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결정됐다. 역사학계와 교육계를 비롯해 야당 시민사회단체 등의 수많은 반대에도 교육부는 지난 12일 역사교과서 국정 전환을 공식 발표했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금 (검인정 체제) 역사교과서의 사실적 오류와 이념적 편향성이 국론 분열과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어 많은 고민과 논의 끝에 중·고교 역사교과서를 정부가 직접 개발해 보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국정교과서에 새 이름을 붙였다. '올바른 교과서'라고. 이 올바른 교과서는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을 종식하고 역사교육을 정상화하게 될 것이라고 황 부총리는 설명했다.

과연 그럴까. 사회적 논란은 종식되기는커녕 더 불이 붙었다. '친북 숙주' 대 '친일·독재미화'로 나눠 여론은 철저히 갈라졌다. 국정교과서 통과에 찬성 측은 두 팔 벌려 환영하고 반대 측은 끝장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교육현장은 더욱 혼란스럽다. 이미 전국 중등학교 역사교사 2255명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를 표명했고, 경기도교육연구원이 발표한 경기지역 역사교사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09명 중 92%인 925명이 국정교과서를 반대했다. 전국 대학교수들도 가세했다. 부산대와 연세대, 고려대, 경희대 역사교수 전원은 국정교과서의 집필진으로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시·도교육청의 대부분 교육감들도 국정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선 교육현장을 책임지는 교사와 교육감이 단일교과서를 제대로 활용할지 미지수란 말이다. 여기에 교육감들은 국정교과서가 적용될 2017학년도부터 대안 교과서를 별도로 발행해 국정 대신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보수 진보 중도 모두를 아우르는 균형잡힌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벌써 우려가 제기된다. 국정교과서로 중·고교생이 배울 한국사 과목의 집필 기준을 분석해 보니 임시정부를 비롯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사 기술이 대폭 축소됐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음을 의미하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용어가 뉴라이트가 주장하는 '건국일'의 개념인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뀌었다. 또한 조선 후기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 민족의 자생성을 강조해 '식민지 근대화론'에 맞서는 사관인 '내재적 발전론' 기술이 철저히 빠져 있다. 집필 기준에서도 빠져 있는데 어떻게 균형잡힌 교과서를 만들지 의문이다.

역사학자들이 가장 개탄하는 대목은 검정제를 다시 국정화로 퇴보시킨 점이다. 보통 국정제에서 검인정제→자유발행체제로 진보하는 게 세계적인 교과서 발행 추세다. 하지만 우리는 해방 이후 검정 체제를 유지하던 역사교과서를 유신시대인 1974년 국정으로 전환했고 2011년 검인정제로 바꿨다가 2017년에 다시 국정제로 전환한다. '거꾸로 돌린 시계'를 선진국 역사학자들도 의아하게 생각한다.

국정교과서라는 '하나의 교과서'가 국론을 통합하고 균형 잡힌 역사의식을 심어줄 것이라고 정부는 말한다. 하지만 역사 자체가 다양한 사관으로 존재하는 과목이다. 이를 하나의 사관으로 통일시키겠다는 건 학계가 보기엔 상당히 무지한 발상이다. 더욱이 정부는 현 검인정제 교과서의 좌파 편향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국정제로 전환한다고 설명하는데, 엄밀히 말해 그게 교과서의 문제인가. 심의를 제대로 않고 통과시킨 교과서 발행 주체인 교육부의 잘못이 아닌가.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것도 참 재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