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공공도서관의 올해 도서 구입비가 전년보다 확 줄었다고 한다. 지난해 전체 11곳의 도서 구입 예산 24억 원에서 17%가량 감소한 20억 원이 배정됐다. 구매 가능한 책의 수량으로 따지면 감소폭은 더 크다. 지난해엔 17만2734권의 도서를 신규 구매했는데 비해 올해 배정된 예산으로는 12만5000권 정도밖에 살 수 없다고 한다. 책값이 오른 데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탓이다. 이래서야 제2 국회도서관 유치와 부산대표도서관 설립의 명분이 서겠나 싶다.
지금도 공공도서관 신간 코너는 거의 비어 있다 할 정도다. 부산진구 초읍동의 시민도서관의 인문·사회과학도서 신간 코너 책장은 540권 규모인데 현재 비치된 책은 100권도 되지 않는다. 그나마 꽂혀 있는 책은 종교서적이나 대학교재 등이 대부분이다. 절대량이 부족하다 보니 시민이 새 책을 빌리는 것은 엄두를 내기 힘들다. 오죽하면 '신간 빌리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까. 여기서 도서 구입을 더 줄이면 공공도서관의 기능은 더욱 저하될 것이 뻔하다. 발길을 끊는 시민이 많아질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부산시교육청 예산의 80%에 달하는 보통교부금이 지난해보다 1812억 원이나 줄어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형편이 어렵다고 시민 독서환경 조성에 앞장서야 할 교육청이 공공도서관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행정을 해서야 되겠는가. 신간을 줄이는 것은 도서관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시민의 지식 충전소'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공공도서관을 취업준비생 등의 독서실로 전락시키는 꼴이다.
부산은 대표도서관 설립을 추진하는 동시에 제2 국회도서관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시점이다. 이번 일로 자칫 '서고가 텅 빈 부산의 공공도서관' 이미지가 알려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제2 국회도서관 유치 명분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도시의 심장이고, 그 심장의 심장은 도서임을 잊어선 안 된다. 부산시도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하지 말고 교육청과 협의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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