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카리브해 연안에 있는 사회주의 국가를 여행하게 되었다. 카리브해의 쪽빛 바다, 재즈 음악과 정열적인 살사 춤 때문에 그곳이 몹시 낭만이 있어 보였지만 사회주의 국가라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점 때문에 안타까움도 많이 생기는 곳이었다. 경제적인 침체와 빈곤 탓에 도시 곳곳이 슬럼화되어 있고, 각종 생활용품이 부족해 시민들이 생활에 몹시 불편을 겪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여행을 안내하는 젊은 가이드는 시민들이 사회주의 체제에 커다란 자부심을 느끼고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절대적 빈곤에 휩싸이지는 않고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 그리고 식량의 보급 등 최소한의 생활 수준을 보장해 주고 있어 일상 생활에 어떤 불안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자본주의 국가에 있는 거리 노숙자 문제와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이다.
사실 자본주의 체제와 사회주의 체제 사이의 경쟁에서 자본주의가 우수한 것으로 우열의 판정은 이미 내려졌다. 그러나 자본주의 국가에서 나타나는 시장 실패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은 노숙자 문제는 역시 자본주의 국가의 치부임에는 틀림이 없다. 노숙자의 존재는 빈부의 격차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숙자 문제는 이제는 어떤 식이든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역이나 부산역 등 전국의 많은 역에서 노숙자들이 생활하고 있다. 이들 노숙자를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저분하고 게으르게 보이고, 때로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여 혐오감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역을 오가며 그들을 볼 때면 정부가 나서 노숙자 문제를 어떻게 좀 해결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정부도 이런 점을 이미 인식하고 2011년에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데 이어 2012년 6월부터 다양한 복지시설을 설립·운영하고 있다. 직업상담 근로활동 취업훈련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활시설뿐 아니라 자립이 어려운 노숙자들에게 치료 및 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재활시설, 건강상의 문제 등 단기간 내에 가정이나 사회에 복귀가 어려운 노숙자들을 위한 요양시설이 있고, 그 외에도 일시보호시설 급식시설 진료시설 등이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임시주거, 임대주택, 그룹홈 등 다양한 형태의 주거시설도 지원해 주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노숙자는 줄지 않고 있다. 이것은 이들이 그곳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해 시설로부터 나와서 배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노숙자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래 전에 개인적으로 잘 아는 시청의 관계자들에게 노숙자 문제의 해결을 요청해 본 적이 있다. 당시 시청 관계자는 노숙자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시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이 그곳에서 생활을 하지 않아 뾰족한 해결 방안이 없다고 했다. 노숙자들이 그곳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규칙을 지켜야 하는데 그들은 이런 규칙에 얽매이기 싫어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마련한 노숙자 시설에서 지내지 않고 역사 등지를 떠돈다고 한다.
권위주의 체제였던 5공 시절처럼 그들을 강제로 수용하여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노숙자에 대한 심각한 인권 침해 문제를 야기할 뿐 아니라 이런 발상 자체가 용납되지 않는다. 따라서 사회로부터 노숙자들의 강제 격리가 아니라 이들이 보다 적합한 복지시설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역이나 공원과 같은 공공시설에서 더는 배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다양한 지원이 뒤따라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지역사회도 이런 문제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 정부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적어도 부산시의 관계 공무원, 사회복지 전문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권문제 전문가, 시민단체, 언론 등 다양한 분야의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노숙자 문제를 규정짓고,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그 실행을 위해 함께 역할을 분담하는 소위 노숙자 거버넌스가 필요한 시점이다. 노숙자 거버넌스를 위해서는 아무래도 부산시가 앞장을 서야 한다. 그래서 전국에서 제일 먼저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는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부산대 공공정책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