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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영상처리기술에 응용된 음악과 수학 /이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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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4-07-21 19:48:00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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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셔터만 누르면 누구라도 순간을 포착하는 마법사가 될 수 있고, 더러는 사진작가가 된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자신의 특별한 사진기술이나 예술적 감각을 넘어서는 영상을 얻는 것이다. 게다가 분위기에 맞게 효과를 넣거나 편집을 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낱장의 사진뿐 아니라 동일한 방향으로 일정한 간격으로 카메라를 움직이면서 연속적으로 사진을 찍으면 파노라마사진을 얻을 수 있다. 특정한 파노라마사진 앱을 쓴다면 동일한 장소에서 무작위로 여러 방향, 서로 다른 크기의 사진을 찍더라도 이들을 조합하여 하나의 파노라마사진으로 만드는 단계까지 온 것이다.

개인의 사진 찍기 역량을 넘어서는 영상을 얻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스마트폰이나 디지털카메라를 늘 손에 지니고 사진 찍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여러 번 경험해 봤을 것이다. 바로 여기에 공학자들의 지난한 연구를 통해 얻은 특정한 응용기술들이 탑재돼 있다. 인간이 눈으로 사물을 인식하고 양쪽 눈의 시차로 깊이감을 더 느끼는 것을 카메라와 컴퓨터를 통해 구현하는 작업은 그동안 영상처리를 전공하는 공학자들에게는 도전적인 분야였다.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처리하는 분야에서 피사체를 줌-인, 줌-아웃하거나 회전각도에 상관없이 불변하는 특정 점을 추출하는 기술개발에 여러 과학자가 도전을 했었다. 동일한 장소에서 같은 피사체를 찍더라도 다르게 주어지는 상황, 즉 카메라와 렌즈가 달라지거나 찍는 사람의 포즈가 바뀌거나 날씨가 흐리거나 맑거나 시간이 달라지거나 하는 등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동일한 장소와 피사체를 촬영했다고 인식하는 기술을 찾아내는 것이다.

1999년 ICCV 국제학술회의에서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의 전산학과 교수 데이비드 로웨(David G. Lowe)는 이 과제를 해결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고, 2004년 개선된 버전으로 컴퓨터비전 국제저널에 출판했다. 현재까지 실용화면에서도 단연 획기적인 이 응용기술을 능가하는 것이 없다. 이 영상처리기술을 SIFT(Scale-Invariant Feature Transform)라고 하는데 응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로봇의 카메라에 응용하면 현재 자신의 위치와 주변 사물을 인식하게 되고, 화성탐사로봇 같은 경우는 도착한 곳의 주변지형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도 자신의 주위 지도를 스스로 제작해 나가면서 맡겨진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무인 자동차나 청소로봇, 지능형 CCTV 등에 응용되고 있다. 영상처리를 전공하는 필자는 SIFT를 이해하기 위해 카메라 영상에서 물체가 작게 또는 크게 나타나더라도 동일한 물체로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인 스케일 공간이론(scale-space theory)을 이해하면서 '옥타브'와 같은 음악용어들을 발견했는데, 놀랍게도 음악이론을 영상처리기술과 접목시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음악으로부터 수학적인 관계를 처음으로 밝혀낸 학자는 BC 6세기 그리스 수학자 피타고라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상 유명한 수학자들 중 상당수가 서양 음악에 조예가 깊었고 그 발전에도 기여했다. '만물은 수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던 피타고라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분야가 음악이었던 것이다. 피타고라스는 음정이 '수'의 지배를 받는다고 했다. 그는 일현금을 써서 일정한 비율로 현을 분할하는 방법으로 음계가 형성되는 것을 증명해보였다. 장력과 재질이 서로 같은 두 현을 퉁겼을 때 나오는 두 음은 길이의 비가 2:1의 관계에 있을 때 공명이 가장 잘 되기 때문에 이를 1 옥타브 높은 계명으로 정하고 8도 높은 '높은 도'라 했다. 3:2면 5도, 4:3이면 4도 음정이 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현의 길이가 이렇게 간단한 정수의 비로 표현될수록 어울리는 소리가 나지만 복잡할수록 불협화음이 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로웨 박사의 SIFT 기술 속에서 한 옥타브에 3장 혹은 5장의 사진을 구성하고 절반으로 줄여 다음 옥타브를 구성하는 원리가 여기에 있었다. 이것이 음악 속에 숨어 있는 수학적 조화이고, SIFT 기술 속에는 음악의 이론이 숨어 있다. 그 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물을 제안하고 개발하지만 실생활에 광범위하게 적용돼 사용되는 것은 참 어렵다. 로웨 교수는 음악에 있는 원리를 이용하여 영상처리 기술에 적용하여 크기와 방향에 불변하는 특징점 추출 기술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음악 속에 들어 있는 수학적 조화와 SIFT 기술 속에 숨어있는 음악 이론의 관계가 아름답다.

동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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