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과 철도노조가 종교계의 중재로 어렵사리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협상은 끝내 결렬됐다. 철도 노사는 그제 오후부터 어제 아침까지 밤을 새며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민영화를 둘러싼 불신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코레일 측은 합의도출 실패를 선언하고 '전원 업무복귀'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철도노조는 "수서발 KTX 면허 발급을 중단하면 파업을 중단하겠다"며 대화를 촉구했지만, 정부는 결국 면허 발급을 강행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노조가 수서 KTX 법인의 면허 발급부터 중단하라는 요구를 되풀이하면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다"며 "명분 없는 양보와 타협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코레일 측이 서둘러 결렬을 선언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협상이라는 게 양보와 타협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코레일 측의 경직된 자세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측의 이러한 행태는 명분 쌓기로 비춰질 소지가 크고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부를 수도 있다.
정부의 태도 또한 석연치 않다. 노사가 협상 재개를 선언한 마당에 현오석 부총리는 철도노조에 대한 험담으로 찬물을 끼얹었다. 현 부총리는 인건비 과다, 자녀 고용세습, 평생고용 등을 문제 삼았는데 과장되거나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 대목도 상당수다. 오히려 이런 비방은 정부가 과연 사태해결의 의지가 있는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정부가 철도노조의 제안을 묵살하고 수서 KTX 법인의 면허를 발급하면서 노사 간 대화는 어렵게 됐다. 더욱이 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할 명분조차 정부가 걷어차 버리는 결과가 됐다. 국민들의 철도 민영화에 대한 의구심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는 "민영화는 아니니 믿어라"고 강변만 할 게 아니다. 논란이 큰 만큼 사회적 대화를 통해 원만하게 사태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 수서발 KTX 방안이 정말 떳떳하고 합리적이라면 그렇게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것은 분란만 부추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