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저 낮은 곳을 향하여 /최원열

원칙은 고수하되 저 낮은 곳까지 모두를 포용하는 왕도정치 보여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거리에 캐럴송조차 울려 퍼지지 않는 희한한 성탄절을 보냈다. 아무리 저작권료 때문이라지만 영 마뜩잖다. 하기야 나라 꼴이 이러니 크리스마스 기분 내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던 터이긴 하지만. 이제 올해도 마지막을 향해 치닫고 있다. 젊은이들이 새해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잘 될거야'란다. 무엇 하나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는 우리 사회를 단적으로 표현한 게 아닐까 싶다.

연말을 맞아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가 '도행역시(倒行逆施)'였다.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이다. 불통의 국가 권력과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절묘하게 꼬집었다. 연초 묵은 것을 버리고 새것을 펼치기를 희망하면서 내건 제구포신(除舊布新)은 물거품이 된 지 오래다. 온통 뒤죽박죽에다 만신창이가 된 정국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문제가 있는데도 귀를 닫고(護疾忌醫·호질기의), 거짓이 드러나 보이는데도 숨기기에 급급하다(藏頭露尾·장두노미)는 지나간 사자성어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지난해 정권 말기의 부정부패로 혼탁한 정국을 빗댄 거세개탁(擧世皆濁)은 바야흐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과거로 돌려놓는 퇴행성 중증으로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그야말로 자승자박이요, 자중지란이며 자포자기다. 감정적 자극과 불통이 판치면서 상식에 입각한 공감대는 설 땅을 잃었다. 보통사람과의 소통은 찾아볼 수 없다. 역사상 최악의 무기력한 여당과 야당에 정당이니 공당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그들에게 권력은 달디단 사탄의 유혹이다. 그러니 위만 바라볼 밖에. 여당 의원들은 하염없이 구중궁궐을 쳐다본다. 흘러간 옛노래 '그대여, 떠나가나요.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다시 또 볼 수 없나요'를 구슬프게 부르며. 대통령 소장품 경매에 눈도장을 찍기 위해 득달같이 달려든다.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은 야당도 이에 못지 않다. 자신을 뽑아준 지역구는 내팽개친 채 오직 '어게인 2017'을 위해 마이웨이를 부른다. 이들의 목적은 오로지 하나다. 저 높은 곳을 향해 폭주기관차처럼 달리는 것.

열역학 법칙을 알고 있을 것이다. 제1법칙이 에너지 총량 불변이라면 제2법칙은 그 방향성에 관한 것이다. 열, 즉 에너지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만 향한다는. 이를 거스를 수는 없다. 자연의 이치가 그렇다. 하지만 능력있는 우리 정치판은 이를 정면으로 뒤엎는다. 민생을 외치지만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겉발림에 불과할 뿐, 그들의 머리에는 낮은 곳이 자리할 틈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왜 '말이안통하네뜨'라는 별칭을 얻게 됐는지. 대통령이 천명한 법과 원칙은 명백히 옳다. 법치가 이뤄지지 않는 사회에서 성숙한 민주주의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법론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모성리더십도 필요할 때가 있는 법이다. 뚝심으로 밀어붙인 대처나 레이건 같은 과거 지도자들을 모방만 해서는 국민 대통합을 이루기 힘들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키워드가 창조 경제다. 그렇다면 걸맞은 창조 정치도 있어야 한다. 원칙에는 변함이 없으되 입과 귀를 여는 부드러움을 보여주는 것, 그게 열린 정치가 아닐까. 그런 점에서 올해를 장식한 거인 두 분이 떠오른다.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과 고 만델라 전 대통령이다.

강하되 겸손과 사랑, 그리고 온유함으로 가득찬 따뜻한 영웅. 오랜 세월 감옥에서 인고의 나날을 보냈던 만델라가 출소하면서 복수가 아닌 관용과 포용의 자세로 모든 이를 감싼 그 지고한 정신. 그리고 "나는 여기 여러분 앞에 선지자가 아니라 천한 종으로 서있다"는 가슴 뭉클한 말. 무슬림 소녀의 발등에 입을 맞춘 교황은 또 어떤가. 생일에 노숙인들과 반려견을 초대한 한없이 낮은 자세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시대 정신을 읽는다.

낮은 곳을 향하는 지도자의 모습이 이런 것이다.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상대를 증오하지 않아야 하며, 진정으로 화해하려는 모든 이들의 열정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교황의 절규를 깊이 새겨 들어야 한다. 잊혀진 희망으로 인해 안녕하지 못하는 저 낮은 곳의 삶 속으로 전부를 던지는 일, 그게 왕도의 정치임을 왜 모르는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주말 동안 강풍예고…"안전사고 유의해야"
  2. 2부산 코로나19 신규 확진 5명
  3. 3부산 국민의힘 공동선대본부 출범
  4. 4정익진의 무비셰프 <10> 이자벨 아자니
  5. 5미국 2월 일자리 38만개↑…고용시장 회복 '가속화'
  6. 6이낙연, 첫 예능 출연해 아이들과 소통
  7. 7백신 이상 반응 1300여 건 늘어…추가 사망자는 0
  8. 86일 신규 확진자 418명…"여전히 살얼음판"
  9. 9부산시장 보선 후보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최종 확정
  10. 10미얀마 군부 사건 조작 위해 시신 도굴까지
  1. 1부산 국민의힘 공동선대본부 출범
  2. 2이낙연, 첫 예능 출연해 아이들과 소통
  3. 3부산시장 보선 후보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최종 확정
  4. 4경부선 지하화 국가사업 된다…월드엑스포 전 완공될 듯
  5. 5박성훈 ‘신인 돌풍’ 2위 저력, 이언주는 단일화로 마이너스
  6. 6“난 시민이 원한 합리적 지도자…정권교체 발판 될 것”
  7. 7김영춘은 야당 때리기, 변성완·박인영은 당원결집 목청
  8. 8김영춘 본선 직행이냐, 결선투표냐…변성완 뒷심 관건
  9. 9후보단일화·네거티브에도 굳건했던 박형준 독주
  10. 10신임 민정수석 김진국
  1. 14배로 끌어올린 사업속도…난개발 없는 해양문화 거점 고민
  2. 2부산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 약보합세
  3. 3쿠팡처럼…앞으론 택배 이틀 안에 받는다
  4. 4다시 돌아온 골프 시즌…유통가 ‘골린이’용품 봄 대전 티샷
  5. 5연금 복권 720 제44회
  6. 6“가덕신공항, 부산경제 도약 마중물 될 것”
  7. 7가전 매장에 놀이터·체험존 넣었더니 매출 배 이상 ‘껑충’
  8. 8부산상의 의원 출마자 “사무처, 선거 공정하게 관리해야”
  9. 9동부산 이케아, 글로벌 친환경 빌딩 인증
  10. 10[브리핑] 부산 남구 등 스마트솔루션 사업
  1. 1부산 주말 동안 강풍예고…"안전사고 유의해야"
  2. 2부산 코로나19 신규 확진 5명
  3. 3백신 이상 반응 1300여 건 늘어…추가 사망자는 0
  4. 46일 신규 확진자 418명…"여전히 살얼음판"
  5. 5오는 9일부터 새 감염병예방법 시행...위반시 가중처벌
  6. 6금융기관 사칭해 스마트폰 4만 대 해킹 포착...보완 관리 만전 기해야
  7. 7‘수정아파트’ 정체불명 재개발 추진위도 등장…피해주의보
  8. 8양산 물금역 KTX 정차 이번엔 성사되나
  9. 9부산대 개학하자마자 ‘코로나 홍역’…학사일정 혼선
  10. 10사상구 오피스텔 화재로 주민 대피 소동…의류 전기건조기에서 화재
  1. 1이대호·손아섭·민병헌 39억 깎았더니, 거인 연봉순위 8위(작년엔 1위) 추락
  2. 2체육단체장으로부터 듣는다 <7> 정신 부산야구소프트볼협회장
  3. 3‘고수를 찾아서 2’ 부산 유일 국궁 9단 명궁 장오현
  4. 4교체 출전 황희찬 6개월 만에 골 맛
  5. 5김광현 첫 시범경기 4실점 부진
  6. 6박세웅 150㎞ 직구·나승엽 안타…롯데 첫 단추 잘 뀄다
  7. 7호날두 12시즌 연속 정규리그 20골 고지
  8. 8도쿄올림픽 개최 가능성에 국가대표 우선 접종 추진
  9. 9부산시체육회 강영서 국제스키연맹 회전 부문 준우승
  10. 10“득점 과정 중시하는 감독님, 이겼는데 꾸짖어 많이 배워”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진보당 노정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국민의힘 이언주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융합의 시대’를 진정으로 지향하려면
축소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
기고 [전체보기]
MICE, ‘사회적 가치’로의 진화 /이태식
세계선도국가로 가는 키워드 ‘지방분권’ /김우룡
기자수첩 [전체보기]
불편한 목소리에 침묵…부산시교육감 소통 나서야 /김화영
서장 관사 내 수상한 돈·황금 출처 제대로 밝혀라 /이준영
김석환 칼럼 [전체보기]
‘능력주의’와 ‘예타만능’이라는 거짓말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해 뜨는 아침, 겨울 산의 속살을 보라
정치적이기엔 너무도 문명적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옛것에서 발견하는 변용
관현맹인과 여악의 전통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코리안 허브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의 시간을 맞으며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어묵의 별칭 ‘간또’
목포 ‘중깐’의 딜레마
사설 [전체보기]
윤석열 총장 사퇴…소모적 갈등 더는 이어지지 않길
백신 접종 과도한 불안 없도록 치밀하게 대처해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청년기본소득’ 용납해선 안 되는 이유
공유경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비핵평화, 중단없이 가야 할 길
한반도 비핵화는 어떻게 되나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이제명 칼럼 [전체보기]
탄소중립 어젠다의 가치와 미래
이홍 칼럼 [전체보기]
반기업정서 극복을 위한 싹이 텄다
카리스마에 대한 오해
장병윤 칼럼 [전체보기]
알바트로스, 오 알바트로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그 많은 낙하산 사라질까
1년짜리 부산시장 안 되려면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강 건너 봄이 오듯
불멸의 연인
차재원 칼럼 [전체보기]
시장 보선 이후가 걱정되는 이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그 날을 기다리며
겨울나기
특별기고 [전체보기]
신공항 특별법 여론조사, 부정응답 유도한 질문들 /강경태
같이 잘 살되 올바르게 잘 사는 ‘노나메기’ 세상으로 /이청산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김정희의 ‘세한도’ 열풍
김홍도의 ‘논을 가는 소’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