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대전에서는 55세 아들이 96세 노모를 살해한 후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아들은 "빚을 갚을 방법이 없고 어머니를 부양할 사람이 없어 함께 가겠다"는 유서를 남겼다. 같은 해 서울에서는 90대 노모와 함께 살던 60대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생계급여를 받다 갑자기 지원이 끊기면서 생활고에 시달린 데다 대장암에 우울증까지 겹치자 어머니를 두고 아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고령화의 그늘이 점차 짙어지는 '노노(老老) 부양' 사회의 단면들이다.
우리나라에서 노노 부양이란 말도 이제 생소하지 않다. 60세 이상 노인이 80세 이상 부모를 부양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60대 이상 가구주 명의에 노부모가 가구원으로 등재된 경우는 15만 세대. 등재만 됐을 뿐 같이 살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앞으로도 노인이 노부모를 부양하는 세대는 늘 것으로 보인다. 2060년께면 현재 고령화율 1위인 일본을 제치고 우리나라가 노인대국으로 부상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노노 부양이라는 새로운 세태는 다양한 사회적 파생어를 낳고 있다. 늙은 자녀가 노부모를 간병하는 '노노 간병', 같이 사는 자식 노인이 노부모를 학대하는 '노노 학대' 등이란 말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사실 이런 현상은 우리보다 고령화시대에 빨리 진입한 일본에서 오래전부터 사회문제화됐다. 앞서 언급한 우리나라의 가슴 아픈 사연들도 일본의 과거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셈이다.
미국에서는 '노노 동거'가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하고 있는 모양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70대 아들이 90대 노모와 함께 노인요양시설에 사는 사례를 소개하면서 머지않아 고령화시대의 일상적 모습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와 요양시설의 같은 층 다른 방에 살면서 수시로 노모의 식사와 약을 챙기고 함께 가벼운 산책도 한다고 한다.
요양시설이라 씁쓸하긴 해도 부모와 나이 든 자식이 같이 산다는 점에서 미국판 노노 동거의 긍정적인 면이 없진 않다. 스스로도 힘이 부치는 자식이 병든 부모를 간병해야 하는 어려움이 없고 집 만큼은 아니더라도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역시 미국답게 시설 이용비가 만만찮다. 자식들 뒷바라지로 노후대책에 소홀한 우리 노인들에겐 언감생심일 수밖에 없다. 복지사각이 많은 우리나라의 100세 시대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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