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등 국내 원자력발전소 인근 수산물과 토양의 방사성 물질 검출률이 다른 곳보다 더 높게 나왔다니 당혹스럽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여파로 일본산 농수산물에 대한 공포가 덮쳤던 것을 떠올리면 결코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고리 1호기의 수명 재연장을 둘러싸고 국민의 신경이 곤두선 마당이 아닌가. 정부와 한수원은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알려 줘야 할 의무가 있다.

고리·영광·월성·울진 등 4곳의 원전 23기의 온배수 배출구 주변 5㎞ 이내 수산물과 토양의 방사능 조사를 벌인 결과 세슘-137과 요오드-131이 나왔다는 게 환경자치연구소 등 민간 반핵단체들의 발표다. 전체적으로 59개 시료 중 12개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으며 특히 고리원전 인근 지역에선 22개 시료 중 7개에서 검출됐다고 한다. 그들은 대조군인 김포에선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미뤄 원전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주장한다. 액체 폐기물 방류에 의한 방사성 물질의 배출이 상시적이지 않느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한수원 측은 세슘과 요오드는 전국 여러 곳에서 검출되며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조사로는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단체가 발표한 방사능 물질 검출률이 기준치 이하라 해도 장기간 식품 섭취를 통해 방사성 물질이 몸에 쌓이면 갑상선암 등의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 만큼 국민의 불안을 진정시키기엔 충분치 않다. 공연히 쉬쉬하면 소비 불안 심리를 자극해 수산업 전체에 타격을 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국민들은 정확한 사실 관계를 알 권리가 있지 않은가.

정부와 한수원은 원전 인근 지역에 대한 정밀 조사를 즉각 실시할 일이다. 민간단체들을 조사과정에 참여시켜 의혹이 일지 않도록 할 필요도 있다. 최근 법원이 원전 주변 거주자의 갑상선암 발병에 대한 한수원의 책임을 인정했듯 의혹을 뭉개면 더 큰 곤경에 놓일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민간단체의 조사 결과가 사실로 판명된다면 고리 1호기 폐로를 포함한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