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8월15일부터 사흘 동안 미국 뉴욕 북부의 베델 평원에선 히피들의 지상낙원이 펼쳐졌다. '우드스탁 뮤직 앤 아트 페어'란 이름의 팝 페스티벌이 펼쳐졌던 것. 슬로건은 '사흘간의 평화와 음악'. 18만6000장의 티켓이 사전 판매됐고 50만여 명의 히피 팬들이 열광했다. 리치 헤이븐스의 공연으로 시작된 축제는 조안 바에즈, 산타나, 재니스 조플린 등의 무대로 이어졌고 마지막은 흑인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가 장식했다.

빨간 띠에 청바지 차림의 헨드릭스는 신들린듯 기타를 연주했고 트레이드 마크인 이빨로 기타줄 물어뜯기 퍼포먼스가 나오자 베델 평원이 떠나갈 듯 열광했다. 절정은 미국 국가 연주. 커다란 효과음 속에서 조롱 가득 찬 연주는 베트남전에서 보인 미국의 폭력성에 대한 고발로 해석됐다. 우드스탁 페스티벌은 60년대 록 문화의 정점을 보여주는 사건이자 히피 문화의 마침표이기도 했다.

지미 헨드릭스와 짐 모리슨, 여성인 재니스 조플린은 세계 팝의 '3J'라 불린다. 20세기 최고의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는 하드록, 헤비메탈 음악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사이키델릭 밴드 '도어스'의 리더이자 반항 이데올로기의 표상인 짐 모리슨, 영혼을 흔드는 목소리로 심금을 울렸던 여성 보컬리스트 재니스 조플린. 이들 셋은 묘하게도 만 27세에 요절했다.

한국 로커들의 계보도 만만찮다. 누가 뭐래도 한국 록의 대부는 신중현일 터이다. 1957년부터 미8군 무대 기타리스트로 활동을 했던 그는 1962년 한국 최초의 록밴드 'Add 4'를 결성한다. 1964년엔 록 앨범을 발매했고 1973년에 '중현과 엽전들'을 결성했다. 독특한 리듬의 '미인'은 당시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한국 록은 한대수,산울림,김수철, 들국화,시나위,한영애를 거치며 깊이를 더해갔다. 90년대 대중음악의 총아라면 아무래도 서태지를 첫손에 꼽아야 하겠지만 '철학적 로커'라 불리는 신해철 역시 빠트릴 수는 없다.

한국 록의 우뚝한 봉우리 하나를 차지한 신해철의 장례식이 지난달 31일 치러졌지만 추모 열기가 가라앉지 않는다. 대중음악인으로서는 드물게 진보적 관점에서 정치와 사회에 독설을 날려 '마왕'이란 별명도 얻었던 그다. 1만6000명이 빈소를 찾았다. 록음악의 큰 별이 진 데 따른 상실감과 더불어 석연찮은 죽음이 상승작용을 일으켰기 때문일 터. 46세의 요절이 새삼 안타깝다. 한국 록의 새로운 계보를 이을 걸출한 스타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