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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자영업의 건강한 생태계 /박무성

자영업계 '시한폭탄' 정부 권리금 보호방안, 재개발 땐 적용 안돼

임대인 횡포 막고 자율협의체 유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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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네 곳곳에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이 제법 있다. 규모도 고만고만하고 장사가 썩 잘 되는 집도 없는 것 같아 지나칠 때마다 썰렁한 내부를 보면 '다들 어떻게 먹고사나' 싶기도 하다. 1년도 안 돼 간판을 바꾸는 곳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도 5년 전부터 제자리를 잡은 단골집 한 곳은 '맛집'으로 명성을 날리면서 꽤 성공한 듯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새 집주인이 월세를 200% 올려달라고 했단다. 보증금 8000만 원에 월세 180만 원을 주고는 버틸 재간이 없다는 거다.

동네책방이 다 사라지고 없는 판에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그리 크지 않은 서점이 있다. 이달 들어 내부 수리를 하더니 점포 규모를 딱 절반으로 줄여 놓았다. 반쪽 가게가 됐으니 모양새가 옹색하고 손님도 줄 수밖에 없을 게다. 월세 300만 원을 도저히 감당하지 못해 점포를 '도려낸' 것이다. 직장인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박봉이라도 꼬박꼬박 봉급받는 월급쟁이가 제일 심장 편하다'는 것인데, 그 소리를 아무 대꾸 못하고 들어야 했다.

주변에 장사하는 사람들 대부분 자기 '인건비 따먹고 산다'고 그런다. 1억~2억 원 남짓한 퇴직금을 밑천으로 벌일 수 있는 장사가 드물다. 별 담보능력이 없으니 은행대출도 여의치 않아 변변치 않은 가게 빌리고 종업원 없이 할 만한 일을 찾는 것이다. 한때 '결론은 치킨!'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퇴직자나 실직자들이 다른 일자리는 없고 생계 대책으로 뭘 해볼까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택하는 것이 비교적 손쉬운 프랜차이즈 치킨집 개업이라는 데서 나온 이야기다.

현재 전국 치킨집 수는 3만3000여 개로 편의점 수보다 훨씬 많다. 반경 170m마다 치킨집이 깔려 있다. 오죽하면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한국은 '프라이드 치킨 버블'에 직면해 있다고 했을까. 치킨집이 3년 이상 지속되는 비율은 절반이 안 된다. 10년 이상 생존율은 20%에도 못 미친다. 해마다 수천 곳이 문을 닫고, 또 더 많은 곳이 문을 여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돈 드는 일손을 줄이려고 부부가 나서고 온 가족까지 동원되지만, 점포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본사 분담금 제하고 나면 자기 인건비 건지기도 빠듯한 곳이 태반이다. 말이 좋아 자영업이지 숫제 자기 노동착취고, 가족착취인 것이다.

우리나라 자영업 인구는 580만 명에 이른다. 취업자 10명 중 3명 꼴이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월급 없이 일하는 무급 종사자까지 포함하면 711만 명을 웃돈다는 통계도 있다. 4인 가구를 기준하면 2300만 인구가 여기에 생계를 걸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자영업의 생태계는 '시한폭탄'이라고 할 만큼 위기로 치닫고 있다. 자영업 월 평균 매출은 2010년 990만 원에서 지난해 877만 원으로 110만 원 이상 떨어졌고, 자영업 가구 부채는 지난 3년 새 7131만 원에서 8859만 원으로 급증했다. 자영업이 벼랑으로 내몰리는 이유는 장기불황 탓도 크지만, 경제 규모에 비해 자영업자 비율이 워낙 높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기업이 임금 노동자를 흡수하지 못하는 경제구조에 기인한다.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침체 속에 점포 임대료가 줄기차게 오르는 것도 임차 수요가 더 많아서다. 과도한 영세업자 수가 임대료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정부가 자영업자 대책으로 상가 임차권 및 권리금 보호 방안을 내놓았다. 크게 두 줄기다. 건물주가 바뀌어도 임대차 계약기간을 5년까지 보장하고, 상가 권리금을 자영업자의 영업가치로 인정해 법으로 보호한다는 것이다. 권리금 문제는 법제화 운동이 시작된 지 20년 만의 결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허점은 많다. 건물주가 상가를 리모델링하거나 재건축·재개발할 경우에는 권리금을 보장받지 못한다. '용산참사' 같은 사태를 막을 장치는 여전히 없다는 것이다. 2009년 6명이 숨졌던 용사참사는 재개발 상가의 권리금을 둘러싼 갈등에서 야기됐다.

자영업자 비중을 28.2%에서 18~19%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게 정부의 장기적인 복안이다. OECD 회원국의 자영업 평균비율(15.6%)을 감안하면 방향은 옳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자)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2021년까지 연평균 20만 명의 퇴직자가 쏟아져 나온다. 노후연금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 넉넉치 않고, 은퇴자들이 갈 수 있는 취업문이 극히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자영업 생태계의 건강성을 찾는 일이 급선무다. 자영업자들을 임금 노동자로 전환시키는 방도에 한계가 뻔한 만큼 소규모 자영업도 먹고살 만한 생계수단이 되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점포주나 임대인의 지나친 횡포는 시장경제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법과 제도로 규제하고, 자영업자 사이의 출혈경쟁은 자율적 협의체 등을 통해 스스로 통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무엇보다 촘촘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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