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대변리의 해수담수화 시설에서 생산된 바닷물 식수가 '방사능 오염' 논란에 휩싸여 이달 초부터 기장군 일원 5만여 가구에 공급기로 한 계획이 연기됐다. 식수 안전성에 불안을 느낀 주민들의 문제 제기를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수용한 것은 적절한 대응이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씻은 후 공급하는 게 순서다. 고리 원전 주변의 갑상선 암 환자 발생과 방사성 오염물질 검출을 놓고 사회적 관심이 쏠려 있기에 더욱 그렇다.
주민들의 불안감은 지난달 환경단체들이 고리 원전 주변 수산물과 토양에서 방사성 물질이 미량 검출됐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데 기인한다. 고리 1호기 배수구 4곳에서는 방사성물질인 요오드-131이 모두 검출됐다. 비록 기준치 이하라 하더라도 장기간 노출되면 인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해수담수화시설과 가장 가까운 배출구의 거리는 불과 10㎞ 정도라고 하니 주민들이 불안해할 만도 하다.
상수도사업본부는 "해수담수화시설은 역삼투막을 이용한 정수과정을 거치고 있어 요오드와 세슘을 95~99% 걸러내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나 주민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원전의 액체 방사성 폐기물 가운데 99%는 삼중수소인데, 역삼투압 방식으로는 삼중수소가 걸러지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대처할 게 아니라, 주민설명회나 현장견학은 물론 필요하면 민관 공동 오염실태조사라도 벌여 불안감을 씻도록 해야 한다.
해수담수화시설의 원수는 대변리 앞 바닷가에서 330~400m 떨어진 지점의 수심 10~15m 깊이의 중층심층수가 사용되고 있다. 채취 지점을 더 멀리 깊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경제성 논란보다 더 무서운 것이 안전성 논란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원전에서 배출하는 액체폐기물의 방사능량에 대한 총량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방류 당시 농도가 기준치에 미달하면 무제한 내버릴 수 있도록 한 현행 규정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보완책이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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