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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거문고 줄을 다시 매어야할 때 /조성제

그리스 사태 남일아냐…포퓰리즘 정책 치명적, 빚잔치에 도덕적 해이

한국 수출부진 저성장…경제살릴 개혁 절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5-07-28 19:36:47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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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비상한 관심과 우려를 자아냈던 그리스 사태가 일단 파국을 면했다. 하지만 국제채권단의 이번 구제금융으로 빈사상태에 빠진 그리스 경제가 회복될 것 같지는 않다. 단지 국가부도가 한순간 유예되고 있다는 감이 짙다. 그리스 국민들 사이에 나라를 반드시 구해내야 한다는 절실함이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국난 극복을 진정성 있게 해결하려는 정치 지도자나 리더십도 찾아 볼 수 없다. 그러니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리스는 지난 1980년대만 해도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풍부한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한 관광산업과 해운업 덕택에 풍요를 누렸다. 그랬던 그리스가 불과 30여 년 만에 사실상 부도를 맞으면서 나라가 거덜나버렸다.

그리스 사태가 왠지 남의 일 같지가 않다. 그리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은 국가들이 열 손가락 꼽을 정도라는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 우선 신경 쓰인다. IMF의 구제를 받은 바 있고 처해진 경제여건 등이 그리스와 엇비슷한 데가 적지 않아 동병상련이랄 수 있는 우리로서는 남의 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그리스와 같은 파탄을 당하지 않기 위한 가장 좋은 길은 그리스를 반면교사로 삼는 것이다. 그래서 그리스의 위기 발생 원인을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렇게 다시 들춰 보는 것이다.

그리스의 위기는 이미 알려진 대로 포퓰리즘 정책 탓에 발생했다. 1980년대 경제 호황기부터 호기를 부려 국민연금액 확대 지급 등 각종 복지정책 확대와 공무원 채용 증대를 일삼다 보니 재정이 견뎌내지 못했다. 경제회복 정책의 실패도 부도상태를 맞게 하는데 일조했다. 지난 2010년 재정위기 이후 300조 원의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경제를 살려내지 못했다. 산업에 재투자한 것이 아니라 빚 갚는 데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탈세와 공무원들의 부정부패 만연, 선동정치가들의 득세와 국민들의 도덕적 해이, 부동산 투기를 통한 경기부양 시도와 섣부른 유로존 가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그리스를 망가지게 했다.

최근 우리도 정치권이 보편적 복지를 포함한 각종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복지정책의 확대와 세수 부진 등으로 재정수지도 적자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10년 새 누적적자가 132조 원에 달하고 있다. 가계부채는 비상경고음을 낸 지 오래다. 그리스와 같은 위기가 닥친다면 110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에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할 정도로 심각하다. 정부는 부랴부랴 지난 주 가계대출 폭증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주택담보대출 때 원금은 놔두고 이자만 갚는 장기거치식 대출을 퇴출하고, 대출한도도 줄이도록 했지만 실효가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양대 축의 하나인 수출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 둔화, 엔저 현상 심화, 미국의 금리인상과 그리스 사태 등 글로벌 악재로 고전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 기업들은 중국에 추월당하고 일본에 눌리는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올 들어 우리 수출액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계속 줄어들면서 비상이 걸렸다. 나머지 한 축인 내수시장도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는 동시에 디플레이션의 전형적 양상인 저성장·저물가가 고착돼 가고 있다. 메르스와 가뭄에다 수출 부진이 겹쳐 성장이 저조하다는 게 당국자의 설명이지만 이보다는 저성장의 고착화 현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의 올 잠재성장률은 3% 초반에 불과하고 성장률도 2%대로 떨어지면서 GDP도 2009년 금융위기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이러한 저성장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

그리스와 우리를 비교하면 이처럼 일정부분 닮은 데가 적지 않다. 그래서 우리들도 또 다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예견하는 호사가들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일은 결단코 있을 수 없다. 지난 IMF 시절 우리 국민들은 너나없이 '나라를 살리자', '금을 모으자' 구국대열에 나섰던 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그리스 국민들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리스와 같은 위기를 다시는 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위중한 상태의 우리 경제를 회생하는 것은 별개의 화급한 문제다. 정치권을 포함한 국가는 물론 기업들은 이 난국 극복을 위해 지혜와 방법을 모으고 지체 없이 실행해 나가야한다. 그 한 방법으로, 현재 추진되고 있는 4대 개혁은 기필코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정치권이 올 하반기에 노동개혁에 중점을 두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청년 취업을 확대하겠다고 하니 거는 기대가 크다.

해현경장(解弦更張)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거문고의 줄이 낡아지면 이를 풀어내고 다시 새로운 줄을 매어야 불협화음 없이 제 소리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듯 국가도 낡아 못 쓰거나 불합리한 제도와 정책은 과감하게 개혁해야 제대로 된 역할과 기능을 할 수가 있다. '해현경장하자!' 올 하반기 필자의 화두는 해현경장이다.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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