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 나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해양강국이고, 대항해시대를 연 국가라는 점이다. 이처럼 그때 세계 바다의 길을 개척하여 대륙을 탐험하고 무역을 했던 해양강국들이 오늘날까지 선진국으로 남아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오늘날 인구 1600만 명의 작은 나라 네덜란드의 신화창조는 매우 흥미롭다. 이 나라가 해양강국으로 발돋움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청어'였다. 1358년 네덜란드 북부 작은 어촌의 어부 빌렘 벤켈소어라는 사람이 생선 내장을 손쉽게 제거할 수 있는 작은 칼을 개발함으로써 대량의 청어를 소금에 절여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게 되었다. 네덜란드는 청어 무역을 통해 종잣돈을 축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자금이 조선산업에 투입되어 더 많은 부가 축적되었고, 네덜란드는 마침내 유럽 국가 중심의 대항해 흐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신대륙 탐험이라는 모험에 따르는 자금과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은행과 증권제도도 생겨났다. 네덜란드의 '해양굴기' 시스템이 현대 자본주의의 토대까지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도 조선시대 이전에는 해양강국이었다. 해상을 통한 무역과 문화 교류가 아주 활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1200년 전 통일신라시대의 '해상왕' 장보고가 동아시아 해상권을 장악했고, 고려 또한 해양강국의 면모를 과시하며 바다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조선은 공도(空島)정책을 실시해 섬사람들을 육지로 강제로 이주시키고 해상활동을 전면 금지하는 해금(海禁)정책을 실시했다. 이 바람에 유럽 해양강국들의 과학기술을 먼저 받아들인 일본에 의해 대륙세력인 중국과 우리나라는 국토를 유린당하는 국난을 겪어야만 했다.
이제는 우리도 해양굴기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바다를 통해 국부를 창출했던 대항해시대 유럽처럼 해양강국의 신화를 우리도 창조해야한다. 특히 21세기는 대항해시대에 이은 새로운 해양굴기의 시대다. 제4의 경제혁명은 바로 바다로부터 시작된다는 세계 석학들의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21세기 한국은 필연적으로 바다를 통해 국부를 창출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해양선진국 반열에 올라서 있다고 하지만, 자원이 부족한 국가에서 바다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모험적으로 바다를 이용하는 해양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런 점에서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산하 세계수산대학을 한국에 유치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우리나라는 유엔에 빚을 많이 진 국가 중 하나다. 1960, 70년대 경제개발 당시 국제원조를 받아 경제성장의 기틀을 닦았다. 한국전쟁 때는 약 5만 명에 이르는 세계 젊은이들이 전사했다.
물론 세계수산대학 유치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나 고용효과 같은, 수치로 환산된 가치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은 우리나라가 과거에 유엔을 통해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을 이제는 되돌려 주는 선진국이 된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해양자원, 해양영토 확장을 통해 해양부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유엔 산하 대학으로는 스웨덴 세계해사대학(WMU), 일본의 국제연합대학(UNU)이 있다. 이 대학을 졸업한 인재들은 국제사회에서 큰 활약을 펼치고 있다. 유엔 국제해사기구( IMO) 임기택 사무총장도 세계해사대학을 수료했다. 세계수산대학은 국제적으로 수산해양 리더급 인력의 확고한 인적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이번에 해양수산부의 FAO 세계수산대학 국내 유치장소 공모평가에서 부산이 선정된 것은 지역사회의 합일된 의지와 노력의 산물이었다. 부경대와 부산시의 어젠다 발굴과 제안서 작성에 3년 이상의 긴밀한 협력이 있었다. 세계수산대학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언론의 역할도 컸다.
세계수산대학은 올해 FAO 이사회와 내년 FAO 총회를 거쳐 2018년 개교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정부와 부산시, 부경대가 합심해 국제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국내에서도 유엔기구 설치에 따른 특별법 제정, 예산 확보 등에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이번 세계수산대학 부산 유치 결정을 계기로 부산이 해양정책 어젠다 발굴의 리더 역할로 해양수도의 면모를 갖추고 명실상부 해양강국을 견인하는 선도도시로 도약하길 기대한다.
부경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