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시드니올림픽은 '그린올림픽(환경올림픽)'의 꽃으로 불린다. 쓰레기 매립장에 올림픽 파크를 건설했고, 주경기장엔 가스병합시설을 설치해 온실가스 발생을 줄였다. 압권은 테니스 경기장 이전 공사. 공사 예정지에 멸종위기종인 그린앤드골든벨개구리가 서식하는 사실이 확인되자 도심에서 14㎞나 떨어진 곳에 대체부지를 골랐다. 불과 300여 마리의 개구리를 위한 결단.
시드니에 앞서 브리즈번은 1992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나섰다. 브리즈번이 올림픽의 꿈을 결정적으로 접은 것은 늪지 때문. 브리즈번 교외 700ha 규모의 '분들습지'를 매립해 올림픽 스타디움을 짓기로 했다가 주민 반대에 부딪히자 과감히 올림픽을 버리고 습지를 선택했다. '분들습지'를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습지교육센터를 건립해 자연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있다.
호주의 최대 강점이 천혜의 자연환경이다. 호주 정부 역시 지금까지 친환경 기조를 유지해 왔다. 그런 호주가 변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태즈메이니아섬의 삼림지역 일부를 세계유산에서 해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미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 이를 공식 요청한 상태다. 목재업자들이 나무를 벨 수 있도록 할 목적이다.
태즈메이니아는 호주 최남단 섬으로 우리의 제주도에 해당할 듯. 본토에서 240㎞ 떨어져 있으며 면적은 남한의 2/3 크기나 되지만 인구는 50만 명도 채 안 된다. 원시 생태계를 간직한 곳으로 전체 면적의 20%가 1982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등재는 국가로서는 영예로운 일. 각국이 앞다퉈 등재 경쟁을 벌인다. 우리나라도 1995년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석굴암·불국사를 시작으로 모두 10건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됐으며, 남한산성 등의 등재를 추진 중이다.
개발업자들의 입김이 남극 대륙 가까운 남반구 외딴 섬 태즈메이니아에까지 불어닥치는 것이 느껴진다. 그들의 탐욕에 동조하고 나선 호주정부의 변심이 안타깝다. 6만6000명의 목재업계 종사자들을 먹여살리자고 소중한 인류 공동의 재산을 내팽개치는 꼴이다. 또 태즈메이니아의 원시림 훼손은 최고의 관광자원을 스스로 갉아먹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명분으로도, 실리로도 손해다. 비단 호주뿐이겠는가. 브라질 월드컵을 위해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 밀림은 또 얼마나 훼손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