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 플래닛(Angry Planet). 화난 행성, 그로 인해 벼랑 끝에 선 지구를 일컫는 말이다. 인간이 보금자리를 뒤바꾼 지질시대라 해서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그만큼 글로벌 생태계 격변이 일어나는 세상이 됐다. 전문가들은 온도와 이산화탄소 농도, 그리고 지질학적 분석으로 1964년이 인류세 시작점이라고 제시했다.
일부 학자는 6번째 대멸종이 시작됐다는 주장을 펼친다. 근거는 동식물 멸종 속도. 사람 등쌀에 자연 생태계가 교란되는 수준을 넘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거다. 시간당 3종, 해마다 5만5000종이 자취를 감춘다. 멸종 속도가 인류 등장 이후 무려 1000배나 빨라졌다. 이대로 가다간 100년 후 생물종의 70% 이상 사라지는 대멸종이 덮칠 거란다. 한마디로 인류세는 우리가 자초한 주홍글씨인 셈.
대재앙은 종 다양성만 줄어드는 데 그치지 않고, 부메랑이 되어 인류에게 직격탄을 날릴 건 자명하다. 온난화로 인한 충격적인 사례. 5년 전 파키스탄에 대홍수가 났다. 전 국토의 20%가 물에 잠기고, 2000명이 숨졌으며, 이재민이 2000만 명 이상 발생했다. 집중 폭우가 주범이었지만, 그 못지 않은 조역이 숨어 있었다. 홍수 직전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와 눈이 빠르게 녹아내리면서 인더스 강 수량이 이미 크게 늘어났기 때문.
히말라야 산맥은 세계 최대 담수탱크인데 밑바닥에 구멍이 뚫려 버렸다.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매년 20m 가까이 후퇴하고 있으니 대홍수 사태가 잇따를 게 뻔하다. 빙하와 눈이 녹으면 생태계도 치명타를 입게 된다.
세계자연기금(WWF)이 눈표범 서식지의 30% 이상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발고도 3000m 이상 고산지대에 사는 눈표범은 홀로 생활하는데다, 야행성이어서 발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히말라야의 유령'이다. 하지만 빙하와 눈이 줄어들고, 먹잇감도 사라지면서 개체 수가 확 줄어 지금은 4000마리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다. 이 아름답고 신비한 동물을 잃기 직전이라니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어디 눈표범뿐이랴. 한국호랑이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자연유산이 우리를 떠나려 한다. 더불어 인류도 벼랑 끝에 서 있다. 생존과 멸종, 과연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그건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