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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누가 '지잡대'라고 하는가 /김찬석

일본 노벨상 수상자들, 학부는 모두 지방대 졸업…우리 현실에선 그림의 떡

정부 정책 문제 많지만 체념하는 지방대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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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가 언론에서 모처럼 좋은 의미로 회자된다. 올해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가 모두 지방대 출신이라며 이를 '지방대의 힘'이니 '노벨상을 이끈 지방대의 저력'이라느니 하는 식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것도 서울에 본사를 둔 언론들이 그렇게 호들갑을 떤다.

여기서 말하는 지방대 출신이라는 것은 수상자들이 졸업한 대학이 지방대라는 이야기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오무라 사토시 기타사토대학 명예교수는 야마나시대학을, 물리학상을 받은 가지타 다카아키 도쿄대 교수는 사이타마대학을 각각 졸업했다. 모두 비수도권 소재 국립대학이다.

뭔가 개운치 않다. 이공계 연구인으로서의 성과를 평가하려면 오래전에 졸업한 학부가 아니라 박사 학위를 받은 대학이 어디이며, 또 현재 어느 대학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느냐와 같은 최근의 경력이 기준이 되어야 마땅하다. 그것이 노벨상 수상의 직접적 기반이기 때문이다.

사토시 교수는 도쿄대에서 약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몸담고 있는 기타사도대학도 도쿄에 있다. 가지타 교수 역시 이학박사 학위를 도쿄대에서 받았고, 현재 도쿄대 교수다. 노벨상 수상자가 지방대 출신이라는 언론 보도는 절반의 진실, 그것도 노벨상 수상과의 연관성이 희박한 반쪽 진실일 뿐이다.

어쨌거나 우리의 지방대 현실에서는 부러운 일이다. 비수도권대 출신이 수도권 대학원에 진학해 학위를 받는 것이 쉽지 않다. 대학원 진학 자체가 좁은 문이다. 진학한다고 해도 물과 기름처럼 겉돈다.

서울대 학부·대학원생과 졸업생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타 대학 출신 대학원생을 쫓아내자는 주장이 확산되고, 연세대 커뮤니티에는 서울캠퍼스 학생들만 가입할 수 있고 원주캠퍼스 학생은 가입할 수 없다. 이런 풍토에서 지방대 출신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다. 지방대 출신 노벨상은 언감생심이다. 기적과도 같이 지방대 출신이 수도권 대학에 자리를 잡고 노벨상 수상감에 버금가는 연구실적을 올린다고 쳐도 노벨상 본선 심사 통과보다 모교 출신 교수들로 철옹성을 구축한 학내 교수사회의 인정을 받는 것이 더 힘들 것이다.

학문의 세계에서 통섭이 거론된 지 오래지만 국내 수도권대와 비수도권대, 이른바 명문대와 비명문대의 통섭은 요원하다. 오히려 벽이 높아간다. 그러니 지방대를 '지잡대(지방의 잡스러운 대학)'라고 비하하는 표현이 대수롭지 않게 등장한다. 건국대 충주캠퍼스의 모 단과대 학장이 제자들을 지잡대생이라고 비하해 물의를 빚었는데 다른 이도 아닌 지방대 교수의 지방대 인식이 이 정도라면 수도권만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방대도 모자라 지잡대로 만든 주범은 정부다. 대학평가라는 명분으로 동렬에 놓고 비교하기 어려운 수도권대학과 비수도권 대학을 일률적으로 재단해 비수도권 대학에 하위등급을 부여하고, 재정지원 삭감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수단까지 동원해 비수도권 대학들을 옥죈다.

지방대의 중심이라는 지역거점 국립대학에 대한 대우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총장 간선제라는 이름으로 지역거점 국립대학들을 뿌리채 흔들어 놓았다. 연구에 쏟아도 모자랄 대학사회의 역량을 총장 직선제 쟁취 비대위 구성과 같은 비연구적 분야에 소진하게 만들었다. 교육부가 총장 직선제의 폐해를 명분으로 간선제 전환 방침을 밝힌 것이 2011년의 일이니 5년째 허송세월이다.

책임은 지방대 스스로에게도 있다. 부산대는 지역거점 국립대학 중 첫손에 꼽힌다. 부산 지역사회로 범위를 좁히면 부산대는 수도권의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못지않게 매너리즘과 자기안주에 빠져 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해도 부산대는 부산에서 1위 대학이라는 인식이다.

부산에서 부산대를 추월하는 대학이 나와야 한다. 그것이 부산대를 위해서도, 부산을 위해서도,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좋다. 대구에서도 경북대를 앞지르는 대학이, 광주에서도 전남대를 넘어서는 대학이 나와야 한다.
올해 사법시험 2차 합격자를 대학별로 분류해보니 사상 처음으로 연세대가 서울대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고 한다. 연세대 법대는 지난해에는 고려대 법대를 제쳤다. 그 원인을 놓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지만 의미 있는 것은 '법대=서울대'라고 하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고정관념이 깨졌다는 사실이다.

지잡대라는 알에서 깨어나려면 줄탁(
啄)이 동시(同時)되어야 한다. 정부라는 어미닭이 바깥에서 쪼아주지 않는다고 병아리가 안에서 불평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그랬다가는 새로운 바깥세계의 공기를 영원히 호흡할 수 없다. 갇힌 세계에서 그대로 쪼그라든다. 지잡대라는 소리를 듣고도 침묵하는 한 지방대의 미래는 암울하다. 수도권 대학으로 호시탐탐 옮겨갈 기회만 노리는 교수들이 있는 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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