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회 공기업특위(위원장 김영욱)의 행정조사에서 시 산하 21개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의 부실·방만 경영 실태가 확인됐다. 만성적자의 부산관광공사는 시티투어버스 차고지로 활용할 수 있는 공유지를 놔두고 매년 4900만 원의 주차비를 낭비했다. 부산아시아드CC는 최근 4년간 13억 원의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특정업체에 몰아줬다. 무엇보다 부산발전연구원 소속 연구원 12명이 서병수 시장의 시정 비전과 도시 목표를 홍보하는 연구에 참여한 것은 부산 공기업·출자 출연기관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부발연은 21세기 부산을 이끌어갈 싱크탱크라는 점에서 여타 공기업·출자·출연기관의 부실·무능경영과 사뭇 의미가 다르다. 부발연 전체 정규직 49명의 1/4에 해당하는 12명이 시장의 아이디어 뱅크로 투입된 것은 시장을 위한 정책 개발이 곧 부산을 위한 것이 아니냐고 강변하더라도 지나치다. 부발연이 이처럼 본연의 취지를 망각한 탓에 김병환(부산진3) 의원의 지적대로 부발연 연구비 집행률이 기껏해야 20~30%선에 그치고, 심지어 4%에 불과한 해도 나온다.

부발연의 사례를 보면 부산시의회 공기업특위가 강조하는 공기업·출자·출연 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강성철 부발연 원장은 지난해 부산시장 선거에서 부산의 대학 교수들을 이끌고 서병수 후보 지지선언을 했던 인물이다. 강 원장 체제의 부발연이 서 시장에 대해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시정에 쓴소리를 내기는커녕 시정의 나팔수라는 비난을 사는 것도 이 같은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공기업특위는 제7대 부산시의회가 의욕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전국 최초의 사례다. 지방공기업의 무분별한 설립과 방만한 경영이 지자체 재정을 핍박하는 현실에서 공기업특위의 활동은 전국 지자체가 관심 깊게 지켜보는 사안이다. 공기업특위는 내달 초 시민대토론회를 개최한 뒤 8월 말까지 보고서를 작성해 9월 시의회 본회의에서 채택할 계획이다. 공기업특위가 아무리 좋은 개선안을 내놓아도 정작 시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허사다. 공기업 경영자와 중간관리층에 관피아, 정피아를 투입하는 것을 자제하는 등 공기업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