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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오룡호와 세월호 /박무성

8개월만에 또 대형사고…사고원인·미숙한 처리, 소름 돋을 만큼 판박이

국민안전처 존재감 없어, 책임감있는 선장만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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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월요일 오후 늦게 날아든 사고 소식은 종잡기 어려웠다. '사조산업 원양어선 베링해에서 좌초…현재는 침몰한 상태…승선 인원은 60여 명, 한국인 선원 1명 사망 확인'이 1신의 전부였다. 구조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몇 명이나 살아있는지 막막했다. 단지 불길한 감만 잡혔다. '이번 사고도 크겠구나…'. 사조산업 원양 트롤어선 '501오룡호'는 이날 오후 1시40분께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완전 침몰했다. 7일 현재 선원 60명 가운데 7명만 구조됐다. 사망자는 27명, 26명은 실종 상태다. 이대로라면 한국 원양어업 사상 최악의 사고다.

점차 드러나는 오룡호 사고원인을 보면 세월호의 경우와 소름이 돋을 만큼 판박이다. 탈출 골든타임을 몇 번이나 놓친 것부터 갈팡질팡하는 당국의 사고대응 시스템, 궁극적으론 자본의 탐욕이 빚어낸 비극이라는 점까지 빼닮았다. "세월호처럼 침몰하고 있다. 시간이 없다." 오룡호의 김계환 선장이 동생에게 국제전화로 남겼다는 말이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김 선장은 세월호가 오버랩된 모양이다.

오룡호 침몰의 직접 원인은 노후화에 따른 선체 균열일 가능성이 높다. 선주사인 사조산업은 어창의 배수구가 막혀 배가 기울기 시작했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선체에 이미 균열이 진행됐거나 구멍이 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오룡호는 1978년 스페인에서 건조됐다. 2010년 사조산업이 30년도 더 지난 배를 사들였다. 외국에서 낡은 배를 인수해 수익률을 높이려고 무리하게 굴리다 결국 사고가 났다.

사고 직후 정부 컨트롤타워가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반성으로 만들어진 국민안전처는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안전처 산하 해양안전센터가 오룡호 조난 신호를 접수한 건 사고 당일 오후 2시께. 안전처는 러시아 측에 구조를 요청했고, 외교부와 해양수산부에 이 사실을 전파했다. 안전처가 한 일은 사실상 여기까지다.

안전처, 외교부, 해수부는 주관 부서를 놓고 허둥댔다. 애초 해수부에 사고대책본부를 꾸렸다가 사고 8시간이 지난 뒤에야 외교부로 일원화했다. 현지 수온이 섭씨 0도 안팎인 사정을 감안하면 촌각을 다퉈야 할 초동대처에 실패한 셈이다.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는 지난 4일 오후에야 해군의 초계기 2대와 해양경비안전본부 소속 5000t급 경비함 1척을 사고 현장에 파견하기로 했다. 경비함이 사고 해역까지 이동하는 데는 꼬박 9일 정도 걸린다. 오룡호 선원 실종자 가족들도 사고 직후부터 읍소하고 울부짖기도 했다. "제발 빨리 조치를 취해달라"고.
오룡호 선원들이 탈출할 수 있었던 기회는 적어도 세 번은 있었다고 한다. 사고 당일 서베링해에는 오전부터 강풍과 높은 파도가 예보돼 있었다. 인근에서 조업하던 준성호, 준성5호, 남북호 등은 모두 피항했지만, 오룡호는 조업을 강행했다. 첫 번째 기회였다. 추가 배당된 쿼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어창에 물이 차 이미 배가 기울기 시작할 때 오룡호 선원들은 접근 중인 카롤리나 77호로 옮겨탈 수 있었다. 두 번째 기회였다. 그런데 오룡호는 펌프를 빌려 물을 빼내는 방법을 택했다. 오룡호는 잠시 복원력을 회복하는 듯했다. 이때 선원들은 선내에 비치된 특수방수복을 입고 구명정을 탔더라면 상당수는 생존할 수 있었다. 마지막 기회였다.

오룡호와 세월호가 명백하게 다른 점도 있다. 선장 이야기다. 김계원 선장은 침몰 10분 전쯤 참치잡이 어선 오양호 이양우 선장과 교신을 했다. 이 선장은 김 선장이 1등항해사 시절 선장으로 모셨던 선배다. 이 선장이 '선원들과 퇴선하라'고 하자 김 선장은 이렇게 응답했단다. "선원들을 저렇게 만들어놓고 무슨 면목으로 살겠습니까." 김 선장은 끝내 배와 운명을 함께했다. 속옷 차림으로 달아나는 세월호 선장의 모습이 어쩌면 모두에게 치욕이고 상처였다면, 김 선장의 마지막은 그나마 책임감과 신뢰의 회복이 아닐까 싶다.

다른 점은 또 있다. 오룡호 사건은 그 규모와 심각성에 비해 너무 작고 적게 보도하고 언급된다. 사고 현장이 원양이라는 거리감도 있지만, 이보다 세월호 트라우마 탓이 큰 것 같다. 그저 외면하고 싶은 거다. 일부 언론은 회피 내지 축소 의도가 역력하다. 대다수 국민인들 해수부 장관이 실종자 유족에게 고개를 숙이고, 외교부 국장은 무릎을 꿇는 모습을 또 지켜봐야 하는 일이 달가울 리 없을 게다. 그렇지만, 대형 사고는 우연히 일어나는 법이 없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29번의 작은 사고가 있고 더 전에는 300번의 징후가 나타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들먹일 것도 없이 모든 사고의 원인은 다면적이고 중층적이다. 안전사회를 담보하기는커녕 대형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이나 자세가 여전히 미진하고 형편없지 않은가. 불편하다고 해서 피할 일이 아니다. 세월호도 오룡호도 정면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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