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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불가피한 임금피크제 /조성제

부산 기업 대부분 먼 산 불구경

내년 불똥 튀기 전 노사 양보·희생으로 슬기롭게 풀어가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5-04-07 19:16:44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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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이 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시한이 지난 3월 말로 끝났지만 대타협안은 오리무중이다. 노동시장의 막히고 경직된 부위의 혈맥을 뚫어 병색이 완연한 우리 경제를 회생시켜야 한다는 대명제도 이런 현실 앞에 공허해질 따름이다.

현재 개혁의 수술대에 놓여져 있는 핵심 쟁점은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 완화, 임금체계 개편,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 의무화,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및 파견 대상 업무 확대, 근로시간 단축의 단계적 시행 및 특별추가 연장 등 총 5개. 노동계는 이 5가지 항목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하니 파행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다섯 가지 항목은 경중을 쉽게 헤아리기 어려운 노동개혁의 핵심 쟁점들이다. 경중은 그렇다 하더라도 시간상 가장 촉박한 이슈는 단연 임금피크제다. 내년 1월부터 법적으로 의무화되는 60세 정년 연장과 함께 시행돼야 하는 임금피크제이기 때문에 8개월여의 골든타임이 남아 있을 뿐이다. 노사정위원회가 지난 6개월 동안 머리를 싸매도 빈손인 걸로 미루어 골든타임 내 해결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임금피크제 도입 없이 정년 연장이 될 경우 노사 간의 대립·갈등은 물론 인건비 부족에 의한 구조조정과 공장 가동중지 사태 등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후폭풍이 우려된다. 부산의 경우 상시 근로자 300명 이상으로 정년 연장 대상인 기업들이 280여 곳에 이르지만 대부분 손을 놓고 관망하고 있다. 대단히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이제 정부 주도로 관철을 하든지 아니면 각 사업장의 노사 간 자율 협의로 하든지 양단 간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단호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금피크제는 원조격인 일본에서부터 그랬듯이 정년 연장과 맞물려 도입됐다. 1990년대 후반부터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사회적 문제의 해결 차원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근로자가 일정한 연령에 이르면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을 보장하는 것이 이 제도의 골자다. 국내에서는 2003년 신용보증기금이 임금피크제를 채택한 후 주로 삼성전자 대한항공 아시아나 KT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 제도를 받아들이고 있다.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고용안정성이 높아졌고 보다 많은 청년층의 신규채용을 유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발표한 '임금피크제 도입 현황 및 효과 분석'에 이 같은 사실이 적시됐다. 이 조사에 따르면 전국 100인 이상 기업 903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곳은 9.4%인 849곳에 불과했고 300인 이상 사업장은 조금 나은 13.4%였다. 도입 효과와 관련해 미도입사업장의 경우 퇴직자 비율이 39%나 됐지만 도입사업장은 16.1%로 반밖에 되지 않았다. 신규채용 중 30세 미만인 청년층의 비율도 도입사업장이 50.6%로, 미도입사업장의 43.9%보다 높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임금피크제의 이 같은 순기능을 차치하더라도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대신 정년을 앞둔 시점부터는 단계적으로 임금을 낮춰가는 이 제도의 도입이 불가피해 보인다.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는 경제상황에서 청년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부담까지 안고 있는 기업으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노동계의 시각은 기업과는 사뭇 다르다. 임금삭감에 대한 부담과 고용유지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인지 몰라도 극구 반대하고 있다. 노동계는 다만 60세를 넘은 근로자의 재임용 때라면 검토할 의향이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임금피크제에 대한 노동계의 이런 반대 태도에 대해 "기성세대가 젊은 층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는 청년 실업자들의 볼멘소리를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물론, 지난 세월을 앞만 보고 달려온 '덕수 세대'의 희생과 노력이 일자리 문제로 폄하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세대 간의 이런 갈등은 고도성장이 지속되었다면 겪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현 상황에서 해결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이해와 양보다. 지금은 눈앞의 이익보다는 고개를 들어 조금 더 먼 곳을 함께 바라보아야 한다. 당면한 갈등과 고민을 어떻게 슬기롭게 풀어 가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가, 우리 미래가 달라질 수도 있다. 갈등의 불씨를 안고 가기 보다는 각자의 의견을 조금씩 좁혀가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때다.

우리 사회는 실타래와 같다. 어느 한쪽이 꼬이면 이를 풀지 않고는 사용할 수 없다. 실을 양쪽에서 잡아당기기만 해서야 결론은 뻔하다. 실이 끊기고 마는 것이다. 우리 모두 실이 끊어지지 않도록 뻗대지 말고, 서로를 향해 다가가자. 이 길만이 공존과 상생을 약속한다.

개혁에는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노사의 양보와 희생, 기득권을 포기하는 대승적 자세 없이는 임금피크제 시행 역시 성공할 수가 없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수습해도 상처가 남게 마련이다. 그러니 불똥이 튀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 상책일 성싶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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