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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돌연변이가 필요한 사회 /최원열

'황제노역' 등 反사회적 유전자가 판치는 세상, 근본적인 변혁 이끌 새 돌연변이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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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봄날, 벚꽃 잎이 날리는 밤하늘을 바라본다.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이 펼쳐진 광대무변한 우주. 상상할 수조차 없는 비밀의 세계다. 과거에 있었고, 지금도 있으며 미래에도 존재할 모든 것. 빛이 138억 년을 달려가야할 만큼 무한한 공간. 그러고도 계속 확장되고 있는 우주라는 존재가 도대체 무엇인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요즘 '시공을 초월한 빅 히스토리-코스모스'를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칼 세이건의 원작 '코스모스'를 34년 만에 리메이크한 후속작이다. 환상의 우주선을 타고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천계 여행의 재미가 쏠쏠하다. 더구나 난해하기 그지없는 천문 과학 원리를 쉽게 풀어내는 솜씨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예를 들면 이렇다. 하늘은 유령들로 가득하다. 왜냐고? 별빛은 대부분 아득히 먼 곳에서 왔다. 지금 우리가 보는 건 멀게는 수억, 수십억 광년이나 떨어진 곳에서 쏟아져 나온 잔상인 것이다. 그러니까 이미 사라진 별에서 나온 빛이 이제야 지구에 도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별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 빛이 여전히 우리를 비추고 있으니 유령이 아니고 무엇이랴. 오래된 사진 역시 빛이 보존한 유령임에 틀림없을 터다.

빅뱅에서 지금까지의 장구한 역사를 1년으로 축약한 우주달력도 마찬가지. 9월 21일이 되어서야 지구에 첫 생명이 태동했고, 석 달 후 동물과 곤충, 공룡들이 출현했다. 네 발로 기어다녔던 유인원은 12월 마지막날 오전 10시에 모습을 드러냈고 12시간이 지난 후 직립 보행을 하게 된다. 우리의 직계 조상인 크로마뇽인은 자정 1분 전에야 나타났다. 현대문명은 밤 11시59분59초하고도 100분의 85초가 지나서야 비로소 시작됐다. 우주 관점에서 볼 때 이 얼마나 하찮은 역사인가.

그 짧은 시간에도 생물체는 우주의 기본원리인 '움직임'에 발맞춰 줄기차게 변해왔다. 유전자 돌연변이가 작용한 결과로, 진화의 출발점이 이것이다. 불곰이 설원에서 살기 위해 북극곰으로 변신했듯이 돌연변이는 환경 적응과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게 없었던들 만물의 영장인 인류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독수리가 썩은 고기를 먹고도 멀쩡한 비결을 최근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밝혀냈는데, 바로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이었다. 위산을 강하게 내뿜어 바이러스를 죽이는 방향으로 진화했던 것이다.

하지만 수백만 년간 지속된 수렵채집의 환경에 익숙했던 인류는 이후 급속한 변화에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다. 돌연변이와 진화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부적응 상태로 인해 오늘날과 같이 만성질환이 넘쳐나는 시대를 맞게 됐다. 이른바 '일빙(ill-being·병든 삶)'의 덫에 단단히 걸렸다. 일빙은 육체는 물론이고, 정신까지 갉아먹으며 전 사회를 지배한다.

'일당 5억'의 황제 노역은 반사회적 유전자가 빛을 발한(?) 대표적 케이스다. 뉴질랜드에서 돌아와 검찰에 출두한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모습은 한마디로 꼴불견이었다. 수천억 원을 주무르는 갑부가 허름한 차림, 이른바 '촌로 패션'으로 검찰에 출두한 장면은 블랙코미디의 진수라 할 만하다. 교도소 출소 때는 가족 차량이 영내에까지 들어와 데려갔다고 하니 기가 찰 일이다. 그가 정문을 통과할 때 황제 출소에 걸맞게 경비원이 거수경례라도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그를 극진히 대접한 향판과 향검의 커넥션 의혹은 사라질 판이다. 향판인 지법원장이 "잘못없다, 억울하다"고 발뺌하자마자 대법원은 감찰도 하지 않고 덜렁 그의 사표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억울하다면 특검이라도 해서 속시원하게 풀어줘야할 게 아닌가. 그런 '털복숭이' 사법 정의를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이자도 못내면서 수십억 대 연봉잔치를 벌이는 대기업들, 정부보조금을 가로채고는 '쌀깡'도 서슴지 않는 보육원장 등등 정신적 궁핍과 인간성을 상실한 '마이너스 돌연변이' 유전자들이 사회를 온통 갉아먹고 있다. 진화해 나가기는커녕 원시로 퇴행하는 불행한 시대, 돈과 권력을 위해 상대를 깔아뭉개는 참으로 우울한 사회상이 아닐 수 없다.

칼 야스퍼스는 인류가 번영한 시기를 '축의 시대(Axial age)'라 불렀다. 영성과 문화수준이 마치 벚꽃이 개화하듯 폭발적으로 꽃핀 시기로 예수와 붓다, 공자, 소크라테스의 무대이기도 했다. 그는 과학기술 만능주의를 극복할 수만 있다면 제2의 축 시대가 다시 오리라 점쳤다. 그러려면 플러스 돌연변이에 의한 진화가 전제돼야 한다. 그것은 사랑과 배려, 상생의 유전자를 우리 몸에 심는 일에서 시작된다. 빼기와 나누기는 없고 더하기와 곱하기만 있는 삶과 사고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엎는 돌연변이를 일으켜야 가능하다. 간디가 말했다. 그대 스스로 그대가 바라는 세상의 변화가 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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