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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칼럼] 청년예술이 살아야 부산이 산다

도시잠재력 척도인 예술활동…부산의 현실·미래 너무 팍팍

市 청년문화 지원은 젊은 예술인 끌어들이는 마중물 될 것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5-08-27 18:49:04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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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14년 '문예연감'을 펴냈다. 지난 한 해 동안 전국에서 벌어진 3만6803건의 예술 활동을 지역·분야·시설별로 분석하고, 그 의미를 해석한 것이다. 활동 건수로만 볼 때 서울과 다른 지역의 격차가 아주 컸다. 약 2만 건(53.9%)이 서울에서 이뤄졌다. 경기도가 4459건(12.1%)으로 두 번째였고, 부산이 2162건(5.8%)으로 세 번째였다.

각 지역에 활동지수를 부여한 결과도 흥미롭다. 서울이 600이라면, 경기도가 149.2, 부산이 106.4다. 그러니까 경기도가 서울의 4분의 1, 그다음인 부산이 6분의 1인 셈이다. 다른 지역의 지수는 대구를 제외하고, 50을 넘지 못한다. 서울의 위세가 대단하다. 서울 인구가 많으니 당연하지 않으냐고? 그렇진 않다. 인구로만 보면, 부산의 지수가 서울의 3분의 1은 돼야 하니까.

■부산 예술은 왜 약할까

문제는 서울 집중 현상이 아니다. 부산이 너무 약하다는 게 진짜 문제다. 6대 예술(문학·시각예술·국악·양악·연극·무용) 분야에서 부산은 인구에 비해 예술 활동이 저조하다. 또 '문예연감'의 대상이 아닌 다원예술과 융·복합예술 활동을 조사해도, 결과가 나아질 것 같진 않다. 젊은 예술인의 숫자가 적다는 얘기다. 예술은 도시의 잠재력을 말해주는 척도다. 특히 세계적인 해양문화도시, 관광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에서 예술은 자동차의 엔진과 같다. 달리 말해 부산의 예술 활동이 미약하다는 것은 시민의 삶이 팍팍하다는 뜻이며, 도시 발전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말이다. 이때 젊은 예술인이 적다는 것은 일종의 '경계경보'다. 미래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란 뜻이다. 그러니 젊은 예술인부터 살려야 한다.

그럼,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야 할까. 진단은 간단하다. 수요가 적으니 공급이 적은 거다. 부산에선 예술로 먹고살 일감이 적으니 예술인이 부산을 떠나고, 그 결과로 부산의 예술 활동이 부진하다는 말이다. 이때 해결책은 일감 만들기에 달렸지만, 지역의 민간 차원에서 먼저 큰 일감을 만들기는 힘들다. 부산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부산시의 선도적 지원을 기다린 이유다. 공적 지원은 유능한 예술인을 부산에 잡아두고 끌어들이는 '마중물'이다.

지난 24일,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부산시가 앞으로 5년 동안 청년문화 활성화를 위해 218억 원을 투자한다는 거다. 이번 계획은 젊고 유능한 청년 예술인의 외부 유출을 막아 지역문화 발전을 이끈다는 취지로 마련했단다. 부산시의 결단에 큰 박수를 보내며, 한 가지 제언을 덧붙이고 싶다. 그것은 청년예술을 특정 장르에 국한하지 말고, 다양하게 육성하자는 제언이다.

■다양한 청년예술을 기르자

현재 부산 지역에는 전통 국악을 현대화하고, 다른 장르와 융합을 시도하는 젊은 예술인이 꽤 있다.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을 생각한다면, 이런 시도가 매우 중요하다. 또 부산이 앞으로 영화제 도시를 넘어 영화제작 도시로 나아갈 것이라면, 영화음악을 창작하는 청년 예술인도 길러야 한다. 그래야 영화산업과 음악을 결합하고, 영화 도시에 걸맞은 영화음악 도시로 함께 발전할 수 있다.

영화음악은 특정 장르로 한정되지 않으며 '올드 팝' '인디밴드' '클래식'을 가리지 않는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파트너인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클래식에 기반을 둔 뉴에이지 음악이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와 마술적 멜로디의 결합은 그 자체로 하나의 융합이다. 부산시 '청년문화 육성·지원 계획'을 통해 다양한 영화 음악인이 탄생하길 바란다.

다른 예술 분야도 이렇게 포괄적으로 생각하면 좋겠다. 거리예술을 예로 들면, 기성 예술인보다는 청년에게 더 적합한 것 같다. 현재 한국에서는 주로 연주와 노래로 이뤄진 '버스킹'이지만, 거리예술의 선진국인 유럽에선 시각예술 연극 무용을 비롯해 곡예(acrobatic)를 포괄한다. 그야말로 종합예술이다. 특히 시각예술 무용 곡예는 일반적 버스킹보다 새로운 경험을 주며, 소음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부산은 거리예술의 최적지다.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도시 경관이 멋지고, 기후도 좋다. 거리예술이 원도심의 근대건축 유산과 결합하면, 도시 재생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가령 영도다리를 들어 올리는 15분은 거리예술 공연에 딱 적합한 시간이다. 이처럼 부산은 다른 도시가 따라올 수 없는 조건을 갖췄기 때문에 청년 예술인이 거리예술에 힘을 쏟으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또 거리예술은 '관객 개발' 효과도 있어, 거리예술이 성공할수록 실내 극장 관객도 늘어난다. '청년문화 육성·지원 계획'이 거리예술을 종합적 시각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청년문화의 희망

그동안 청년문화는 제한된 의미로 묶여있었다. 비보이 인디밴드 그라피티는 청년문화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전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젊은 연극인과 뮤지컬 배우로 구성된 부산의 뮤지컬 컴퍼니 '끼리 프로젝트'는 어린이부터 청년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으며, 청년예술의 범위를 넓혀주고 있다.

한편 청년문화를 비상업적 문화나 비주류 문화로 한정할 때는 그것이 현재 청년들의 생각을 대표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낳을 뿐 아니라, 공적 지원을 무한정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청년예술을 다양하게 육성하고, 일정 부분을 산업과 연계시켜야 차츰 경제적 자생력을 얻고, 민간 차원의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부산 중구 중앙동 '비욘드 가라지'에 주목한다. 이곳은 처음부터 공적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창의성을 발휘했다. 문화 전문가들이 부산의 항만 창고가 해양도시의 핵심 유산이라고 입으로만 얘기할 때, 이 청년들은 직접 오래된 창고를 개조해 문화공간으로 재생했다. 또 '끼리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예술적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흥행에 성공하는, 보기 드문 사례를 만들고 있다. 여기에 부산 청년문화의 희망이 있다. 부산시 '청년문화 육성·지원 계획'이 나아갈 길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철학박사·필로아트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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