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저 낮은 곳을 향하여 /최원열

원칙은 고수하되 저 낮은 곳까지 모두를 포용하는 왕도정치 보여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거리에 캐럴송조차 울려 퍼지지 않는 희한한 성탄절을 보냈다. 아무리 저작권료 때문이라지만 영 마뜩잖다. 하기야 나라 꼴이 이러니 크리스마스 기분 내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던 터이긴 하지만. 이제 올해도 마지막을 향해 치닫고 있다. 젊은이들이 새해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잘 될거야'란다. 무엇 하나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는 우리 사회를 단적으로 표현한 게 아닐까 싶다.

연말을 맞아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가 '도행역시(倒行逆施)'였다.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이다. 불통의 국가 권력과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절묘하게 꼬집었다. 연초 묵은 것을 버리고 새것을 펼치기를 희망하면서 내건 제구포신(除舊布新)은 물거품이 된 지 오래다. 온통 뒤죽박죽에다 만신창이가 된 정국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문제가 있는데도 귀를 닫고(護疾忌醫·호질기의), 거짓이 드러나 보이는데도 숨기기에 급급하다(藏頭露尾·장두노미)는 지나간 사자성어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지난해 정권 말기의 부정부패로 혼탁한 정국을 빗댄 거세개탁(擧世皆濁)은 바야흐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과거로 돌려놓는 퇴행성 중증으로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그야말로 자승자박이요, 자중지란이며 자포자기다. 감정적 자극과 불통이 판치면서 상식에 입각한 공감대는 설 땅을 잃었다. 보통사람과의 소통은 찾아볼 수 없다. 역사상 최악의 무기력한 여당과 야당에 정당이니 공당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그들에게 권력은 달디단 사탄의 유혹이다. 그러니 위만 바라볼 밖에. 여당 의원들은 하염없이 구중궁궐을 쳐다본다. 흘러간 옛노래 '그대여, 떠나가나요.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다시 또 볼 수 없나요'를 구슬프게 부르며. 대통령 소장품 경매에 눈도장을 찍기 위해 득달같이 달려든다.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은 야당도 이에 못지 않다. 자신을 뽑아준 지역구는 내팽개친 채 오직 '어게인 2017'을 위해 마이웨이를 부른다. 이들의 목적은 오로지 하나다. 저 높은 곳을 향해 폭주기관차처럼 달리는 것.

열역학 법칙을 알고 있을 것이다. 제1법칙이 에너지 총량 불변이라면 제2법칙은 그 방향성에 관한 것이다. 열, 즉 에너지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만 향한다는. 이를 거스를 수는 없다. 자연의 이치가 그렇다. 하지만 능력있는 우리 정치판은 이를 정면으로 뒤엎는다. 민생을 외치지만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겉발림에 불과할 뿐, 그들의 머리에는 낮은 곳이 자리할 틈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왜 '말이안통하네뜨'라는 별칭을 얻게 됐는지. 대통령이 천명한 법과 원칙은 명백히 옳다. 법치가 이뤄지지 않는 사회에서 성숙한 민주주의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법론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모성리더십도 필요할 때가 있는 법이다. 뚝심으로 밀어붙인 대처나 레이건 같은 과거 지도자들을 모방만 해서는 국민 대통합을 이루기 힘들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키워드가 창조 경제다. 그렇다면 걸맞은 창조 정치도 있어야 한다. 원칙에는 변함이 없으되 입과 귀를 여는 부드러움을 보여주는 것, 그게 열린 정치가 아닐까. 그런 점에서 올해를 장식한 거인 두 분이 떠오른다.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과 고 만델라 전 대통령이다.

강하되 겸손과 사랑, 그리고 온유함으로 가득찬 따뜻한 영웅. 오랜 세월 감옥에서 인고의 나날을 보냈던 만델라가 출소하면서 복수가 아닌 관용과 포용의 자세로 모든 이를 감싼 그 지고한 정신. 그리고 "나는 여기 여러분 앞에 선지자가 아니라 천한 종으로 서있다"는 가슴 뭉클한 말. 무슬림 소녀의 발등에 입을 맞춘 교황은 또 어떤가. 생일에 노숙인들과 반려견을 초대한 한없이 낮은 자세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시대 정신을 읽는다.

낮은 곳을 향하는 지도자의 모습이 이런 것이다.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상대를 증오하지 않아야 하며, 진정으로 화해하려는 모든 이들의 열정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교황의 절규를 깊이 새겨 들어야 한다. 잊혀진 희망으로 인해 안녕하지 못하는 저 낮은 곳의 삶 속으로 전부를 던지는 일, 그게 왕도의 정치임을 왜 모르는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가덕신공항 개발권 ‘반경 16.8㎞’ 가닥…54개 읍·면·동 혜택
  2. 2초록색 물든 광안리 앞바다
  3. 3尹 "우리 야당 부끄러웠다" 발언 논란 예고...의도는?
  4. 4매매가 10% 인하도 안 통했다…다대소각장 또 유찰
  5. 5부산교통공사 통상임금 항소심 “노동자에 총 268억 지급하라”
  6. 6전기료 지역 차등제 이르면 내년 하반기 시행
  7. 7“트럼프 체포됐다!”… 트럼프 기소 임박에 AI 가짜 이미지 확산
  8. 8'페이' 대전 시작...애플페이 맞서 삼성페이 제휴카드·교통기능 강화
  9. 9“백신 피해 심사서 의도적 왜곡 있었다” 역학조사관 폭로(종합)
  10. 10부산 첫 통합공공임대주택 공급…일광에 1134세대
  1. 1가덕신공항 개발권 ‘반경 16.8㎞’ 가닥…54개 읍·면·동 혜택
  2. 2尹 "우리 야당 부끄러웠다" 발언 논란 예고...의도는?
  3. 3檢 이재명 위례·대장동 등 관련 불구속 기소, 李 "법원서 진실 드러날 것"
  4. 4이번엔 日멍게 수입 논란, 대통령실 "멍게란 단어 없었다"
  5. 55000만원 예금보호 한도, 1억으로 올리나
  6. 6이재명 당직 유지...당헌 80조 예외 조항 적용키로
  7. 7[정가 백브리핑] 형도, 동생도 윤심에 구애…같은 길 걷는 與서씨형제
  8. 823분 대국민 여론전에도 격앙된 野 "용산 총독이냐" 국조·청문회 추진
  9. 9여론설득 나선 尹 “文정부 한일관계 방치”…野는 국조 추진(종합)
  10. 10의원수 확대 역풍…‘선거제 개편안’ 300석 유지로 손본다
  1. 1매매가 10% 인하도 안 통했다…다대소각장 또 유찰
  2. 2전기료 지역 차등제 이르면 내년 하반기 시행
  3. 3'페이' 대전 시작...애플페이 맞서 삼성페이 제휴카드·교통기능 강화
  4. 4부산 첫 통합공공임대주택 공급…일광에 1134세대
  5. 5청약통장 예치금 100조 무너져
  6. 6부산시, 대체거래소 유치 본격화…인가준비 법인에 타진
  7. 7부산시·지역 정치권, 산업은행 완전이전 해법 찾을까
  8. 8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18.61% 하락..."보유세 20% 이상 감소"
  9. 9애플페이 첫날 오전 17만 명 등록
  10. 10전력수급 불균형 정부도 공감대…수도권 반발 무마가 관건
  1. 1부산교통공사 통상임금 항소심 “노동자에 총 268억 지급하라”
  2. 2“백신 피해 심사서 의도적 왜곡 있었다” 역학조사관 폭로(종합)
  3. 32030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담은 불꽃축제 열린다
  4. 4경남 한 고교서 선배 10명이 후배 1명 집단폭행
  5. 5[단독]"선글라스 찾아내라" 동사무소 직원 흉기로 위협한 60대 체포
  6. 6김해지능기계산단 국가산단 탈락 후유증… 김해시 오는 기업 마다할 판
  7. 7통상임금 소송 10년간 3건…만년 적자에 합의도 어려워
  8. 8檢 이재명 위례·대장동 등 관련 불구속 기소, 李 "법원서 진실 드러날 것"
  9. 9소방, 강서구 화학 공장 화재에 대응 1단계 발령
  10. 10오후 부산 울산 경남 봄비...기온은 당분간 평년 상회
  1. 1주전 다 내고도…롯데 시범경기 연패의 늪
  2. 2침묵하던 천재타자의 한방, 일본 결승 이끌다
  3. 3당당한 유럽파 오현규, 최전방 경쟁 불지폈다
  4. 4무한도전 김주형, 셰플러를 넘어라
  5. 5무승탈출 태극낭자, 이제는 연승 도전
  6. 6창단 첫 챔프전 BNK 썸 2차전도 패배
  7. 7공수 다 되는 김민재…“지금껏 이런 수비수는 없었다”
  8. 8좌완 부족한 롯데? 이태연을 주목해
  9. 91선발 스트레일리, 첫 등판은 ‘글쎄’
  10. 10삼세번 만에 ‘셔틀콕 여왕’ 안세영 시대 열렸다
우리은행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황령산 봉수전망대에 보내는 간곡한 바람
더불어 살며 지켜가야 할 피란수도 부산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연의 법, 인간의 법
낙동강 녹조를 그대로 둘 것인가
기고 [전체보기]
교육이라는 희망 사다리를 놓자
국제여객터미널 입주사 살린 후 임대료 징수를
기자수첩 [전체보기]
동계체전, 국내 최고 겨울 스포츠대회 맞나
학교 신축 공기지연, 노조 탓만 할 수 있나요?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한국은 여기까지다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3차 세계화, 우리는 괜찮을까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거울아, 거울아!” 그 중독의 마법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계박람회 왜 부산인가?
문화자산을 물려받는다는 것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수도권 일극 체제
‘영웅 만들기’에 나서야 할 때
도청도설 [전체보기]
예금보호 한도 확대
‘놀토’ 대신 ‘놀금’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제주 구엄리 돌염전
아재들의 건승을 빕니다!
사설 [전체보기]
‘코로나 백신 피해자 심사 왜곡’ 정부가 규명하라
이재명 대장동 재판, 증거와 법리로 진실 가려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우리 곁의 ‘다음소희’
챗GPT, 친구인가 적인가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 지출의 원칙과 난방비 지원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새로운 해양시대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신발을 신으며 배우는 겸손
매화 앞에서, 슬픔 앞에서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한반도에 새로운 국제질서가 등장하고 있다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잃어버린 웃음을 찾아서
환대(hospitality)의 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원전에 미래를 맡길 수 없다
다시 블랙리스트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근고지영
단석산 신선사의 목탁소리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대통령의 초심
새해엔 선거개혁 위한 결단 기대한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봄의 낭만에 대하여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특별기고 [전체보기]
한일관계, 기초 제대로 잡아가야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오케스트라
노엘합창단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의재 허백련의 한국적인 산수화
이당 김은호의 ‘매란방’
CEO 칼럼 [전체보기]
재편된 마이스 시장에서 생존 전략은
ESG경영 골칫거리 해결한 시스템
  • 다이아몬드브릿지 걷기대회
  • 제11회바다식목일
  • 코마린청소년토론대회
  • 제3회코마린 어린이그림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