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친환경적인 경제활동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항만분야에서도 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항만자체 에너지 효율향상, 항만주변 환경개선을 도모하는 친환경 항만 즉, 저탄소 녹색성장에 기반을 두고 있는 '그린포트(GREEN Port : Gas Reducing, Energy Efficiencing & Nature-friendly)'라는 개념이 생겨나게 됐다.
실제로 미국 롱비치항,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과 같은 세계 주요 선진 항만은 향후 항만경쟁력의 핵심역량이 그린포트 구축 여부에 달려있다고 판단하고, 2005년부터 적극적으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09년부터 국토해양부(현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그린포트' 종합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그린포트' 종합계획에 따라 국내 주요 항만들이 크레인 및 야드 트랙터(Yard Tractor)의 동력원을 유류에서 LNG로 전환하고 항만시설에 태양열 설비를 설치하는 등 친환경 인프라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비절감 및 온실가스 배출량을 낮추는 등의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지만 선진 항만과 비교할 때는 아직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먼저 앞으로 보다 다양한 형태의 친환경 인프라 확충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친환경 인프라를 보면 항만에 친환경 에너지(LNG) 그리고 신재생 에너지(태양광)를 사용하는 데 국한돼 있을 뿐만 아니라 이마저도 아직 걸음마 단계다. 그러나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이나 미국의 롱비치항은 풍력, 지열 및 산업폐열 등의 다양한 에너지원을 이용해 항만을 운영하고 있다. 또 탄소포집 및 저장 장치 등 온실가스 저감장치의 설치, 하이브리드 예선 등의 도입과 같이 항만의 모든 부분에서 친환경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국내 항만도 더 늦기 전에 선진 항만의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 사용사례를 참고해서 항만 모든 분야에 친환경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미국 롱비치항의 하이브리드 예선 개발 사례와 같이 민간과 정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친환경 인프라 구축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선진 항만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다음으로 그린포트 구축에 기반이 될 법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현재 항만에 입출항하는 선박에 대해 국제협약(MARPOL) 및 국내법(해양환경관리법)에 따라 온실가스 및 대기오염 물질 규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국내 항만은 외국 항만과 비교해 좀 더 세분화되지 못한 부분이 많다.
앞서 사례로 든 롱비치항의 경우 입항 전 선박 연료유를 대기오염을 많이 발생시키는 저질유(벙커-C)에서 훨씬 친환경적인 저유황 경유로 교체하도록 강제하고 있으며, 적극적인 감시와 통제로 항만 내 선박의 오염물질 배출을 강력히 억제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항만은 이러한 구체적인 규제들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린포트 구축을 위해서는 항내에 출입하는 선박들의 실천과 노력이 중요한 만큼, 그린포트 구축에 따른 적절한 법제도의 정비와 효율적인 통제 체계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항만만의 장점을 살려 독창적인 그린포트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나라 항만이 세계 선진 항만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면 무언가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모두가 인정하듯이 세계 최고 수준의 IT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IT인프라를 기반으로 스마트 IT기술(RFID/USN, GPS/GIS, AI SYS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하역시간 단축 및 신속한 통관 등을 통해 불필요한 에너지의 낭비를 줄일 수 있는 우리만의 그린포트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 들어 세계는 해양의 무한한 잠재가치를 중심으로 한 '블루 이코노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육상자원 고갈 및 기후변화 등 인류가 당면한 문제의 해결책을 바다에서 찾으며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다. 이제는 항만도 단순 물류이동의 효율성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친환경성과 지속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그린포트로 거듭나야 한다. 10여 년에 걸친 치열한 항만 간 경쟁 속에서 그린포트는 우리에게 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10년 후에는 국내 항만이 선진 외국항만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그린포트를 선도하는 항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해양환경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