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일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지방자치단체의 과중한 복지부담 완화를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특단의 재정 대책을 촉구했다. 작년 무상보육 전면 확대로 지방비 부담이 증가되었을 뿐 아니라 올 7월부터 시행된 기초연금으로 인해 지자체 매칭에 따른 재정 부담이 크게 늘어나 정부 대책이 없으면 복지에 더는 지출하기 어려운 디폴트 상태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 몇 년간 불어 닥친 부동산 경기침체로 주로 지방세 세원인 부동산 관련 세수가 크게 줄어들었고 그나마 정부의 비과세 감면정책으로 지방세입의 여건은 크게 악화되어 전국 226개 시·군·구 증 54.4%인 125개 기초지자체가 지방세로 인건비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태.
기초지자체의 복지 디폴트 선언을 바라보는 국민 일부는 경제성장도 중요한데 이렇게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복지를 이젠 줄여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하고, 재정자립도가 평균 50.3%(부산 일부 지자체는 10%내외)밖에 안되는 지방자치를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하는 것 같다. 걱정스럽다. 복지국가로 발전하는 와중에 발생한 복지재정 부담에 대한 심각한 문제 제기는 이제 겨우 국민 일반에 확대되려는 복지사업에 부정적 인식의 계기가 될 것 같다. 아울러 민주주의의 기초인 지방자치를 무능하며 비효율적인 장치로 인식해 생활세계 혁신의 주역인 지자체 활동을 위축시키지는 않을까 염려된다.
정부의 복지재정에 대한 접근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최근의 무상보육수당과 기초연금 추진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 대 2일 정도로 지방세수가 낮고 자주재원이 취약한 지자체에 복지비용 부담을 안기는 형태로 접근하고 있다. 둘째, 현 정부 핵심 복지공약을 추진할 때 재원 마련의 문제를 함께 내놓고 국민과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의논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부족했다. 지역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복지부담에 대해 지자체 협의체와 상호 상의하고 협력하는 절차가 생략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셋째, 복지사무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고 국가가 해야 할 사무임에도 지방에 과중하게 부담을 주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서울마저 재정 부담으로 맨 먼저 디폴트를 선언하게 만든 영·유아보육수당과 기초연금은 전 계층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전국적으로 일관되게 추진해야 하는 국민최저(National Minimum) 기준적 성격이다. 지방정부가 주로 담당해야 할 지역사회 최저(Civil Minimum) 기준은 주로 사회서비스와 돌봄의 영역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야 한다. 넷째, 재원 마련도 서민 일반의 부담을 높이는 주민세, 자동차세, 담배소비세부터 시작할 것이 아니라 조세부담 수준이 낮고 개인의 부담능력을 잘 나타내는 소득세제의 역할을 강화하는 데서 찾아야만 했다.
앞으로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를 위해 중앙-지방 간 복지부담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첫째, 자주재원 없는 지자체의 복지역량을 강화하도록 지방재정 역량을 높여야 한다. 올해 부가가치세의 8%에 불과한 지방소비세를 20%이상으로 인상시키고 지방소득세도 도입해야 한다. 복지재정 권한과 능력을 부여한 이후 복지성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합당한 일이 될 것이다. 둘째, 현재의 복지사무에 대한 중앙과 지방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우리나라 이상으로 국세의 비중이 높은 영국은 사회복지서비스를 운영하는 데 재정의 책임은 중앙정부, 운영의 책임은 지방정부에서 맡아서 하고 있다. 국세가 80% 이상 되는 우리나라도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될 때 전국 어디서나 최저한의 복지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지역고유의 특성을 반영하고 지자체의 여건에 맞는 정책을 펼쳐야 할 사회서비스와 같은 복지영역에 대한 운영 책임은 지자체가 부담하되 전국적 통일성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할 기초연금과 보편복지적 성격의 보육수당 등은 국가사무로 재정부담도 중앙정부가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판단된다.
셋째, 가급적 개인복지와 관련된 부분은 국고보조금과 같은 중앙-광역-기초의 지불정산체계보다 기금관리방식으로 전환하여 생계급여는 국민연금, 의료급여 및 기초연금은 건강보험공단에서 통합 운영하도록 중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넷째, 우리나라 같이 지역 간 격차가 심각한 나라는 수직적 재정교부방법 외에 지자체 간 수평적 재정조정제도를 운영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 영국처럼 소지역 간의 복합결핍도를 조사하여 더 어려운 지역에 더 많은 재정교부가 가능하도록 배려하는 등 지역 간 재정력 격차가 주민들의 기본적 삶의 불균형에 이어지지 않도록 증거기반의 과학적 재정운영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산복지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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