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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대륙의 실수? /송문석

'짝퉁 애플'로 불리던 중국 전자제품 샤오미…싸고 우수한 성능 갖춰

중국산 얕잡아 본 우리, 더 열심히 실력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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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접착제; 급히 떼야 할 일이 생겼을 때 편리함. 나무젓가락; 차츰 길이가 짧아지면서 교체시기를 알려주며 이쑤시개 대용으로 몇 가닥씩 갈라져 나옴. 맥가이버칼; 맥가이버칼을 수리하다 보면 어느 새 맥가이버가 됨. 밀폐용기; 김치나 장류를 넣고 뚜껑을 닫아두면 알아서 숨을 쉼. 무슨 얘기인지 아직 감이 잡히지 않은가. 그럼 몇 가지 더.

공구세트; 드라이버가 국산 나사한테 짐. 육각렌치는 동그랗게 변함. 변신로봇; 부품이 하나 둘 분해돼 아이들의 조립능력을 향상시킴. 볼펜; 펜 끝에서 볼이 분리되어 자신이 볼펜이라는 것을 직접 증명해 보임. 분무기; 노즐이 차츰 넓어지면서 물총으로 변신함. 온도계; 일년 내내 실내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줌. 체중계; 고장의 원인이 자신의 몸무게 때문이라고 자책하며 다이어트를 하게 됨.

10년 전 인터넷에 떠돌던 '중국산 제품의 장점'이라는 제목의 유머다. 대형마트나 옷가게 등에서 물건을 사와 상표딱지를 뒤집어 보고는 "에이, 중국산이네" 하며 허탈해 하거나, 몇 번 쓰지 않았는데 부서지면 "그럼, 중국산이란 게 다 그렇지" 하면서 쓰레기통에 집어던지며 중국제품에 대한 비하와 함께 은근히 국산에 대한 우월의식을 가질 때였다. 당장 필요한데 국산품이 없거나 몇 번 쓰고 버릴 생각으로 싼 맛에 집어들고 오던 그저 그런 물건이 중국산 상품이었다.

그러던 중국 제품이 이제는 대한민국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전 세계 대형마켓과 가정을 장악했다. 중국산을 사용하지 않고 살아보자는 '차이나 프리' 실험이 잊을 만하면 전 세계에서 벌어지지만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은 없다. 하루도 중국산 제품을 쓰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돼버렸다. 그리고 이제는 중국산이 없으면 생활비가 지금보다 훨씬 더 들거라거나 "중국산도 요즘은 괜찮게 만들어"라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때도 많다.

중국산이 '괜찮게 만드는' 수준을 넘어 "정말 이게 중국산 맞아?"라며 깜짝 놀랄 때는 혹시 없었는가. 그게 바로 '대륙의 실수'란다. 여기에는 '중국산답지 않게 성능이 괜찮다' '이렇게 싼 가격에 이런 고기능 제품을 내놓다니' 라는 놀라움과 함께 선뜻 인정하기 싫은 부정적 인식이 복합적으로 깔려있다.

5년 전 창립 초기만 해도 '산자이(山寨) 애플, 즉 '짝퉁 애플'로 불렸던 샤오미(小米)가 요즘 만들어내는 전자제품은 '대륙의 실수'가 어떤 건지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애플이나 삼성, LG 등 첨단제품을 가격 대비 우수한 성능으로 치고 나간다. 디자인도 깔끔하고 싸구려 티를 벗어 고급스럽고 마감도 미려하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젊은이들 표현을 빌리자면 놀랄 만큼 '착하다'.
샤오미의 보조배터리 미 파워 뱅크, 스마트밴드 '미 밴드', 스마트 체중계 '미 스케일'은 소셜커머스나 오픈마켓 등 국내 쇼핑사이트에서 폭발적인 화제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기능 또한 기발하다. 피트니스 스마트밴드인 미 밴드만 하더라도 손목에 차고 있으면 운동량, 수면 효율과 패턴까지 분석해주고 스마트폰에 전화가 오면 진동으로 알려준다. 체중계인 미 스케일은 체중변화 추이를 체크해주고 가족들의 체중을 알아서 식별해 데이터를 저장해준다. 소비자의 불편과 불만을 쪽집게처럼 알아차리고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만들어 시장에 쏟아낸다. 샤오미의 생태계는 끝없이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액세서리, 웨어러블, 헬스케어, 전구, 신발,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문어발 경영이라고 할 만큼 업종을 가리지 않고, 짝짓기를 통해 새로운 모바일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샤오미와 화웨이가 올 2분기 애플과 삼성을 제치고 1, 2위를 차지했다. 샤오미 알리바바 화웨이 바이두 텐센트 메이주 등 혁신형 기업들이 새롭게 열어가는 스마트 시대는 속도와 상상에서 우리들의 예상을 앞지른다.

15년 전 '세계의 공장 중국'의 실체를 취재하기 위해 찾은 칭타오의 하이얼 본사 공장은 한국산 짝퉁 제품을 찍어내고 있었고, 베이징의 중관춘은 용산전자상가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 하이얼은 세계 1위 백색가전 업체로 성장했고, 중관춘은 IT 벤처기업의 창업열기가 뜨거운 중국의 실리콘밸리가 됐다. 상하이 푸둥지구에는 둥팡밍주탑과 진마오타워 등 마천루만 생뚱맞게 솟아 있을 뿐이었지만 지금은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이 됐다.

아직도 중국인을 '짱깨' 또는 '짱꼴라'로 비하하는 이들이 있다. 중국산이라면 무조건 '짝퉁'이라고 얕잡아 본다. 마치 15년 전, 10년 전 그랬던 것처럼. 중국 노래방에서 여종업원에게 팁을 뿌려대며 으스대던 추억을 못 잊고 의식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거야 개인 자유지만 국가적으로 중국은 너무 크고 너무 빨리 발전하고 있다. '대륙의 실수'는 하루가 다르게 '대륙의 실력'이 돼 가고 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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