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락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이 '에꼴 드 부산'의 초심을 강조했다. 지난해 전시감독 선임과정에서 비엔날레 보이콧 운동이 벌어지고 운영위원장이 사퇴하는 등 부산미술계가 파행을 빚은 후 취임한 집행위원장의 일성이어서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그만큼 부산비엔날레의 현재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뿐더러 다잡고 헤쳐나가야 할 일들이 산적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비엔날레의 연원을 따져 올라가자면 1981년 부산청년비엔날레부터이고, 제1회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이 열린 게 2000년이니 이때부터만 헤아려도 15년이다. 15년이 흘렀는데 초심 얘기가 나오는 건 부산비엔날레의 오늘과 내일이 썩 순조롭지 않다는 평가와 전망 때문이다. 임 위원장 스스로 '잃어버린 20년'이라고 할 만큼 부산비엔날레에 대한 미술인들의 점수도 박한 편이다. 부산 미술계나 문화계에 부산비엔날레가 도대체 어떤 파급효과를 주었는지부터가 의문이 든다는 미술인들도 적지 않다. 시민들도 부산비엔날레가 열리는지 마는지도 모를 만큼 존재감이 없었다.

'에꼴 드 부산'의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선언은 의미가 크다. 프랑스 니스는 지리적으로 부산과 비슷한 환경을 갖고 있다. '에꼴 드 니스'는 파리 중심의 전통적 문화에 반기를 든 젊은 예술가들이 예술적 열정을 구가하기 위해 지중해 햇볕 아래 모여들면서 시작됐다. 이 점에서 '에꼴 드 부산'은 부산비엔날레가 서울 중심에서 벗어나 새로운 부산문화와 미술을 창조하는 중심이 되겠다는 포부라고 봐야겠다. 또 '초심'을 강조한 것은 초기 바다미술제와 청년비엔날레, 조각심포지엄을 열 때의 열정과 순수함을 다시 살려 부산비엔날레의 재도약을 다짐하는 외침으로 들린다.

부산비엔날레를 부산미술계의 발전은 물론 국제교류를 통한 미술시장의 확장, 부산시민이 주체로 참여해 미술을 즐기고 동참할 수 있는 행사로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전시감독 선임과정에 빚어진 상처와 균열, 반목을 빠른 시일 내에 해소하고 화합해야 할 책무가 새 집행위원장에게 있다. 또 일만 터지면 벌어지는 '꼬시래기 제 살 뜯기' 식의 부산문화판 이전투구 행태도 이제는 버릴 때다. 결국 피해는 부산과 부산문화계가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산비엔날레가 임동락 집행위원장 체제에서 제2의 부흥기를 열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