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護疾忌醫 /정상도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호질기의(護疾忌醫)라는 말이 있다. 중국 전국시대 명의인 편작(扁鵲)과 채(蔡)나라 환공(桓公)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병을 숨기고 고치려 하지 않아 결국 자신의 몸을 망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언을 듣지 않으려 하는 그릇된 태도를 꼬집는 고사성어이다.

부산시의 부산문화재단 민간 이사장 임명 강행과 관련한 일련의 흐름을 보면서 이 말이 떠올랐다.

편작이 환공을 보고 "피부에 병이 들었으니 지금 치료하지 않으면 심해질 것"이라고 충고했다. 환공은 "병이 없어 치료할 필요가 없다"며 편작의 말을 듣지 않았다.

지난 9월 12일 부산시는 "부산문화재단의 역량 강화와 자율성 확대를 위해 민간 이사장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장이 민간에 흔쾌히 자리를 넘겼다고 하지만 '보이지 않는 손' 논란에 이어 부산예총과 부산민예총이 적임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함께 낼 정도로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민간 이사장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보다는 특정인을 위한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편작은 열흘 뒤 다시 환공을 만나 "병이 살 속까지 퍼져서 서둘러 치료하지 않으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환공은 다시 편작의 말을 무시했다.

부산시는 지난달 7일 부산문화재단 민간 이사장에 최상윤(74) 동아대 명예교수를 임명했다. 부산 문화계가 '물레방아가 거꾸로 돌아가는 느낌'이라고 반발했다. 민간 이사장제의 취지에 합당한 인물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22개 문화예술 및 시민단체에 이어 대학교수 170여 명이 최 이사장 임명 반대 목소리를 높였으나 부산시는 지난달 13일 최 명예교수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시는 최 명예교수 임명 이유를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폭넓은 활동으로 문화예술 경험이 풍부하고 현장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편작은 다시 열흘 뒤 환공에게 "병이 내장까지 미쳤으므로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환공은 이를 귀담아듣기는커녕 화를 내며 편작을 내쳤다.

지난달 23일 부산 예술인과 예술단체가 '위기의 부산문화, 관변의 시대로 퇴보하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민간 이사장 임명에 대한 반대 여론을 이끌어나가기로 했다. 부산시의 일방적인 민간 이사장 임명 절차에 관한 문제를 함께 제기하며 민간 이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범시민 서명운동을 병행하기로 했다.

편작은 다시 열흘 뒤 환공을 찾았으나 이번에는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다가 돌아가 버렸다. 편작은 그 이유를 "병이 이미 골수까지 스며들어 고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닷새 후 환공은 온몸에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으나 편작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호질기의' 고사는 여기서 끝나지만, 부산시의 부산문화재단 민간 이사장 임명 강행에 대한 부산 문화계의 반대 운동은 현재진행형이다.

5일 오후 부산 남천동 한 음식점에서는 시민단체 대표와 문화계 원로, 대학교수들이 모여 이 문제와 관련한 범시민대책위원회 구성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최상윤 이사장 퇴진과 함께 부산시의 문화정책 마인드 전환을 촉구하기 위한 범시민대책위 출범식 일정 및 활동 방안 등을 논의했다. 말로만 문화융성이 아니라 실질적인 문화융성정책을 추동하겠다는 의도이다.

그럼에도 부산시는 요지부동이다. 그동안 제기됐던 신임 민간 이사장과 관련한 문제점을 해소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민간 이사장 임명 철회는 재고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결자해지의 용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산시와 이번에 임명된 민간 이사장은 모든 상황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천동설과 흡사한 아집을 내려놓아야 한다. 자신의 말을 외면한 환공을 두고 편작은 홀연히 사라졌으나 이 사태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부산에 뿌리를 둔 부산 사람이다. 이들은 이 문제를 제 일로 생각한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계속 활동할 것이다.

특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이들을 '내 편이 아니라 저쪽 사람'이라며 이상한 색깔을 덧칠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것은 인사 참사에 이어 문화계를 갈기갈기 찢어 회복불능의 사태로 몰고 갈 자충수이기 때문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3. 3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4. 4전재수 부산시장 “목숨 걸고 북항 돔구장 공모 준비”
  5. 5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6. 6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7. 7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8. 8“끝내 알 수 없었던 어머니 마음…그 알 수 없음이 인간이죠”
  9. 9경남도, 2027년 농어촌 기본소득 공모에 산청군만 추천
  10. 10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1. 1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2. 2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3. 31호기 명단 유출 파일 'MOFA(외교부) 형식, 유출 경위 파악에 주력
  4. 4李 “집값 놀라울 정도로 하락…통계 제대로 알려야”
  5. 5정계 “지역언론 독립·공공성 훼손없게 계속 관심을”
  6. 6[속보]李대통령, 사랑제일교회 향해 “버티면 된다는 건 세상에 없어”
  7. 7친청 “공개사과하라”·김 “자정 노력”…민주 신천지 수습 난항
  8. 8국회의원 치적 ‘또’ 홍보한 김형찬 전 강서구청장 기소
  9. 9국힘 신임 부산행복연구원장에 오경은 전 구의원
  10. 10美 중간선거 시작, 우주서도 투표는 계속된다
  1. 1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2. 2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3. 3"가덕도신공항 올해 예산집행률 고작 0.03%…정상화 시급"
  4. 4“부산 해양수도·북극항로 육성, 선원 역할 중요”
  5. 5한진칼 주식 더 사는 조원태…호반과 지분경쟁 2R
  6. 6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김장재료 공급 차질 없도록 할 터”
  7. 72050년 중간저장시설·2060년 영구시설…정부, 방폐물 관리 3차 계획안 여론 수렴
  8. 8[증시와이드] 불확실성 커진 증시…우량주 중심 냉정한 대응을
  9. 9‘반도체 소부장’ 원익 공채에 1만2000명 몰려
  10. 10석유류·공업제품값 ‘고공 행진’ 지속…부산 10월 물가상승 4개월만에 최고(종합)
  1. 1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2. 2전재수 부산시장 “목숨 걸고 북항 돔구장 공모 준비”
  3. 3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4. 4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5. 5경남도, 2027년 농어촌 기본소득 공모에 산청군만 추천
  6. 6“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7. 7에코델타에 유치원·초·고교 추가 신설
  8. 8부산 양정동 한 대학 창고서 불…인명피해 없어
  9. 9수백 개 대포통장으로 2700억 원대 불법자금 세탁 일당 무더기 검거
  10. 10수능 ‘AI 안경 커닝’ 막는다지만…전문 탐지기 없어 실효성 의문(종합)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3. 3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4. 4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5. 5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6. 6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7. 7[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8. 8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9. 9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10. 10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선출 권력 통제
등골 프로텍터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건강 불평등 해소한다더니…취약지역 외면한 의료버스
AI 악용 부정행위, 수능 공정성 지킬 대책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낯설고도 궁금했던 부산과의 첫 만남
일상으로의 초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