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심심찮게 듣는 이야기 중 하나는 고령화 사회, 또는 고령 사회라는 말이다. 이 말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특히 사회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누가 나이 든 부모 세대를 부양하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젊은, 즉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해서 소득을 창출해 자신뿐 아니라 나이 든 세대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의 수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사실은 우리같이 나이 들어가는, 즉 머지않은 장래에 경제활동을 그만두어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고령화 문제는 두 가지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 하나는 본인 의사와는 관계없이 늘어만 가는 평균기대수명이다. 요즘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기대수명은 80세 전후를 기록하고 있는데 어리거나 젊은 나이에 세상을 하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평균기대수명 80세'는 보통 사람이라면 90세 전후의 수명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균기대수명은 갈수록 높아지는데 이는 사실상 특정 개인의 의사와는 거의 관계가 없다. 의료기술 등 우리 사회가 발달하면서 개인의 소득 및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생활환경이 개선되는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결과이다. 

다른 하나는 낮은 출산율이다. 이는 분명히 청년층들이 선택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자녀를 생산할 수 있는 연령대의 사람들이 단체로 생산을 거부(?)한 결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편안한 삶을 영위하고 싶어 자녀를 가지지 않기도 한다. 복잡하고 머리 아픈 사회적·가족적 관계가 싫어 결혼을 회피하기도 한다. 사회적 굴레가 자녀의 생산을 어렵게 하기도 한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크게 늘고 있지만 그들이 차별받지 않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에는 사회가, 특히 남성들이 이들의 권리를 인정하기를 꺼리고 있다. 그렇지만 가장 우울한 원인은 아이를 가지고 싶어도 경제적인 여건이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거나 돌봐줄 사람을 위한 지출이 가능하지 않아서 아이를 갖지 못하는 경우는 아마도 출산율을 낮추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 생각된다.

여러 가지 대책이 제안되고 있다. 연금제도의 확충은 그 하나이다. 국민연금제도는 많은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가장 중요한 제도의 하나이다. 그러나 이는 충분치 않다. 우리의 기대수명이 크게 늘어나면서 지급해야 할 연금액이 갈수록 빠른 속도로 증가해 정부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노후를 의지하기에 공적연금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연금지급연령을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최근 정부가 종업원의 정년을 연장할 것을 기업들에게 권장하는 것도 대표적인 방안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노인'의 정의를 새롭게 하려는 어느 일본인 학자의 주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일본의 '국립사회보장 인구문제연구소'는 최근 기대여명등가연령(期待餘命等價年齡)이라는 지표를 발표하였다. 기대여명이란 어떤 사람이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는지를 계산한 평균생존연수를 의미하며, 기대여명등가연령이란 기대여명이 같으면 같은 연령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예컨대 1960년대 65세 남성의 기대여명이 10년이고 현재의 기대여명이 10년인 남성의 연령을 70세라 한다면 1960년대 65세와 현재의 70세를 같은 연령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기대여명등가연령 지표를 채택하면 고령화율이 크게 낮아지게 되는데 일본의 경우 2010년 노인시작연령이 75세로 되며 고령화율도 지금의 1/2로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노인시작연령을 조정하면 퇴직연령이 높아지면서 연금지급연령도 자연스럽게 늦어지게 된다.

매우 적절한(?) 노인연령 계산법이라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계산법이 현재 우리들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한 노인시작연령이 조정되면 그만큼 청년들의 일자리 찾기가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 또는 고령 사회가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불편한 사실은 연금 문제나 일자리 문제에서 잘 드러나듯 세대 간 갈등이다. 정책 당국자나 개인 모두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제시할 수 있는 방안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고령화 사회나 고령 사회라는 말은 1960년대와 1970년대를 청년시절로 살아 온 우리 연령대에게는 상전벽해와 같은 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오빠, 언니, 동생들과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하고 살아왔다. 특히 추석과 같은 명절 때가 되면 누가 새 옷을 한 벌 얻어 입게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형제들 간의 커다란 관심사가 되곤 하였다. 오늘 우리는 이러한 원초적인 문제에서 해방된 듯하다. 그러나 세대 간 갈등은 우리네 가정에까지 매섭게 파고들고 있다. 우리는 왜 나이 들면서도 어른대접(?)을 받지 못하는가? 애당초 과한 바람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