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저마다 향기와 색깔이 있다. 드러내지 않아도 만나다 보면 그 사람의 향기를 맡을 수 있고, 색깔을 보게 된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취임한 지 한 달이 다 돼 간다. 당선된 뒤로는 두 달이 가까이 왔다. 그런데 아직 그 향기와 색깔을 모르겠다. 최근 누군가 필자에게 서병수호(號)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무엇인지 묻기에 한참 생각하다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서 시장은 지난 1일 취임식에서 1000여 명의 시민 앞에서 "모든 문제의 해답은 시민의 손과 생활 현장에 있다. 기본으로 돌아가 시민 속에서, 시민과 함께, 시민이 원하는 부산으로 확 바꾸겠다. 몸을 낮추고, 더욱 겸손하고, 더욱 따뜻하게 진정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취임 당일에는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산업, 안전, 관광, 복지 현장을 다니며 시민과 대화를 나눴다. 이날 서 시장을 만난 시민은 새 시장은 이전과 달리 시민과 대화를 많이 하고 소통을 잘하는 인물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그 뒤 현장에서 시장을 잘 볼 수 없다. 만나려면 시청으로 가야 한다. 얼마 전 어떤 아주머니가 점심을 먹으러 나오는 시장을 붙들고 하소연했다. 사기를 당해 재산을 몽땅 잃었다며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 후 이 아주머니의 사연이 시장에게 전달됐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최근 시청 주변은 시위로 온종일 시끄럽다.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며 도와 달라 한다. 장애인용 설비와 시설을 늘려달라며 장애인이 힘들게 피켓을 들고 있다. 공무원 노조는 구·군 인사 교류를 제대로 하라고 외쳤다. 지하철 노조는 잦은 도시철도 사고의 대책으로 시민 안전을 위해 현재의 1인 승무를 2인 승무로 바꾸라고 주문했다. 바뀐 시장에게 기대를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시장이 이들과 토론하거나 이야기를 나눴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서 시장은 시민과 소통하기 위해 월 1회 확대간부회의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기로 하고, 지난 7일 부산시 인터넷방송인 바다TV에서 실제로 간부와 시장의 정책회의 내용을 그대로 보여줬다. 최근에는 전임 허남식 시장 시절 잘 쓰지 않던 브리핑실에서 시정 현안을 설명하는 자리를 자주 가지도록 지시했다. 실제 지난 21일 문화체육관광국은 다음 달 열리는 부산바다축제를 브리핑했고, 이를 인터넷에 생중계했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확대간부회의를 인터넷방송으로 본 다수 시민은 확정된 내용을 돌아가며 발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아쉬워했다. 현안을 놓고 토론하는 모습을 기대한 시민이 많았다고 한다. 브리핑도 방송용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부산바다축제에 무슨 큰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19회째 열리는 축제 말고는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 알려주되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서 시장이 취임하면서 내세운 시정 구호는 '시민 중심, 현장 우선, 책임 시정'이다. 시민을 시정의 중심에 두고 현장으로 달려가겠다는 것 아닌가. 한 달을 지켜봤지만 말에 그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단순히 보여주기로 이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시민이 모를 것 같지만 다 안다.

공자는 '논어'에서 덕과 신의로 백성을 대할 때 진정으로 그들이 손을 내민다고 했다. 4년 임기로 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시민과 함께한다는 색깔은 반드시 내자. 처음 약속이 빈말이 아니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