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인구에서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많아지는 현상은 몇 가지에 기인하겠다. 우선 전쟁으로 남성이 다수 사망한 경우다. 대표적인 예가 1864년부터 6년간 남미에서 벌어진 삼국동맹전쟁 직후의 파라과이. 브라질,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연합과 맞붙어 53만 명의 인구가 22만 명으로 줄었고, 특히 남성 90%가 전사해 국가가 괴멸 상태에 몰렸다. 그나마 오늘날 파라과이가 수준 높은 축구를 구사하게 된 데는 빠른 인구 증가책 덕분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러시아도 20대 남성 대부분이 전사 또는 부상당해 당시 성비(性比)가 여자 100명당 남자 70명 정도였다고. 전쟁의 여파에다 낮은 보건의료 수준 등으로 러시아는 지금도 여초국가(女超國家)다.
여아 선호사상도 여성 인구가 남성을 초월하는 한 이유인데 필리핀이 좋은 사례다. 인구통계학자들에 의하면 적당한 남녀 출생 성비는 '105 대 100 '정도. 그래야 20, 30대 연령에 가서 비율이 비슷해진다는 건데 필리핀은 이런 보편성에서 벗어나 있다. '남자에게 교육을 시키면 쿠데타를 일으킨다'는 인식이 강했던 스페인으로부터 300년간 식민지배를 당한 영향 탓. 출생, 학교, 취업 모두 여성 우선이라지만 무턱대고 부러워할 건 아니다. 여자 인구가 남자의 4배에 달해 신랑감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 한다. 필리핀 여성들이 국제결혼을 선호하게 된 이유다.
특수한 예를 빼고 현재 많은 유럽 국가와 미국, 캐나다 등이 맞닥트린 '여초'는 남성과의 수명 차이 때문이다. 그런데 여초현상이 강해진다 해서 반드시 여권 신장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중동지역은 여초거나 말거나 예부터 일부다처제의 남성 위주 사회다. 한국도 여성 생산성 시대가 됐지만 정치, 군사 등 부분에선 여전히 약세다. 여성 권리 보장 1등 뉴질랜드는 아직까진 연구대상.
우리나라도 내년부터 여초시대에 돌입한단다. 1960년 통계 이후 여성이 2531만 명으로 남성(2530만 명)을 처음으로 앞지를 거라는 게 통계청 추산. 전통적인 남아 선호사상은 옅어져 여아 성비와 균형을 맞춰가는데, 노령층에서 남성보다 오래 사는 여성이 많아지고 있는 게 주된 이유다. 문제는 이것이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이어져 경제 성장이 지체되는 '인구 오너스(onus·부담) 현상의 신호탄이라는 점. 사실 지금까지는 남초시대여서 그에 대한 연구나 검증된 사항은 많지만 '여초 연구'는 별로 없었다. 대변혁기 현상을 다방면으로 진단하고 대책을 수립할 때가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