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국제 유가가 불과 1년 반 만에 배럴당 100불대에서 30불대로 떨어졌다. 여러 에너지 전문가는 저유가 추세가 지속될 것임을 예측하고 있으며,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에너지 부문 투자가 지난해 20% 감소한 데 이어 올해도 16% 감소가 예상되는 등 전례 없는 투자 위축으로 에너지산업의 어려움이 더욱 심각해질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최근 에너지 위기를 계기로 유가 하락 사례와 배경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어떠한 전략을 가져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1973년 1차 석유위기 이후 국제사회의 주요 사안으로 부상한 유가가 급락한 사례는 지난 40여 년간 5차례 있었다. 그중 네 차례는 수요요인이 지배적이었고 한 차례가 공급요인으로 인한 것이었다. 1990, 91년과 2001년 미국의 경기침체, 1997, 98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8, 09년 미국발 국제 금융위기로 석유수요가 감소하면서 유가가 1년 사이에 30% 정도 떨어진 바 있다. 이에 비해 1985, 86년에는 북해 및 멕시코 만에서의 비전통적 원유가 발견되면서 과잉공급으로 유가가 급락했고, 그 이후 10여 년 넘게 낮은 유가가 지속되었다.
2008~2014년 사이에 평균 100불을 웃돌 정도로 높았던 유가가 2014년 하반기부터 하락한 원인은 세계경제 침체에 의한 수요 부족보다 공급과잉에 있었다. 2000년대 미국의 '셰일혁명'으로 원유생산이 증가하며 유가 하락이 예견되었다. 공급과잉이 생기면 통상 산유국들은 기존 생산량을 줄여왔으나, 이들 국가 대부분이 석유의존 경제 아래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자국의 시장점유율을 계속 확보하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지 않았다. OPEC(석유수출국기구) 국가들 역시 서로 합의한 3000만 배럴의 원유공급량 한도를 초과 생산해 왔다. 즉 수요는 줄어들고 공급은 늘어나는 상황이었으며, 이에 환율효과도 가세되었다. 2000년대 중반 이전에는 달러 가치가 낮은 영향으로, 거래된 유가가 높은 수준이었으나 최근 상승된 달러 가치가 반영되어 유가가 더 빠른 속도로 하락한 측면도 있다.
앞으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유가를 올리기 위해 석유생산량 조절 노력을 하겠지만, 저유가가 지속되리라고 보는 것은 주요 생산국인 이란의 원유 수출 확대 가능성 때문이다. 이란은 경제 제재 이전인 2011년 하루 250만 배럴 정도 수출했으나 제재 이후 100만 배럴로 줄어들어 경제가 낙후되었으며 이를 해결할 유일한 방안이 원유·가스 수출이었다. 올해 1월 이란 경제 제재가 해제된 만큼 가까운 시일 내에 얼마만큼 원유를 국제시장에 쏟아낼지가 오히려 관심사다. 아울러 연초부터 중국의 주가 하락 및 저성장 가능성에 따른 수요 감소가 복합적으로 일어나면서 당분간 저유가가 지속될 가능성을 더욱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저유가 시대가 되면 전기자동차 등에 대한 개발보다 휘발유를 활용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기에 대중교통 대신 개인 자동차, 그중에서도 큰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낮은 유가를 반영해 휘발유 가격을 낮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국제 유가가 하락하였다고 해서 휘발유값을 내리기보다는 유가에 반영된 세금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재생에너지는 개발 비용이 들지만 자동차 등 최종재 개발뿐 아니라 공정과정에서도 혁신을 유발해 중간재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며 고부가가치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채택된 파리 협정에서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 대비 37%로 온실가스를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어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한다. 이러한 정책적 목표 이행 외에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여 상쾌한 환경을 만끽하면서 웃는 얼굴로 자전거를 타는 베를린 시민의 모습과 차량행렬을 옆으로 스모그 마스크를 쓰고 걷는 베이징 시민들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 과연 우리가 넘겨주어야 할 환경자산이 무엇인가는 불 보듯 뻔하다.
지난 40여 년의 경기변동과 석유자원의 특성을 살펴보면 유가 상승은 언젠가 재연된다. 화석자원이 없는 우리로서는 고유가가 시현되기 전에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데 선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저유가의 현실에서 쉬운 길은 휘발유값을 낮추어 화석연료 수요를 증가시키는 것이겠지만 이는 해결책이 아니다. 에너지 구조조정을 등한시한 산유국들이 최근 겪고 있는 어려움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해야 하며 이를 위한 기술개발 비용을 기꺼이 수용하겠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주터키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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