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벼르던 낙동강 자전거 라이딩을 지난주 결행했다. 더위에 비까지 내렸지만 낙동강을 안고 달리는 맛은 분명 호사였다. 하굿둑에서 출발할 때만도 가볍게 밀양시 삼랑진 정도까지 갔다 올까 했다. 타다 보니 '어라, 길 좋네, 좀 더 가?'하며 페달을 밟은 것이 밀양 수산교, 창원 본포나루, 창녕함안보, 합천창녕보, 대구시 권역인 달성보까지 올라갔다.
올라갈수록 강은 장쾌한 경관을 유감없이 펼쳐보였다. 옛 본포나루에서 그늘을 찾아 잠시 쉬었다. 친구는 감탄했다. "4대강 뭐라 캐싸도 이거 하나는 잘하지 않았나. 하굿둑~안동호 장장 389㎞ 강변이 자전거 고속도로야. 세계 어디에 이런 게 있을라고…."
감탄도 잠시, 상류로 계속 오르면서 우리는 눈을 의심했다. 보에 갇혀 호수처럼 변해버린 강에 거대한 녹색물감띠가 뒤덮고 있었다. 이른바 '녹조라떼'라 불리는 녹조현상이었다. 지류가 만나는 합류부나 교량 부근에는 어김없이 녹조가 곤죽처럼 엉켜들고 있었다. 공포스러운 광경이었다.
번지고 있는 녹조 중에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남조류다. 남조류는 다른 조류와 달리 세포 안에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라는 독성물질을 생성해 피해를 유발한다. 이를 먹고 간이 손상되어 죽은 가축이 있고, 물고기 대량 폐사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싫든 좋든 낙동강 물을 식수로 사용해야 하는 영남권 1300만 주민들에게 찜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당국에서 조류제거제를 뿌리고 고도정수처리를 하면 괜찮다지만 불안이 가시지 않는다.
낙동강 녹조는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 발생시기도 5~10월로 늘어났고, 농도도 더욱 짙어지는 양상이다. 올해는 4대강 곳곳에서 큰빗이끼벌레라는 괴생물체가 창궐해 강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얼마 전 칠곡보 일대에선 강준치 수백 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알 수 없는 일들이 계속 생긴다.
가공할 녹조라떼 사태를 두고 야당과 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 탓"이라고 주장하고, 정부는 폭염과 가뭄 탓으로 돌리고 있다. 공방만 있고 합리적 문제 해결 시도는 보이지 않는다. 그 사이 낙동강은 시름시름 앓아 가고 있다.
달성보 전망대에서 친구가 난센스 같은 질문을 던졌다. "저 무한리필의 녹조라떼 제조 비용이 얼마일까." 웃고 넘기려다 자료를 찾아봤더니 흥미로운 연구자료가 나와 있었다.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줄곧 추적해온 관동대 박창근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그 비용이 자그마치 약 65조 원에 이른다.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을 바로 잡는데 소요되는 비용이다. 4대강 사업에 이미 22조 원이 투입됐지만, '밑 빠진 독'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박 교수는 먼저, 4대강 사업 진행 과정에서 '빅6' 대형 건설사들이 턴키입찰을 담합하면서 취득한 부당이득이 약 1조6635억 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선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결과보고서(2012년 3월)가 나와 있고, 입찰담합 혐의로 대형 건설사 11곳의 전·현직 임원들이 기소돼 유죄를 선고 받았다.
습지 훼손 비용은 5조8712억 원에 이른다(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자료). 4대강 사업으로 인해 훼손된 습지면적은 약 5041만㎥. 이중 낙동강은 전체의 45%를 차지할 정도로 피해 면적이 컸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안은 '빚 폭탄'은 국민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 부채 8조 원을 갚기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원금 및 이자 상환용으로 각각 800억 원과 3170억 원을 반영할 것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했다. 애초 수변 개발이익으로 원금을 상환키로 했던 부분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운하반대교수모임는 4대강 사업 완공 후 매년 재정에서 지출될 유지관리비가 57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 교수는 "부작용을 그나마 줄이려면 보를 철거해야 한다"면서 보 철거 비용은 어림잡아 2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흔적없이 사라진 여울목과 은빛 백사장, 어디론가 떠나버린 물고기와 새들, 하천 특유의 원시 자연미 같은 것은 계산 항목에 포함조차 되지 않았다. 4대강 사업 공방에 따른 국민적 스트레스는 또 어떻고….
로봇물고기도 눈먼 돈을 알아봤음인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랑하던 4대강 수질감시 로봇물고기는 연구비 57억 원을 까먹고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도무지 부실, 비정상, 부작용의 늪의 끝이 어디인지 모를 지경이다. 지난 2010년 5월 '4대강 사업을 즉각 중단 폐기하라'는 유지를 남기고 소신공양한 문수스님이 생각난다. 스님의 유지조차 까맣게 타버린 건 아닐까. 세월호 참사가 시사하듯이, 잊혀지는 순간 모든 거악은 되풀이될 수 있다. 귀로에 친구가 씁쓸하게 말했다. "앞으로 녹차라떼는 못 먹을 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