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발전연구원(BDI)이 3개 분야 10개 혁신안을 내놓았다. 강성철 원장 취임 2개월 만이다. 주로 연구능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구원을 포함해 일반 관리직원도 평가에서 하위 10%를 2년 연속 받으면 퇴출된다. 대신 2년 연속 상위 10%에 들면 특진과 포상을 한다. 일정 기간 승진하지 못하면 퇴출하는 직급 정년제도 신설했다. 그런데 부산을 대표하는 싱크탱크로서의 위상 확립을 위해 가장 중요한 독립성 확보 방안이 빠졌다. 여러 가지 개혁안을 내놓고도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다.

독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은 두 가지다. 먼저 부산시가 부발연의 자율성을 존중해주는 일이다. 부발연은 한 해 70억 원 가까운 돈을 시에서 지원받는, 부산시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시 출연기관이다. 시가 감사 등을 통해 일반적인 운영에 관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부발연의 연구방향이나 내용에까지 간섭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이것이 지켜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부발연을 부산시 용역 수행기관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시가 갑으로서 부발연을 을 취급하는 데 일차적 원인이 있다.

지난해 부발연이 수행했던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과 관련한 적격성 검토 용역의 부실도 따지고 보면 시가 강조하는 '민간자본을 이용한 재개발'에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하겠다. 부산참여연대가 부발연 개혁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시의회가 부발연의 올해 운영 예산을 당초 72억여 원에서 66억여 원으로 6억 원 삭감한 것도 부발연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수모다.

부발연이 자율성을 확보하려면 자체 역량 강화도 절대적이다. 연구원들이 객관적이면서도 질 높은 결과물을 산출해내려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원장의 역할이 바로 이것이다. 시에서 연구에 대해 이런저런 간섭을 하면 원장이 이를 막아줘야 한다. 그래야 연구원들이 연구원으로서의 자부심을 지켜가며 일할 수 있다.

그런데 강 원장은 지난 6·4지방선거 이틀 전인 6월 2일 부산지역 대학교수 508명의 서병수 후보 지지선언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서병수 시장으로부터 부발연의 독립성을 지켜내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개혁안에 독립성 확보 방안이 없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2011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박사급 연구원 7명이 대학과 민간연구소로 줄줄이 이직해 논란이 됐었다. 당시 현오석 원장이 정부 정책에 동조를 강요하는 등으로 연구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았다.

결국 부발연 원장을 시장이 낙점하는 현행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시민사회 등 전문가 집단에 원장 선임권을 주거나, 원장 선임 과정에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등의 개선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이갑영 인천발전연구원장은 올 1월 취임사에서 연구원 스스로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켜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인 이 원장은 구체적 해법으로 "시청 실·국에 끌려다니면 안 된다. 그들을 선도할 수 있는 선제적 연구가 필요하다"며 "인천은 물론 다른 지역 기관에서도 연구 과제를 수주해 대외적으로 정책 생산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발연의 독립성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