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市 '평화의 소녀상' 외면
- 역사 본질 놓치면 안돼
요란했다. 광복 70년이란 무게감이 이렇게 컸던가. 온 나라가 태극기로 도배되다시피 했고, 미디어들은 앞다퉈 특집을 다뤘다. 정부가 전면에 나서 축제 분위기를 조성했다.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 15일에는 광복절 특사를 단행하고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했다. '국민의 방송' KBS는 대통령까지 참석시켜 거창한 '국민대합창'을 연출했다. 정부는 'We, 大韓 프로젝트' '70년 세월, 70가지 이야기' 등 각종 기념사업에 예비비 112억 원을 끌어썼다.
이만큼은 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실속 없이 요란했다는 비판도 따랐다. 70년 전, 태극기를 흔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조상들을 생각하면 광복의 감회는 더 큰 의미를 부여해도 나쁠 건 없겠다. 단, 광복의 본질에 다가선다는 전제 위에서 말이다.
정부가 나서자 부산시 등 지자체들은 장단을 맞추기에 바빴다. 부산시는 영도다리 아래 자갈치 친수공간에서 해방귀국선을 재현하고, 부산항 일대에서 대규모 불꽃놀이를 벌였다. 불꽃놀이의 주제는 '부산항을 깨우는 우리의 함성'이었다. 화끈한 불꽃쇼에 시민들은 환호작약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가 되었는가. 이 질문 앞에서 머뭇거려진다면, 광복 70년 기념사업들이 별 실속이 없었거나 과잉이란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그 뒤끝이 감동이 아니라 요란함으로 돌아온 건 예상한 귀결이다. 광복을 역사가 아닌 행사로 이해하고 애국주의를 부추긴 측면도 없지 않았다.
광복 70년의 이면을 살짝 들추어보면 우리가 걸어온 '위대한 여정'은 안팎의 엄청난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알게 된다. 국가적으로는 여전히 친일파가 득세하는 상황이고, 분단 조국은 열어둔 쪽문조차 닫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지역적으로는 수도권 집중으로 분권, 자치가 답보 상태다. 내부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일제가 저지른 위안부의 상처조차 우리 스스로 끌어안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가 부산시민공원에 자리가 없다고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못하게 한 것은 매우 시사적이다. 화려한 불꽃쇼를 통해 광복을 자축하면서도, 정작 52만8278㎡에 이르는 부산시민공원에 33㎡의 땅을 내줄 수 없다고 한 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아픈 역사의 상처를 덧나게 한다고 본 걸까, 한일 관계를 고려한 때문일까. 손쉽게 부산시의 역사인식 부족을 탓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숨길 수 없는 우리의 민낯이다. 한국 사회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은 여전히 '경계 밖의 존재'로 치부되고 있는 것이다.
파도여 쳐라, 바다여 울어라! 부산항 불꽃놀이가 펼쳐진 지난 14일 영도다리 아래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과 아픔을 달래는 해원상생굿이 열렸다. 끌려간 할머니들이 대한해협에 뿌린 피눈물이 거센 파도가 되어 밀려오는 그 자리다. 천번 만번 굿을 한들 이들의 한이 풀릴까만, 살아있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건 이런 것뿐이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생존자는 이제 47명이다.
광복 70년의 부산항을 깨우는 함성은 불꽃쇼에 휩싸인 화려함의 명멸이 아니라, 역사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진정으로 아픔을 치유하는 마음을 공유할 때 의미가 있다. 가슴을 울려야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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