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7월 8일 토쿄타워에서 도미무라 준이치란 사내가 인질극을 벌였다. "일본인이여, 오키나와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는 글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그는 미국인 선교사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천황의 사죄를 요구했다. 1930년 오키나와 출생인 그는 군국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10세 때 천황 사진에 대한 경례를 거부해 소학교에서 쫓겨났던 인물.
오키나와 사람들은 일본 본토인을 '야먀톤추', '야마토(大和)사람'이라 하고 스스로는 '우치난추', '유구(琉球)사람'이라고 부른다. 서로 종족부터 다르다는 걸 드러내기 위해서다. 야마토는 서기 3세기 말에 세워진 일본 최초의 통일정권으로 일본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종족의 통칭어다. 오키나와의 유구국은 1879년 일본에 복속됐다. 근대 일본 최초의 식민지.
알려진 대로 오키나와인의 수난사는 참혹하다. 태평양전쟁 때 인구의 1/3인 12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제국주의 일본은 오키나와인들에게까지 이른바 '옥쇄(玉碎)'를 강요했던 것. 종전 후 27년간 미국이 통치했지만 1972년 다시 일본에 귀속됐다. 준이치의 인질극도 오키나와의 일본 귀속 반대운동이었던 것. 지금도 여론조사에선 오키나와인 40% 이상이 스스로를 일본인이 아닌 오키나와인으로 생각하고 있고 독립에 찬성하는 이도 20%가 넘는다.
오키나와인들의 가장 큰 불만은 미군기지 문제. 일본 영토의 0.6%, 인구의 1%에 불과한 이곳에 주일미군기지의 74%가 몰려 있고 전체 면적의 18.3%를 미군이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주민들은 미군 기지 철수를 주장해 왔다. 특히 후텐마(普天間) 미군기지 이전은 오래 끌어온 난제. 지금 기지가 좁고 위험해 미국과 본국 정부가 헤노코 해안을 매립해 옮기겠다고 하자 생태계 파괴 등을 이유로 주민 다수가 반대해 왔던 것.
최근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에서 이전에 찬성하는 현 지사와 반대하는 오나가 다케시 전 나하 시장이 격돌했다. 아베 총리는 거물급 중앙 정치인을 현지에 보내 현 지사의 선거를 적극 도왔다. 세계적 테마파크인 유니버설스튜디오 재팬을 오키나와에 유치하겠다는 약속까지 내놨다. 그러나 주민들은 오나가 후보를 선택했다. 기지 이전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현지에선 이번 선거 결과를 누적된 오키나와인들의 분노의 표시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슬픈 섬 오키나와의 아름다운 풍광 위로 제주도 강정마을의 모습이 오버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