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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시·군의회 '봐서 즐거운 싸움'을 하라 /염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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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 싸움 구경이 가장 재미난다'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어찌보면 가학적이다. 그렇지만 피가 튀고 살이 찢어지는 이종격투기의 인기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것을 보면 인간의 본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표현일 수도 있겠다. 단순히 주먹만 주고받는 권투는 이제 자극이 없어 시시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니.

남의 집 사람들이 싸우는 거야 내가 보지 않으면 그만이다. 대개는 그러다 끝나고마니 큰 문제도 되지 않는다. '강 건너 불구경'도 시들해지면 재미가 없다. 그런데 특정 집단의 '밥그릇 싸움' 같은 것이 벌어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역시 신경 끊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겠지만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터라 문제는 심각해진다. 

요즘 신문을 펴거나 TV를 볼라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뉴스가 광역·기초자치단체 의회의 추태다. 선거가 치러지는 4년마다 벌어지는 일이니 그러려니 넘어가려다가도 이번에는 경우가 심하다는 느낌이 들면서 시쳇말로 '머리에 뿔이 돋는다'. 하는 행동이 어쩌면 하나같이 똑같은지 저절로 '쯧쯧'하고 혀차는 소리가 나온다.

울산시의회에서는 새누리당 초선과 재선 이상 의원 간 다툼으로 의장단을 구성하지 못해 개원이 연기되는 보기 드문 일이 일어났다. 표면적으로는 시의회 의장 내정 과정이 불투명했다는 것이지만 속내는 다르다. 21명(전체 시의원 정수는 22명)의 새누리당 의원 가운데 11명인 초선 의원들은 재선인 의장 내정자가 관례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재선 위주로 선임하려는 것이 부당하다며 내정 백지화를 관철시켰다. 이런 와중에 의장 내정자와 상임위원장 후보가 사퇴와 번복을 반복하면서 개원이 당초보다 일주일이나 미뤄졌다.

양산시의회에서는 어린이 집 운영과 관계가 있는 의원들이 어린이 집 관리·감독권이 있는 특정 상임위에 배정되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했다. 해당 의원들은 배정에 앞서 원장직에서 물러나는 등 어린이 집 직접 운영에서 손을 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세 살 배기 아이가 들어도 고개를 흔들 일이다. 부인이나 아들이 원장으로 일하고 있는 어린이 집에 대해 해당 의원이 정말로 사심없이 일처리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누가 믿을 수 있는가. 내 밥그릇 챙기기 생각이 없었다면 실현될 수 없는 일이다.

의령군의회 새누리당 의원들은 의장 자리를 놓고 다투다 초선 의원에게 의장직을 헌납(?)했다. 모두 10명(새누리당 7명·무소속 3명)인 의원들은 의장 선출을 위해 투표를 했다. 새누리당 소속 재선 이상 의원 2명 가운데 한 명을 밀어주자는 것이 당초 계획이었으나 초선 의원이 6표를 얻는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내게 이익을 줄 것 같지 않은 사람은 죽어도 의장 못 시킨다는 심보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되니, 새누리당 의원으로서는 '제 발등 찍은 꼴'이 됐다. 초선 의원이 군의회 의장에 오르는 것도 이례적인데 더 황당한 것은 다음에 일어났다. 선거 결과에 불만을 품은 새누리당 의원 일부가 의회장을 박차고 나간 뒤 회의 속개 때까지 돌아오지 않는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보였다.

경남 울산의 다른 지자체 의회라고 사정이 훨씬 나은 것은 아니다. 대부분이 의장단을 구성하고 개원을 하기는 했지만 그 과정이 순탄했던 곳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른바 '목 좋은 자리 차지하기 위한'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하도 자주 반복되니 이제는 연례행사라고 여겨질 정도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의원들의 의식이 완전히 뒤바뀌지 않는 한 이런 사태는 4년 뒤에도 재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러면 유권자들은 다시 한 번 역겨운 그들만의 밥그릇 싸움을 봐야 한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의원 자질 부족론에는 동의하지만 자치단체 의회 무용론이나 폐지론에 대해서는 뜻을 같이하지 않는다. 몇몇 잘못이 터졌다고 해서 유권자들의 권리조차 무시됐던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신 광역·기초차지단체 의원들에게 '즐거운 싸움'을 벌여 유권자들에게 보는 기쁨, 응원하는 희열을 달라는 부탁을 해 본다. 

즐거운 싸움이 뭐냐고. 부당한 시·군정에 대한 결사적인 저항, 유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규제에 대한 박터지는 투쟁, 비리 공무원을 솎아 내는 저돌적인 근성,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을 위협하는 독소 제거, 초심을 잃어 가는 자신과의 한판 승부 등. 뭐, 도처에 널려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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