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 60분, 심근경색 120분, 뇌졸중 180분. 생존이나 예후를 결정짓는 대략의 치료 제한 시간이다. 여러 응급상황 중 가장 다급한 경우는 물론 급성 심장마비다. 심장이 뛰지 않아 호흡과 맥박이 정지되면 4분 이후부터 뇌가 손상되기 시작한다고. 그 안에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으면 사망하거나 영구장애를 가진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회복한 것도 애초 이 위기에 잘 대처해서다. 금쪽같은 시간들이라 해서 의료계에선 '골든타임(golden time)'이라 칭했는데, 지금은 다양한 분야서 의미있게 쓰이고 있다.

아마 올해만큼 골든타임이라는 용어를 자주 듣고 입에 올린 적도 없을 성싶다. 세월호 침몰 당시 초기 구조 실패에서 비롯돼 툭하면 여기저기서 끌어다 활용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초이노믹스'도 그 범주. 어느덧 대중적 용어가 돼 버렸으니 국립국어원이 가만 있을리 없다. 여론 수렴을 통해 싱크홀(sinkhole)을 함몰구멍, 세어 하우스((share house)를 공유주택으로 다듬으면서 골든타임을 '황금시간'으로 불러줄 것을 권유하고 나섰다.

생각해보면 단 네 글자로 골든타임만큼 중요하고 긴박함을 표현하는 용어도 없는 것 같다. 서두르지 않을 수 없는 느낌이 팍팍 온다. 2년 전 외상외과를 배경으로 한 의학드라마 '골든타임'이 인기를 끈 이유는 수도권에서 촬영된 기존 작품들과 달리 부산의 해운대백병원이 무대였다는 점만이 아니다. 생과 사를 가르는 응급의 긴장감을 잘 담아낸 게 석해균 선장을 수술한 아주대의대 이국종 교수와 오버랩되면서 시청률을 높였다. 안타까운 건 골든타임이 강조되곤 있지만 현실이 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게다. 통계청에 의하면 국내 중증외상환자 10명 중 3명은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다 하니 일단 조심하는 게 상책이다.

삶에서도 '해야 할 때'인 골든타임을 놓치면 후회하듯이 국가경영 또한 말하면 무엇하리. 그제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과 어제 여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강조된 골든타임은 사뭇 달랐다. 대통령이 37분 연설 중 '경제'를 59번이나 반복할 정도로 여는 '경제 골든타임'을 외쳤다. 반면 야는 '개헌 및 남북관계 골든타임'을 들고 나왔다. 이런 동상이몽도 없으니 보는 국민이 딱하다. 더욱이 여권은 세월호 수습이나 국가개조에 여태껏 시간을 허비하고, 인사참사 책임을 물어야 할 '김기춘 골든타임'도 놓친 마당이다. 경제는 살려야겠지만 그 말이 떨떠름하게 들리는 이유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