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장 선출 방식을 둘러싼 부산대 대학본부와 교수회 간 갈등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학본부가 지난 5월 말 간선제 절차 내용을 담은 '일부 개정 학칙(안)' 심의를 의뢰하는 공문을 교수회에 보내고, 곧 이은 지난달 2일 부산대 김기섭 총장이 학내 구성원에게 담화문을 보내면서 갈등의 불이 붙었다. 김 총장은 담화문을 통해 차기 총장을 총장임용추천위원회(간선제)를 통해 선출하겠다는 내용을 공식화했다.

이에 교수회는 즉각 반발했다.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 총장 선출 방식을 정하겠다고 해놓고 총장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했다는 것이다. 교수회 자체 투표에서는 '다시 직선제로 바꾸자'의 의견이 대다수여서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물었을 경우는 직선제로 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었다. 이 점이 김 총장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급기야 교수회는 지난달 25일 '총장 불신임 및 사퇴' 안건을 가결하면서 총장 선출 방식을 둘러싼 갈등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대학본부와 교수회의 치열한 다툼에 대법원도 가세했다. 교수회의 총장 불신임 및 사퇴 의결 전날, 대법원은 총장 직선제 폐지를 내용으로 한 부산대의 학칙 개정이 적법하다고 판결해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총장 선출 방식에 관해 본부와 교수회가 합의할 때까지 총장 선거 절차는 전면 중단된 상태다. 오는 11월 선거를 앞두고 이달 안에는 절차를 진행해야 하지만 극적으로 합의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번 부산대 사태는 표면적으로는 대학본부와 교수회라는 학내 갈등으로 비친다. 하지만 대립의 근원은 따로 있다. 바로 교육부다. 지난 이명박 정부 때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국립대 선진화 방안'이라는 명분으로 과열 혼탁선거를 조장하는 직선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국립대에 간선제 전환을 유도했다. 이에 따라 부산대를 마지막으로 전국의 모든 국립대가 직선제를 폐지했다. 1980년대 민주화의 산물로 쟁취한 대학 총장 직선제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김 총장이 지난달 2일 학내 구성원에 보내는 담화문에서 "우리가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하더라도 교육부는 임용제청을 하지 않을 것이 명백하고 이로 인한 총장 공백 사태, 이어질 정부의 행·재정적 제재로 인한 피해는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한 것은 교육부를 의식한 발언이었다. '권력에 굴복하는 것이 옳으냐'는 논란 유발을 포함해 교육부가 이번 혼란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사실이다.

교육부가 돈줄과 임명권을 쥐고 대학을 쥐락펴락하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 적절한 감시와 견제는 필요하겠지만 재정을 틀어쥐고 행하는 과도한 개입과 간섭은 대학의 발전에 오히려 해가 된다. 대학의 자율성은 헌법도 보장하고 있지 않은가. 가뜩이나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위기시대다.

하물며 교육부는 압력으로 국립대 직선제를 폐지해놓고 간선제로 선출한 총장조차도 임명제청을 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현재 경북대 공주대 한국방송통신대 등은 교육부가 선출 총장에 대해 임명제청을 하지 않아 1년 안팎으로 총장 공백 사태를 빚고 있다. 학교 혼란은 방치한 채 교육부 수장은 내년 총선 준비로 여념이 없다는 소식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이른 시일 안에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발돋움한 비결로 흔히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꼽는다. 물론 요즘에는 깨져서 시끄럽긴 하지만, 이 원칙은 요즘 부산대 사태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