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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국회의원을 향한 '소리 없는 아우성' /강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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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6-02-24 19:24:41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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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동이라도 일어날 줄 알았다. 민란 수준까지 이어질 정도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줄 알았다. 올해 1월 1일부터 국회의원 선거구가 실종된 탓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정치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헌법에 따라 법을 만드는 국회 권력을 결정할 선거구가 사라졌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선거구 실종사태가 50일을 훌쩍 넘기고 겨우 봉합됐는데도 나라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애초 헌법재판소에서 2014년 10월 30일 선거구 인구 편차를 2 대 1로 하라는 결정을 내렸을 때 '멍청한' 국민만 안달이 났다. 지난해 연말까지 현행 선거구가 재조정하지 않으면 모든 선거구는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적 우려는 현실화됐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똑똑한' 국회의원들은 이 전대미문의 선거구 실종사태가 연일 이어져도 옴짝달싹하지 않았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협상하는 시늉만 내다가 선거 연기론이 불거지자 선거구 획정안을 마련했다. 어쩌면 그들이 다 정해놓은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여야 국회의원들의 당파주의에 기반을 둔 밥그릇 다툼까지 겹쳐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면서 2012년 19대 총선부터 시작된 재외국민 투표권마저 날아갈 위기에 처하자 총선 연기가 불가피한 상황에 맞닥뜨렸던 것은 헌정사에 부끄러운 기록으로 남을 만하다. 이번 총선에 국외 부재자와 재외선거인으로 등록한 유권자는 15만여 명으로, 전체 선거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헌법에 따라 법적으로 선거를 보장받은 유권자가 선거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회의원이라는 타이틀을 단 사람들이 똑똑한 줄은 알았지만, 국민은 그들이 이렇게까지 똑똑한 줄은 미처 몰랐다. 그들은 헌법을 무시해도 버젓이 국회의사당을 들락거린다. 헌법은 철석같이 지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믿은 국민만 멍청했다.

국회의원들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한 비난은 잠시 쏟아지다 잦아들게 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았던 모양이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수준의 집단 경험이다. 국회의원들은 이 경험을 대물림하는 능력까지 겸비했다.

어디 한번 보자. 국무총리와 대법관, 검찰총장과 경찰청장, 국세청장과 장관 등 주요 권력기관의 수장은 국회 청문회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들은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할 사람들이어서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국회의원 집단의 꼼꼼한 검증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 청문회 꼴이 우스꽝스럽게 돼 버렸다. 국민 관심도 사라진 지 오래다.

청문회에 나서는 국회의원의 추상같은 질문 내용을 따져보니 '위장 전입' '자녀 입대 회피를 위한 이중국적' '논문 표절' '부동산 투기' '이념 문제' 등이 주류를 이뤘던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들이 이들 문제를 놓고 하도 목소리를 높여 후보자들을 향해 호통친 바람에 생긴 현상인지도 모르지만, 세련된 정책 질문 위주의 청문회를 접한 적은 국민은 없다고 본다. 무색무취한 후보자에게는 '참 잘했어요'.

다 좋다. 위장 전입이나 부동산 투기 등 비정상적인 재산 증식 문제 등을 검증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국회의원, 그들은 이들 문제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까. 청문회에서 후보자를 질타한 일부 국회의원은 그보다 더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국민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일쑤였다. 그것뿐이었다.

초선의 국회의원들은 이처럼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인 정치문화를 바꾸겠다는 국민적 다짐을 하고 위풍당당하게 국회에 입성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초록은 동색'의 국회의원이 돼 버렸다. 사실 이를 방치한 국민도 멍청했다고 인정하자. 똑똑한 그들을 당장은 이길 재간이 없었으니까.

국회의원이라는 타이틀은 좋은가 보다. 현역 국회의원들이 다시 배지를 달기 위해 저 안달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모든 정치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헌법의 준엄함을 이번에 뼈저리게 느낄 국회의원이 많을 것으로 본다. 굳이 소리 나게 분노를 드러내거나 폭동까지 일으킬 필요가 있나. 헌법이 보장한 투표권 행사만으로도 그들을 충분히 단죄할 수 있다.

지난 4년간 마음껏 권력을 누리다 또다시 이를 요구하는 국회의원들은 국민을 멍청하게 보지 마시라. '소리 없는 아우성'. 기대하시라. 개봉 박두.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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