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은 개미와 더불어 근면함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꿀벌 없는 세상은 결실 없는 가을을 의미한다. 오죽했으면 꿀벌이 없다면 인류는 4년 내 종말을 맞이할 거라고 아인슈타인이 경고했을까. 그만큼 바지런하다. 꿀벌은 하루 동안 자신의 몸무게에 맞먹는 물을 마시고, 체중비로 인간보다 4배나 많은 산소를 들이마시며 숨가쁘게 일한다. 꿀 1㎏을 얻기 위해 무려 560만 송이의 꽃을 찾아다니는 그야말로 지칠줄 모르는 체력의 소유자다.
5000년 이상의 양봉 역사에서 나타나듯이 꿀벌은 인간과 매우 친숙한 곤충. 그렇다면 꿀벌이 가축일까. 무슨 뜬금없는 질문이냐고 반문할지 몰라도 정답은 예스. 소 돼지 닭과 마찬가지로 엄연히 축산법에 규정된 가축이 맞다. 하지만 '가축 아닌 가축'으로 푸대접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생태계 질서의 중심에 있는 꿀벌의 가치를 안다면 이럴 수는 없을 터. 사과와 블루베리 커피 등 세계 100대 농작물의 71%가 꿀벌 수분에 의존한다. 인류는 식품의 대부분을 여기에서 얻는다. 그 경제적 가치만 연간 380조6000억 원에 달한다. 이처럼 말없이 중요한 노동을 하는 꿀벌이 지금 멸종의 기로에 서 있다.
이른바 '군집붕괴' 현상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집나간 꿀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미스터리가 이어지면서 이미 북반구 꿀벌의 25%가 실종됐다. 그 원인에 대해 설이 분분하다. 살충제로 인해 꿀벌의 뇌가 손상을 입었다는 주장과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설, 그리고 꿀 채집원인 아카시아나무 급감설 등등.
이들 원인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인간이 개입됐다는 점이다. 농업이 산업화되면서 꿀벌은 혹사당하기 시작했다. 가루받이를 하기 위해 먼 곳에서 강제 이주돼 노역장에 투입된다. 준비가 안 된 벌들을 깨우기 위해 옥수수 시럽을 억지로 먹이기도 한다. 원래 살던 방식이 아니어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릴 밖에.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져 감내할 수준을 넘어서면 집단 붕괴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꿀벌 킬러, 즉 '등검은말벌'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 12년 전 부산 영도에서 첫 발견된 이래 파죽지세로 영역을 넓혀가며 꿀벌을 먹어치운다. 도심도 장악해 처마밑에 지어진 벌집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외래종 퇴치에 앞서 꿀벌의 소중한 노동가치를 인식한다면 그냥 있어선 안 될 일이다. 꿀벌 보호 프로젝트를 서둘러 마련해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