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면지역에 한정됐던 '쓰레기와의 전쟁'의 전선이 내년부터 부산진구 전역으로 확대될 모양이다. 관할 구청이 이번엔 차량 블랙박스를 활용해 쓰레기 무단투기에 대한 전방위적인 단속에 나선다고 한다. 쓰레기를 동네 길거리에 몰래 버리는 이들에게 엄청난 압박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블랙박스 영상을 신고하면 상품권까지 제공한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여타 구·군에서도 쓰레기 투기에 대한 대응책을 세워 글로벌 도시 부산의 이미지를 청결하게 만들었으면 한다.

지역 최대 번화가인 서면 일대는 밤마다 쓰레기 천지로 변하는 게 일상이 됐다. 불법 성인오락실과 퇴폐업소 전단에다 음식물과 담배꽁초 등 각종 생활쓰레기로 넘쳐난다. 이렇게 거리를 메운 쓰레기가 하루 평균 5t에 달한다. 어디 서면 뿐이겠나. 여름철만 되면 해수욕장을 비롯한 피서지와 각종 축제 현장이 오물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는다. 나라의 쓰레기 매립 능력은 갈수록 떨어지는데 재활용될 수 있는 것까지 버려지니 대란이 벌어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견디다 못한 부산진구청이 지난 3월 서면 일대에서 아예 쓰레기를 방치하는 '청소 파업'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극약 처방에 기대를 걸었던 예상과 달리 잠시 뜸했던 무단 투기가 계속되는 바람에 실패로 돌아갔다. 심지어 주민을 볼모로 삼은 '실험 행정'이라는 비난까지 들어야 했다. 내년부터 구 전역으로 확대될 블랙박스 단속은 실효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투기집중지역의 주차차량 블랙박스로 감시하고, 신고자에게 포상한다면 효과가 배가될 게 틀림없다.

하지만 쓰레기 투기가 과연 채찍으로만 풀릴 문제인지 고민해야 한다. '쓰파라치'들이 설치는 건 물론, 사소한 투기를 놓고 주민 간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쓰레기 투기의 문제점을 주민 스스로 인식하게 해서 '클린 양심'을 일으켜 세우고, 거리 환경도 개선하는 선순환 시스템이 필요하다. 예컨대 담벼락에 그림을 그려 골목길을 꾸미거나, 무단투기자들에게 수치심을 주는 계도 디자인을 선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