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한국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최단기간에 정치적으로는 민주화를 이루고 경제적으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지속하는 대한민국에 대해 세계인들은 그저 의아해 할 뿐이었다. 1993년 세계은행은 '동아시아의 기적'을 이룬 네 마리의 호랑이 중 한국을 단연 최고로 꼽았다. 많은 학자는 '한국이 어떻게 민주화와 경제성장, 두 마리 토끼를 거의 동시에 잡을 수 있었는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학자들이 한국에서 다른 나라와 상이한 점을 발견한 것은 한국인의 유별하게 높은 교육열과 강인한 국민정신이었다. 교육 선진국에서도 고등학교 졸업자의 절반 정도가 대학에 진학하는 것에 비해 한국에서는 고졸자의 약 80%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보고는 경악할 뿐이었다.
한국인은 왜 이렇게 높은 교육열을 보이는가. 일부 학자는 '한국적 교육 평등주의'라고 지적한다. "나는 좋은 대학에 못 갔지만 내 아이만은 남들과 경쟁에서 반드시 이겨 일류대학에 가야한다"라는 강박관념이 사교육을 부추긴다고 설명한다.
교육이 인생의 일부분만으로 여겨졌던 때가 있었다. 학교에서 배운 기초교육만으로도 나머지 인생을 살아가는 데 부족함이 없다고 여기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구촌의 과학, 산업기술은 이제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날마다 새로운 직업이 창출되고, 자고 일어나면 생소한 기술이 우리의 삶에 스며들고 있다. 이제 학창 시절에 배운 지식만으로는 눈코 뜰 새 없이 변화하는 세계화 물결에 만족하게 적응하지 못하는 현실이 됐다.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선 평생에 걸쳐서 우리는 배움의 길을 가야 한다. 이른바 평생교육의 시대가 도래해 우리도 열정을 가지고 미래사회에 대비하는 새로운 학습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인생의 주기 또한 바뀌고 있다. 수명은 연장되는 반면 직업 세계의 사이클은 짧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1인 1직장 1직업으로 충분했지만, 요즘엔 직장은 물론이요 직업까지도 일생 동안 여러 번 갈아타야 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글로벌 시대에 새로운 지식의 습득은 필수이다. 이 과정에서 지식의 생산 유통 습득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평생교육기관이다.
평생교육이란 개인의 끊임없는 시민교육을 통해 사회적 통합과 지역사회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실시하는 교육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또 평생교육기관에서 실시하는 학습의 종류를 ▷지적 능력 향상을 위한 학습 ▷직업과 기술의 심화 학습 ▷교양과 문화생활을 위한 학습으로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국내의 평생교육기관은 2009년 2800여 개에서 2013년 약 4000개로 증가했다. 만 25~64세 성인들의 평생교육 참여율도 2009년 28%에서 2010년 30.5%, 2012년 35.6%, 2014년 36.8%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직업 관련 교육에는 남성이 여성보다 참여율이 높으나 인문교양, 문화 예술 교육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참여율이 높고 중·노년층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복지 선진국가에서는 사회의 다변화, 다문화에 대비해 사회문제 해결과 사회통합의 방법으로 평생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학점인정으로 학위 취득과 자격증 취득이 중심이 돼 운영해 왔다.
정부에서는 일과 학습의 병행이 원활하게 이루어 질 수 있는 평생교육 체제를 실현하고자 평생교육단과대학을 육성하고자 한다. 먼저 취업하고 나중에 학업하고자 하는 후진학자(재직자)에게 다양한 맞춤형 교육과정으로 개편해 평생학습 체제를 마련하려는 취지이다. 또 평생교육단과대학이 지역사회, 산업체와 동반성장하는 평생교육의 허브로서의 기능을 담당해야 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외국의 평생교육기관이 직업생활이나 가사를 돌보는 사람들에게 지식과 기술의 심화, 언어 문화 예술 취미활동을 위한 교육에 중점을 두는 것을 참고해 우리나라에서도 인문 철학 교양 등 일반 성인 대상으로 사회참여 교육을 실행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제는 지역사회 수요와 사회통합을 위한 주민맞춤형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하다. 부산은 한국 제2의 도시이자 국제적인 항구도시, 또한 국제적 행사가 자주 개최돼 MICE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할 도시이다. 부산 시민에게 삶의 지혜를 제공하는 인문학 특강과 세계문화 이해 프로그램 등을 개발해 세계시민으로서 교양을 더욱 넓히는 것도 필요하다.
경성대 평생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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