구글이 투자한 산물이다. 구글은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인공지능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데만 무려 280억 달러(33조7000억 원)를 투자했다.

1800년대 철도 회사가 인류의 시간을 바꾼 것처럼 인공지능 회사가 인간과 산업의 개념을 바꿔놓을지 모른다. 이때 인공지능이 몰고 올 산업혁명에 올라타려면 투자를 늘리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한국 상황은 어떤가.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나쁜 소식은 투자가 너무 적다는 것. 지난 5년간 180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 민간 기업도 투자해왔고, 올해 정부도 급히 300억 원을 투입한다지만 역부족이다.

지난해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는 한국 인공지능이 선진국과 2.6년의 기술 격차가 있다고 밝혔다. IT 교체주기가 3년인 걸 생각하면 격차가 꽤 크다. 그럼 좋은 소식은 뭔가. 부산시가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부산을 클라우드 산업의 세계적 허브로 키운다는 거다.

■클라우드 허브, 부산

인공지능의 필수 조건은 클라우드와 머신러닝(기계학습)이다. 인간 뇌에 해당하는 것이 클라우드이고, 교육이 머신러닝이다. 두 분야의 바탕 없이 인공지능을 개발할 순 없다. 정부와 기업이 먼저 두 분야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이것은 또한 부산이 인공지능 산업에서 앞설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산에는 클라우드의 기반이 있다. 부산은 정부가 지정한 국내 유일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집적시설을 갖추고, 국내 해저케이블의 90%가 밀집한 동북아시아 정보 중심이다. 마침 정부가 지난해 9월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법'을 공포하고, AWS가 부산과 손잡았으니 호랑이에 날개를 달았다. 한국 인공지능 산업의 발판이 되기 바란다. 또 이곳에서 지역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할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인재 육성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지원에도 나선다니 더욱 기대가 크다.

인공지능이 몰고 올 변화에는 기대와 두려움이 엇갈린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기술 발전이 경제력을 높이고, 더 많은 일자리를 낳은 경우가 많았다. 분명 신기술의 부작용을 줄이고, 신기술 때문에 실직한 사람을 재교육 재배치하는 것은 앞으로 고민해야 할 과제다. 다만 이참에 무조건적인 반(反)기업 정서는 극복하면 좋겠다.

빈부 격차, 불공정 경쟁, 물질만능주의가 기업 때문에 생긴 것으로 보는 사람은 기업의 발달로 이런 문제가 개선된 측면도 있다는 걸 간과하는 것 같다.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 창출이며,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이다. 오늘날 세계인구의 80%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기업이고, 세계 경제력의 90%를 이루는 것도 기업이다.

또 이번 '세기의 대국'이 보여준 것처럼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가운데 과학기술과 문화를 한층 높여주기도 한다. '주판' 속에서 '장미'를 꽃피우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이 인류의 한계를 확장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연구개발에 힘쓸 때 이윤창출이란 가치는 '인류 가치'와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앞으로 부산도 신생 벤처에서 중견기업에 이르기까지 세계시장을 무대로 신기술 기업이 활약하는 도시가 되길 바란다.

필로아트랩 대표·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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