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과학과 인문학은 교양 앞에 평등한가 /김상욱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4-10-13 20:17:34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 노벨상의 계절이다. 기자들이 과학자를 많이 찾는 시기이기도 하다. 기자들의 질문은 대개 비슷한 요청으로 시작된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과학기사의 주된 독자가 초등학생일 리는 없다. 이런 요청에는 독자들의 과학지식 수준이 초등학생 정도일거라는 가정이 깔려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른 분야에 대한 취재를 할 때에도 기자들이 이런 요청을 하는지 궁금하다.

2. "로미오와 줄리엣의 작가를 아시나요?" 로미오의 작가는 아는데 줄리엣의 경우는 모른다고 답하면, 회식 분위기가 좋아질 거다. 하지만, 정색을 하며 "처음 듣는 책인데요"라고 답했다가는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될지 모른다. "열역학 제2법칙을 아시나요?"하는 질문에는 사뭇 다른 반응이 나온다. 사람들이 오히려 질문자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것이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는 교양이지만, '열역학 제2법칙'은 교양이 아니라는 말이다. 물리학자가 보기에 이 두 질문의 중요도는 비슷하다. 열역학 제2법칙은 시간이 왜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지 설명해주는 법칙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죽는다는 것보다 중요한 사실이 있을까?

3. 디트리히 슈바니츠의 '교양'은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이란 부제를 달고 있다. 본문만 700페이지에 달하는 책으로, 유럽인의 입장에서 쓴 교양백과사전이라 할만하다. 필자가 이 책에서 놀란 것은 과학을 다룬 부분이 30페이지가 채 안 된다는 사실이었다. 더구나 이조차도 토마스 쿤, 프로이트, 사회과학을 뺀다면, 고작 9페이지가 남는다. '교양'의 저자는 사람이 알아야할 모든 것의 목록에 자연과학을 1%만 넣은 것이다. 교양이란 타인과 소통하고 스스로를 성찰하여 그 결과를 행동으로 이끌어내는 능력이라고 한다. 과학이 이런 능력을 배양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일까?

4. 현대 우주론은 우리가 사는 지구가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고 말해준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도는 10여 개의 행성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태양은 우리 은하에 있는 수백억 개의 별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우리 은하는 현재까지 관측된 수백억 개의 은하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즉, 우주에서 지구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보다 인간에게 큰 성찰을 주는 사실이 또 있을까? 이것만이 아니다. 진화론은 인간이 특별한 생명체가 아니라고 말해준다. 현재의 모든 생명체는 똑같이 45억년을 진화해서 성공적으로 생존한 동료들이다. 어찌 보면 생명존중의 윤리는 진화생물학에서 기원하는지도 모른다. 또한,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5. 우주는 텅 비어 있다. 지구가 모래 알갱이만하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태양은 오렌지 크기가 되고, 지구는 태양에서 6미터 거리에 위치한다. 오렌지 크기의 태양이 부산역 광장분수대에 놓여 있다면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인 해왕성은 부산역 플랫폼에 위치한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첫 번째 별인 '알파-센타우리'에 도착하려면 일본 홋카이도 북쪽 끝까지 가야한다. 결국 부산역을 중심으로 반경 1600 킬로미터 이내에 오렌지 한 개랑 모래 알갱이 몇 개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따라서 주변에 무언가 물질이라 부를 만한 것을 발견한다면 그 자체로 기뻐해야 한다. 생명체는 지구에서만 발견되는 아주 특별한 물질이다. 내 주위에 생명체가 있다면 이것은 놀라워해야 할 일이다. 더구나 그 수많은 생명체 가운데 나와 같은 종(種)을 만나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다른 인간을 사랑해야만 하는 우주론적 이유다.

6. 에른스트 페터 피셔의 '과학을 배반하는 과학'에 나오는 이야기다.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는 "과학은 과학이 무엇을 해도 좋고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 설명할 수 없다"며 "다윈을 이해하려는 사람은 칸트를 읽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 "칸트를 이해하려는 사람은 다윈을 읽어야 한다". 칸트는 그의 인식론적 범주들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왜 그가 별이 빛나는 하늘을 보며 전율하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화론적인 사유가 칸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7. 학문의 융합, 문·이과의 통합이 요즘 학계와 교육의 화두다. 하지만 교양이라는 관점에서 과학과 인문학은 그동안 평등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이 과학을 교양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함께 가기 위해서는 우선 평등해야 한다. 과학은 교양이다.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낮 최고 13~18도
  2. 2반도체 날개 달고 韓 수출 사상 첫 9000억 불 돌파…올해 1조 달러 달성할 듯
  3. 3[속보]피 토하는 아들 방치하고 사망보험 가입한 보험설계사 母 징역 3년
  4. 4오픈AI 샘 올트만 깜짝 방한…삼성 사장단에 AI 특강(종합)
  5. 5정부, “가덕도신공항 건설 대한 주민 의견 최대한 많이 들을 터”
  6. 6[속보] 핼러윈 인파 혼잡에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7. 7진주서 택시 화재…운전자 등 2명 화상
  8. 8롯데렌탈 매각 거래종결, 1조3000억원가량 대금 확보
  9. 9[속보]‘공무원증 보여주며 안심시켜’ 60억 전세사기 前 경찰관 항소심서 감형
  10. 10FBI, 바이낸스 가상화폐 8.4조원 털이범으로 북한 지목
  1. 1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2. 2[속보] 국힘 장동혁, 李대통령에…“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나”
  3. 3장동혁 “李대통령 ‘황제골프’ 수준 넘어 ‘민폐골프’”
  4. 4한미일 외교장관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한 의지 재확인”
  5. 5李대통령 "다문화 지원 필요하나 역차별까지 정당화 안 돼"
  6. 6진성준 뒤늦게 美비자 발급, 野"한미동맹 균열 드러낸 외교 망신"
  7. 7“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8. 8“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9. 9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10. 10[속보] 장동혁 “투표지 육안으로도 많은 문제…특검, 진실 밝혀야”
  1. 1반도체 날개 달고 韓 수출 사상 첫 9000억 불 돌파…올해 1조 달러 달성할 듯
  2. 2오픈AI 샘 올트만 깜짝 방한…삼성 사장단에 AI 특강(종합)
  3. 3정부, “가덕도신공항 건설 대한 주민 의견 최대한 많이 들을 터”
  4. 4롯데렌탈 매각 거래종결, 1조3000억원가량 대금 확보
  5. 5은행 부실채권 1년만에 1조3000억 늘었다…8년6개월만에 최대
  6. 6못 말리는 한국 제품 인기…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 눈앞에(종합)
  7. 71248회 로또 복권 1등 15명…당첨금 각 19억 3365만 원씩
  8. 8기초연금 받으면 부자?…수급 상위 1% 근로소득 월 220만원
  9. 9삼성 사장단 50여명, 샘 올트먼과 AI 미래전략 논의
  10. 10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0.5원 ↑
  1. 1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낮 최고 13~18도
  2. 2[속보]피 토하는 아들 방치하고 사망보험 가입한 보험설계사 母 징역 3년
  3. 3[속보] 핼러윈 인파 혼잡에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4. 4진주서 택시 화재…운전자 등 2명 화상
  5. 5[속보]‘공무원증 보여주며 안심시켜’ 60억 전세사기 前 경찰관 항소심서 감형
  6. 6울산시, 노동안전감독과 신설 등 '2026년 하반기 조직개편안' 입법 예고
  7. 7부산 영도 조선소 러시아 어선 화재…소방대원 1명 부상
  8. 8진주서 송전탑 전선 교체 작업 중 60대 근로자 추락 사망
  9. 9진주시, 70여 년 만에 보건소 단독 신청사 건립
  10. 10거창군, 입영 청년에게 지원금 10만 원 지급
  1. 1‘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2. 2“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3. 3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4. 4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5. 5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6. 6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7. 7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8. 8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9. 9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10. 10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클릭으로 여는 독도
지긋지긋한 론스타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회 출석 거부하며 장외 사실호도 일삼는 지광
AI 해킹 범죄 고도화…수사 공백 해소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