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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사마쇼로를 아십니까 /김찬석

방사능 오염된 고향 떠날 수 없는 사람들

해수담수화 기장, 마셔도 문제없다는데 시위는 왜 이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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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직후 반경 30㎞ 이내에 거주하는 13만여 명의 주민이 피난 명령을 받고 고향을 떠나야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하나둘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당국의 허가없이 복구되지 않은 땅으로 돌아와 사는 이가 현재 1000명을 넘는다.

이들은 모두 60대 이상의 노인이다. 방사능의 공포보다 평생을 살았던 고향을 등지는 것이 더 불안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돌아와 방사능에 오염된 지하수를 길어 마시고, 그 물로 가꾼 농작물을 먹는다. 그들을 현지에서는 사마쇼로(못 말리는 사람)라 부른다.

부산 기장지역의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 논란이 확산되면서 문득 체르노빌의 노인들이 떠올랐다. 기장군 주민들이 사마쇼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고리원전에서 11㎞ 떨어진 바닷물을 이용해 만든 수돗물을 마음 편히 마실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른들은 그렇다 치자. 어차피 오염될 대로 오염된 낙동강 물을 고도정수처리라고 하는, 결코 외부에 자랑할 수 없는 최첨단기법까지 동원해 정수한 뒤 수십 년간 먹고 마셔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주민들이 기장군청을 점거하고 시청까지 몰려간 것도 그런 까닭이다. 짠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마술 같은 해수담수화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봐야 할 어린이들이 시청 로비에서 어머니의 손을 잡고 해수담수화를 반대해야 하는 이상한 풍경이 벌어진다.

부산시는 조급하다. 1954억 원을 들인 해수담수화 시설이 지난해 12월 완공 이후 만 1년째 놀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통수를 해 기장군을 해수담수화산업 메카 도시로 육성하고, 동부산관광단지와 국립수산과학원을 연계한 전문 관광코스로 활용해야 하는데 말이다.

서두르다보니 무리수가 잇따른다. 해수담수화 수돗물 찬성 시위에 참가한 이들을 돈을 주고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꾸렸다는 수질자문협의회가 시에 의해 찬성파 주민대표와 관변단체 인사 일색으로 구성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쯤되면 부산시가 세계 최고 권위의 미국국제위생재단(NSF) 수질 검사 결과를 들이대도 주민들은 믿지 않는다.

주민투표라는 것도 그렇다. 부산시는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 여부는 주민투표의 대상이 아니라고만 한다. 주민투표법 제7조에는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자치단체의 주요 결정사항으로서 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사항은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지금 기장 3개 읍·면 5만400세대 주민에게 해수담수화 수돗물만큼 과도한 부담을 주고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어디 있는가. 게다가 기장에 이어 송정까지 급수 예정지역이다. 

주민투표법에는 국가사무나 다른 자치단체의 사무는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다는 예외규정을 둔다. 부산시는 해수담수화는 시의 사무이므로 기장군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강원도 삼척시는 지난해 10월 원전 유치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원전 유치는 국가사무다. 그래서 삼척시 선관위는 주민투표 관리를 거부했다. 그러자 주민들이 투표관리위원회를 구성해 투표를 실시했고, 총투표자 2만8867명의 85%가 유치에 반대했다. 민선단체장의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물론 이 주민투표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하지만 중앙정부에 종속된 반쪽 지방자치의 우리 현실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산시는 국가사무가 아닌 시의 사무인 해수담수화 수돗물조차 주민투표법의 그늘에 숨는다. 지방정부 부산시가 중앙정부의 방패가 되어 지방자치제를 스스로 부인하는 꼴이다. 반대 표가 두렵기 때문이다. 

부산시가 통수를 하고 싶다면 한시적으로 음용이 아닌 비음용으로 공급하면서 매일 수질을 체크해 주민들의 신뢰를 얻는 방법이 있다. 물론 수질 검사 과정이 투명해야 하고, 한수원의 고리원전 운영과 관련한 정보 공개가 병행되어야 한다. 그런 연후에 음용으로의 전환 논의가 가능하다.

일본 아베 정권이 지난 6월 '2017 후쿠시마 귀향 계획'이라는 것을 내놨다. 2017년 3월까지 우리돈 10조 원가량을 투입해 후쿠시마 이재민 8만여 명의 3분의 2를 귀향조치시킨다는 내용이다. 아베 정부가 복구도 덜 된 땅으로 이재민의 강제귀환을 서두르는 것은 2020도쿄올림픽 때문이다. 일본이 올림픽을 개최할만큼 안전하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후쿠시마 이재민들은 대부분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던 이들이어서 도회지역 적응이 힘들다. 이재민 중 50%가 타지역 정착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귀향 계획으로 후쿠시마로 돌아가게 되면 일본판 사마쇼로가 되는 것이다. 지금 부산시가 기장 주민들을 사마쇼로로 내몰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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