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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삼성과 부산대 /박무성

섣부른 기업화로 낭패 본 부산대, 대학 줄 세운 삼성

자본에 휘둘린 교육, 미래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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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 '상표전쟁-있을 법한 미래'에는 삼성그룹 이야기도 한 토막 나온다. '한국에 있는 삼성 시티라는 항구도시는 잠수함들로 이뤄진 최초의 사설 함대를 갖추고, 경쟁사인 미국의 델, 게이트웨이, 선,…중국의 레노버 등에 소속된 금속 보급함들과 분쟁이 빚어지곤 했다'는 구절이다. 소설에선 초국적 기업들이 국가권력을 능가하는 힘으로 도시 건설은 물론 대규모 사설 군대를 만들어 전쟁도 치른다. 급기야 2018년에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대농장을 차지하려고 용병을 동원해 무력으로 대결하는 '콜라전쟁'을 벌이기도 한다. 베르베르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픽션이지만, 자본권력이 지배하는 세계체제에 대한 통찰이 섬뜩하리만치 날카롭다는 생각을 했었다.

몇 해 전 발간된 이 소설이 떠오른 건 삼성그룹의 올해 신입사원 공채 개편안을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대학총장 추천제와 서류전형 부활을 골자로 한 삼성의 인력 채용안은 대학 서열화 조장, 지방대학 차별 등의 비난 역풍을 맞고 13일 만에 사실상 백지화됐다. 삼성 대졸자 공채는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일회성 해프닝으로 넘길 일은 아니다. 세속적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과 그 대척점에서 탈속적으로 학문을 닦아야 하는 대학이 과연 효율성과 경쟁력이라는 이름으로 동거할 수 있는 것인지, 결과 또한 공익에 부합하는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삼성이 나름의 잣대로 대학 줄 세우기를 의도했는지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것은 대학을 학문공동체가 아니라 취업사관학교 내지 고등직업훈련소 정도로 여기는 삼성의 인식이다.

대학별 추천 인원은 성균관대 115명부터 시작해 110명, 100명, 90명…8명, 4명 순으로 전국 200여 대학에 할당하는 식이었다. 대학의 반응은 혼란스러웠다. 지방대 중에도 영남권에 비해 배정 인원이 적은 호남권 대학들은 지역차별이라며 반발했고, 여자대학은 성차별이라고 발끈했다. 서울대는 성균관대 다음 순서에 놓였다는 점에서 몹시 불쾌했을 게다. 그렇다면 부산대는 어땠을까. 이른바 지역거점대학이자 지방대의 대표격인 만큼 관심이 쏠렸다. 부산대가 할당받은 인원은 90명. 굳이 순서를 따지자면 각 100명인 연세·고려·경북대에 이어 일곱 번째다. 같은 지방대인 경북대보다 10명이 적어 자존심이 상했거나, 그나마 체면은 섰다고 안도했을 수도 있겠다.
취업이 대졸자의 지상과제가 되다시피한 상황에서 대학들이 '진리와 정의를 추구하는 상아탑'으로 외벽을 쌓아 올리는 것 역시 비현실적이고 나약한 모습일 테다. 하지만 대학이 자본시장에 편입되는 것도 모자라 자발적으로 기업화에 나서는 것은 대학을 위해서나 학생을 위해서도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대학 기업화의 병폐적 징후는 즐비하다. 부산대는 그런 사례의 상징으로 꼽힌다. 2009년 대학쇼핑몰 효원굿플러스 건립 사업이 실패로 귀결되면서 부산대는 수백억 원의 부채를 떠안았다. 사업을 주도했던 당시 총장은 뇌물수수죄로 수감 중이다.

대학이 기업처럼 운영되고 고등교육이 상품화한 상태에서 학생은 단순 소비자로 전락한다. 학생은 유명 브랜드를 좇듯 대학을 찾게 마련이고, 대학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고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대학 서열화는 대학들 스스로 만든 부메랑이기도 한 것이다. 여전히 각 대학은 한 푼이라도 더 많은 정부 보조금과 연구 지원금, 기부금을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기업화를 추구하고 있다. 시대정신을 비판하는 고유영역으로서의 대학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대학이건 기업이건 각기 사회적 역할로서 존재가치를 가진다. 그걸 혼동할 때 몰락의 길을 걷는다. 부산대가 정문 개선사업을 벌인다고 한다. 실패한 쇼핑몰 사업의 치명적인 후유증이 상흔처럼 남아있는 흉물스러운 그 정문이다. 생김새 가다듬는 성형수술로 속병을 다스릴 수 없는 노릇이지만, 대학의 섣부른 기업화가 얼마나 위험하고 부질없는 일인지 각성하는 계기는 될 것이다. 부산대는 제 힘이 정녕 어디에 있는지 못 찾아서 문제고, 삼성은 기업의 본분을 넘어 국가영역까지 넘보는 게 문제다. 대학이 자본권력에 휘둘리는 세상에서 미래를 담보할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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