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초등학교 교실이었을 게다. 선생님이 종교 조사를 한다며 아이들에게 물었다. "집안에 불교 믿는 사람 손들어." 절반 이상이 손을 들었다. 선생님은 교회 다니는 사람, 성당 다니는 사람을 물었다. 이어 "이슬람교 믿는 사람?"하고 물었을 때 교실에 한바탕 웃음이 쏟아졌다. 웃음이 그치자 선생님이 말했다. "없나 보군. 그런데 이슬람교가 세계 3대 종교란 건 알아둬야 해."

무함마드니 메카니 하는 것도 그때 처음 들었던 것 같다. 무함마드는 알라신의 예언자로 이슬람교 창시자다. 생몰연대가 서기 570~632년이니 신라시대 원효대사와 비슷한 시대에 산 사람이다. 부처가 불교를, 예수가 그리스도교를 일으킨 것처럼 무함마드는 유일신인 알라의 뜻을 받들어 이슬람교를 일으켰다. 무슬림은 전 세계적으로 약 16억 명, 국내에도 20여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슬람은 무함마드의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를 신성모독으로 간주한다. 유일신 알라의 속성을 닮으려는 행위로 보기 때문이다.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엡도'는 이 금기를 깨고 2006년부터 무함마드를 조롱하는 풍자만화를 게재해왔다. '성역 없는 풍자정신'을 과시해 온 샤를리 엡도가 그제 충격적인 테러를 당했다. 편집국에 난입한 괴한들이 쏜 총에 언론인 10명과 경찰 2명이 숨졌다. 최악의 '풍자 참극'이다.

그래도 작가들은 풍자정신이 자유를 지킨다고 말한다. 1988년 소설 '악마의 시'를 써서 무슬림들의 공분을 샀던 영국 작가 살만 루시디는 "풍자는 자유를 향한 힘인 동시에 압제, 부당, 우둔함에 대항하는 힘"이라며 샤를리 엡도의 편에 서겠다고 했다.

이 와중에 프랑스 문단의 슈퍼스타로 꼽히는 미셸 우엘베크가 오는 2022년 프랑스에서 이슬람 정권이 출범하는 가상 상황을 다룬 '복종(Soumission)'이란 소설을 출간키로 해 유럽사회가 떠들썩하다. 유럽 각국에서 이슬람 공포증과 인종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시사적 풍자'라 관심이 큰가 보다.

문학에서 풍자(satire)는 세계관·인생관·사건·인물·사회의 부조리를 문학적인 수법으로 조소하는 문체양식이다. 풍자가 작가들에겐 양보할 수 없는 가치지만, 당하는 입장에선 '정당한 표현인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이번 '무함마드 풍자 만평' 사건은 표현의 자유와 명예 훼손, 문명 간 갈등, 종교의 가치, 톨레랑스(관용) 등 여러 문제를 생각해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