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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대통령은 무엇으로 기억되는가 /김찬석

지난 3년 암울한 기억, 갈등과 대립의 악순환

남은 2년 짧지 않다, 국민통합 초심 살려 자신만의 색깔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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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보(杜甫)는 자신이 은거해 있는 벽지로 유배 온 젊은이가 안쓰러웠다. 친구의 아들이기도 한 젊은이는 실의에 빠져 있었다. 보다 못한 두보가 붓을 들었다. '그대는 아직 젊지 않은가. 원망만 말고 공부에 매진하라. 꺾여 넘어진 오동나무가 거문고로 쓰이는 것처럼 장부는 관 뚜껑이 덮인 연후에야 제대로 평가받는 법이다'.

두보가 젊은이에게 건넨 개관사정(蓋棺事定)을 우리는 최근에 절감했다. 지난해 11월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쏟아진 YS 재평가 움직임이다. IMF 외환위기를 초래한 원망스러운 대통령, 무능한 대통령으로만 기억되던 YS가 세상을 뜨자마자 전혀 새로운 사실이었던 것처럼 나온 재평가 운운은 왠지 어색했다. YS가 1998년 2월 대통령에서 퇴임한 이후 서거까지의 17년 간의 사회적 침묵은 재평가를 위한 기다림이었던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개관사정은 유효하다. 박 대통령의 부정적 이미지인 불통과 오만이 원칙과 신뢰라는 이름으로 재해석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미래의 일로 치부해버리기에는 현재가 너무 무겁다. 대통령은 지나간 3년이 짧다고 느끼겠지만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국민들 입장에서 본다면 남은 2년도 너무나 길다.

박 대통령 재임 3년의 기억은 유쾌하지 못하다. 특히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이처럼 국민들이 양쪽으로 나뉘어 극심한 갈등과 대립 양상을 보인 적이 없다. 세월호 참사로 숨진 어린 학생들을 불어 터진 오뎅에 비유하고, 단식 농성 중인 유족들 앞에서 보란듯이 치킨이며 피자를 먹는 반인륜적 행태가 용인된 사회다. 영국 BBC 등 해외언론과 일본의 일부 양심적 교수까지 "일본과 닮아간다"며 비난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해 분란을 부채질한다. 대통령이 외친 '100% 대한민국 통합'의 참모습이다.

일본과의 위안부 협상 타결도 성급했다. 대통령은 이번에 협상을 타결하지 않으면 24년 전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협상 타결 이후 이례적으로 사흘 만에 두 차례 대국민담화까지 발표했다. 취임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는 자주 정상회담을 가지면서도 아베 일본 총리와의 만남은 한사코 거부해온 대통령이 한일 관계개선에 특별한 진전이 없었는 데도 연말로 시한을 정해놓고 협상 타결을 밀어붙였다.

대통령이 말하는 24년 전이란 1991년 8월 고 김숙희 할머니가 위안부 생활을 공개증언했던 시점이다. 위안부 문제는 1991년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1991년만 강조한다. 어떻게든 자신의 임기 중에 위안부 문제를 매듭지어 박정희 정권의 한일국교 정상화 과정에서의 실정이 더는 거론되는 것을 막자는 인상을 준다.

위안부 문제만 놓고보면 YS가 오히려 원칙과 소신이 있다.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던 YS나 박근혜 대통령 모두 대일 외교에서 국가지도자답지 않게 감정적으로 대처한 것은 유사하지만 위안부 문제의 처방은 다르다. YS는 대통령 취임 한 달 만인 1993년 3월 "위안부 문제에 대한 물질적 보상은 일본 측에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내년부터 정부 예산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22년이 흘렀는데 위안부 협상으로 얻어낸 것이라곤 일본돈 10억 엔이 전부다. 공식 사죄는 물론 없다.
새해는 병신년이다. 병신이 듣기에 거슬린다면 바보로 바꿀 수도 있다. 잘난 사람 천지인 세상에서 바보는 사랑받는 존재다. 노래방에서 음치가 더 환영받고 웃음을 주는 존재이듯이 말이다.

박 대통령은 지나치게 강하다. 때로는 바보가 되어 한 발 물러나는 여유가 필요하다. 총리와 장관의 능력을 인정하고, 여당의 대표와 원내대표를 믿으며, 국회와 국회의장을 상대로 인정하는 것이 시작이다. 노자가 도덕경에서 말한 백성들이 군주가 있다는 사실만 아는 최고의 군주까지는 아니더라도 백성이 두려워하고 경멸하는 '혼용무도'(昏庸無道)와는 거리를 둘 수 있을 것이다.

당대를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개관사정은 한가로운 말이다. 관 뚜껑이 덮히기 전인 현재가 훨씬 중요하다. 박 대통령 또한 미래가 아니라 현재로 기억되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아직까지는 대통령 박근혜가 아니라 박정희 대통령의 딸로 더 기억된다.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마치 축구선수 차두리에게 '차범근의 아들'이 후광이자 굴레였듯이 말이다.

두보에게는 시로 쓰는 역사, 시사(詩史)라는 별칭이 붙는다. 안사의 난과 가혹한 세금·군역에 시달리는 백성들의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삶을 삼리삼별(三吏三別)과 같은 시에 담아냈기 때문이다. 그런 시대정신이 있기에 그의 개관사정이 예사로운 시어에 머물지 않고 위정자들의 귀감이 되고, 시대인들의 공감을 더한다.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2년이다. 대통령이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를 결정하기에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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